천년의 숨결이 깃든

호거산 운문사

운문 소식

현대불교신문 -데스크초대석

가람지기 | 2008.01.24 14:35 | 조회 4756

현대불교신문 663호(2008년 1월 23일)에 실린 데스크 초대석 기사중 주지스님 관련 내용입니다.

*본문내용

663호 13면 데스크 초대석 / 운문사 주지 진성 스님

2500년 전 인도의 니란자라(尼蓮禪河) 강가 보리수 아래 단정하게 앉아 수행하던 한 사문이 새벽별과 눈을 마주치는 순간 깨달음을 얻었다. 무상정등정각을 얻은 사문은 이제 더 이상 사문이 아니라 부처님으로서 중생들을 열반의 길로 인도하기 시작했다. 사문 고타마시타르타가 부처님이 되신 음력 12월 8일, 우리는 이날을 성도절(成道節)로 기리고 있다.

성도절의 오랜 전통은 수행자들에게 ‘부처님 되기’의 발원을 더욱 새롭게 하는 날이다. 철야 용맹전진을 하며 부처님의 ‘새벽별’을 만나고자 정진의 고삐를 늦추지 않는 것이다.

1월 14일 초저녁 청도 운문사. 운문사 경내에 내려앉는 어둠을 밟고 스님들이 모여들었다. 발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고요와 스님들의 움직임이 천상의 풍경 같았다. 250명의 스님들은 학장 명성 스님의 법문을 들은 뒤 두 개의 큰방으로 나눠 앉았다. 그리고 입승 스님의 죽비소리에 맞춰 견고한 가부좌를 짓고 깊은 선정에 들었다. 밤 9시에 시작된 정진은 새벽3시까지 이어졌다. 성도절 전야의 정진, ‘새벽별’에 눈 맞추기 위한 치열한 구도의 자세는 호거산 보다 단단하고 경내의 소나무보다 청청했다. 용맹정진에는 학장 명성 스님(조계종 전국비구니회 회장)이하 여러 강사스님들도 동참해 후학들에게 힘을 보태 주었다.

비구니 스님들의 강원으로 이름난 청도 운문사. 운문사가 변하고 있다. 이제 운문사는 더 이상 산중의 고즈넉한 산사가 아니다. 세속과 통하는 다양한 길을 열어 놓고 수행과 전법을 일체화 시키고 있다. 해외 대학과의 교류와 유치원 운영을 통한 새싹포교, 인근 마을과의 다양한 소통까지. 운문사에서 속세로 향한 길은 인근 마을에서 중국 일본 등 세계 각국으로 뻗어 있다. 운문사의 사격(寺格)을 일신시킨 학장 명성 스님이 밭을 갈고 씨를 뿌렸다면 지금의 주지 진성 스님은 열매를 거두어 만중생에게 공양을 하는 셈이다.

운문사의 변화를 이끌고 있는 주지 진성(眞晟) 스님을 성도절 전야 철야용맹정진 직전에 만났다.


-최근 중국 칭화(淸華)대학과 교류 협약을 하셨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교류가 이뤄집니까?

중국의 칭화대는 중국내에서 불전 한어 분야 연구가 가장 권위 있는 학교입니다. 문화혁명이후 경전판본들이 거의 남아 있지 않은 중국에서 우리나라의 판본 보유와 연구를 부러워 합니다. 운문사에도 1700여장의 경판이 보관되어 있는데 이를 본 칭화대 관계자는 매우 감격스러워 했습니다. 칭화대는 불전연구 분야는 물론 불교학 전반에 대한 발전의 파트너로 운문사승가대학을 원했습니다. 교류는 칭화대 측이 먼저 제안했는데, 우리 운문사 승가대학 출신 스님들의 높은 학구열을 세계무대로 이끌고자 발원했던 학장스님의 뜻에 부합된 ‘인연’이어서 손을 잡게 됐습니다. 교류의 중심 내용은 두 대학이 주최를 바꿔가며 매년 학술세미나를 개최하고 학생과 교수진을 교환해 수학과 연구를 하는 것입니다.


-일본의 하나조노(花園)대학과도 교류를 하신다고 들었습니다.

일본 하나조노 대학도 운문사에 교류를 요청해 왔습니다. 이미 교류에 관한 세부적인 협의는 이뤄졌고 최종 절차만 남았습니다. 3월 이전에 협정이 완료될 것입니다. 하나조노 대학측은 운문사승가대학 졸업자를 정규4년제 대학 졸업 학력으로 인정해 주기로 했으므로 우리 동문들에게 매우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해외 두 대학과의 교류가 갖는 의미는 어떤 것이라고 보시는지요. 지난 44년 간 운문사승가대학을 졸업한 스님은 1600백 명에 이릅니다. 그 많은 스님들이 다 각자의 길에서 정진하고 있는데 그 중에는 학문의 길을 선택하고 해외로 길을 떠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그런 스님들이 늘어난다는 것은 한국불교의 발전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해외 대학과의 교류는 큰 의미가 있습니다. 물론 외국의 학생들이 운문사 승가대학에 와서 공부를 하는 것도 ‘진짜 한국불교’를 보여주는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경산 시내에 운문유치원을 개원해 올해 첫 입학식(3월 4일)을 앞두고 있는데...

네, 유치원 운영은 학장 명성 스님의 오랜 숙원이었습니다. 경산시 사동에 부지를 확보하고 운문유치원을 설립했는데 건축물도 매우 우수하고 각종 시설이 어린이 교육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원아는 한 반에 25명씩 5개 반으로 첫 입학식을 갖게 됩니다. 단순한 교육의 장이 아니라 ‘운문사’라는 좋은 여건과 부합된 프로그램들을 개발해 심성교육을 해 나갈 계획입니다. 또 지역민들과도 함께하는 새로운 개념의 유치원이 되도록 다양한 노력을 기울일 것입니다. 외국인 원어민교사가 상주하며 아이들에게 자연스럽게 영어를 익힐 수 있도록 하는 등 3년제 유치원의 전 교육과정이 다른 곳과는 차별화 되어 우수한 유치원이 되도록 교사들과 함께 노력하겠습니다.


-유치원 건립 이전에도 운문사에서 새싹포교를 활발히 해 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승가대학의 교화부 스님들이 아주 열성적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매주 일요일에 동네 아이들을 모아서 함께 공부하고 여름 방학 때는 여름불교학교를 엽니다. 매년 800명씩 참가하는 여름불교학교는 운문사 어린이 포교의 꽃이라 할 만합니다. 교화부 스님들이 한 달 이상을 준비해 3일을 진행하는 여름불교학교는 이제 인터넷으로만 접수를 받는데 하루 만에 신청이 완료되어 버릴 정도입니다. 이밖에도 인근 초등학교의 졸업 입학식엔 스님들이 반드시 참여해 선물과 장학금을 줍니다. 정월 대보름 대구 부산 경산 등지에서 탁발을 해서 장학금을 조성하니 그 정성에 아이들과 부모님들이 감복 하지 않을 수 없지요. 또 경주 대자원 아이들과 결연을 맺고 매주 정기적으로 방문하기도 합니다.

-교화부 외에 다른 부서의 활동은 어떻습니까?

운문사 승가대학에는 교화부 신행부 문화부가 있습니다. 신행부는 경내의 음료 자동판매기 관리와 손수 지은 옷으로 바자회를 열어 모아진 수익금으로 이웃돕기를 실천합니다. 문화부는 월간 <운문>과 달력을 제작하고 각종 문화 활동을 전개합니다. 학인 스님들의 이런 활동은 운문사의 대사회활동과 포교활동의 밑바탕이 됩니다. 학장 스님의 철저한 학사관리와 함께 운문사 승가대학의 전통을 만들어 가는 왕성한 동력인 것입니다.


-운문사는 비교적 빨리 태안반도로 달려가 기름제거 작업에 동참 했는데 언제였습니까?

사고 직후 학인 스님들이 “빨리 가서 일손을 돕자”고 건의를 했습니다. 그런데 마침 5백나한전 100일기도 회향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이라 회향법회를 봉행하고 12월 17일에 가서 일을 하고 왔습니다. 정말 처참한 광경을 목격하고 단 일초도 쉴 수가 없었습니다. 다시는 이런 인재(人災)가 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도량이 참으로 정갈합니다. 불사를 더 할 계획이십니까?

오늘의 운문사는 학장 명성 스님의 당으로 일궈진 것입니다. 스님께서는 이곳에서 상량식만 48번을 봉행했습니다. 아미타불의 48대 원력처럼 많은 건축물을 새로 짓고 고쳐짓고 했습니다. 현재로서는 외형불사는 할 것이 없습니다. 내실을 다지는 불사에 매진해야지요. 안으로는 학인들의 수학분위기를 높이고 대사회적으로는 전법의 길을 더 넓혀 갈 것입니다. “일속에서 참되라(卽事而眞)”는 학장 스님의 가르침을 묵묵히 실천 하는 것, 그것이 저와 모든 대중들의 화두일 뿐입니다. 청도=임연태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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