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숨결이 깃든

호거산 운문사

차례법문

운문사승가대학 학인스님들이 4년 재학 동안 단 한번 차례대로 법상에 올라서 대중에게 법문한 내용입니다.

치문반 성경

최고관리자 | 2016.11.14 14:46 | 조회 278

안녕하십니까? 치문반 성경입니다.

운문사의 아름다운 가을을 존경하는 회주스님을 비롯하여 여러 어른스님과 상반스님들 그리고 치문반 도반스님들과 함께 보내고 있어서 행복합니다.

선배스님들께서는 강원생활이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간다고 말씀하십니다. 그럴 때마다 치문인 저로서는 외계어로 들려서 그저 신기하다고 생각만 했었습니다. 과연 그럴까? 하고요...... 봄철 여름철 처음 타보는 롤러 코스트처럼 기대감과 두려움으로 시작된 치문은 내 안을 살필 틈도 없이, 주변을 둘러볼 여유도 없이 그렇게 순간순간 통과해 온 것 같습니다. 어느덧 이 닦는 일, 정랑 가는 일도 고마운 일이라고 나를 내려 놓고 생활하는 사이, 가을철입니다.

불이문을 지나다 보면, 양 옆으로 보라색 꽃이 짙은 향기를 내뿜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지난 봄 방학 때 회주스님께서 직접 사오셔서 치문반이 심었던 꽃입니다. 이름은 모르는 꽃, 몸은 힘들었지만 줄 맞추어서 예쁘게 심었습니다. 그 동안 잊고 지내다가 가을철이 되어 온 법계 중생이 그 향기를 맡고 아름다움을 나눕니다.

 

구상 시인의 `꽃자리`라는 시를 들려 드리겠습니다.

 

반갑고 고맙고 기쁘다

앉은 자리가 꽃자리니라

네가 시방 가시방석처럼 여기는

너의 앉은 그 자리가

바로 꽃자리니라

 

앉은 자리가 꽃자리니라

앉은 자리가 꽃자리니라

네가 시방 가시방석처럼 여기는

너의 앉은 그 자리가

바로 꽃자리니라

 

나는 내가 지은 감옥 속에 갇혀 있다.

너는 네가 만든 쇠사슬에 매여 있다

그는 그가 엮은 동아줄에 엮여 있다

 

우리는 저마다 스스로의

굴레에서 벗어났을 때

그제사 세상이 바로 보이고

삶의 보람과 기쁨을 맛본다

 

앉은 자리가 꽃자리니라

네가 시방 가시방석처럼 여기는

너의 앉은 그 자리가

바로 꽃자리니라

 

2.치문의 의미

 

削髮染衣曰緇, 入山修道門

 

삭발하고 먹물 옷 입은 것을 치라 하고 산에 들어가 도를 닦는 것을 문이라고 한다.

`染衣`할 때는 먹물이나 숯물을 이용한다고 합니다. 먹물은 먹을 갈아 쓰고 숯물은 나무를 태워 숯을 만들어 씁니다.

그런데 숯물은 손이 좀 많이 간다고 합니다. 숯을 만든 후 가루로 만든 다음 하루 동안 놓아 두면 완전 연소되지 않은 것과 기름들은 물 위에 뜨는데 이것을 모두 걷어 내고 6개월간 숙성시킨다고 합니다. 물론 그냥 바로 쓰기도 한답니다. 그 후에 소금 1스푼을 넣고 50도에서 비비듯 주물러 주며 꼼꼼히 염색하고 그대로 햇빛에 말립니다. 이런 과정을 5회 이상 원하는 색이 나올 때까지 진행하고 깨끗이 빨아 말리면 됩니다. 조금은 번거롭습니다.

제가 먹물 들인 옷과 숯물 들인 옷을 함께 볼 기회가 있었는데요, 둘다 아름다운 옷이었으나 어쩐지 숯으로 물들인 옷이 훨씬 부드럽고 따뜻한 느낌을 주었고 반면 먹물 들인 옷은 좀 거칠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아마도 여러 단계를 거치면서 고르고 또 고르고 걸르고 또 걸러서 그렇게 된 것이 아닐까요? 조금은 번거롭다고 생각되는 이런 저런 단계들이 번거로움에서 정성스러움으로 완성된 것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이렇게 손끝 하나하나에 깃든 정성스러움이 `염의`의 부드러움과 따뜻한 느낌을 만들 듯이, 치문인 우리들 지금 우리 마음결 하나하나에 정성으로 불법의 물을 들이는 시간입니다. 정성으로 이 순간 이 자리를 가꿉시다.

 

제가 방학 때 처음으로 발우 수건에 풀을 해 보았습니다. 사형님의 조언을 얻어가며 발우 수건을 삶고 말리고 풀먹이고 또 말리고 밟고 다림질하고...... 그러던 중 참으로 신기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밟으면 밟을수록 손으로 치대면 치댈수록 지루함은 더해졌지만 천이 본래 가진 거친 느낌은 사라지고, 풀을 잘 받아들여 풀과 천이 하나가 되어 새로운 발우수건으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와우, 그 순간 무엇인가 제 가슴을 울리는 것이 있었습니다. (옷감)에 풀을 먹여 마름질하는 것은 단순히 그것만을 의미하지 않았습니다. 모든 이름 있는 것들이 지금 여기를 극복하고 다음으로 넘어서고자 할 때, 그 만큼의 서로 치대고 깎이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그 과정은 아프기도, 속상하기도, 안타깝기도, 화가 나기도, 눈물겹기도 때로는 사랑스럽고, 환희심에 차오르기도 할 것입니다.

그 과정에 우리 치문이 있는 듯합니다. 그런 과정을 기꺼이 받아들여 온몸으로 거치지 않고는 치문 다음을 얻을 수 없는 것입니다. 우리, 힘들어도 포기하지 맙시다.

먹물 옷을 입는다는 건 어쩌면 완성된 옷을 입는 것이 아니라 옷감에 물들이기부터 시작해, 처음부터 끝까지의 지난하고, 어려운 그 과정을 입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3. 하심의 의미 나 원래 이런사람이야!’

 

대부분의 스님들이 그러하듯 저 또한 후원 설거지로 시작되는 행자 생활을 했습니다. 생소한 일은 아니었기에 열심히 하면 누구나 잘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그릇 씻는 일, 그것을 바구니에 놓는 일, 닦는 일, 걸음걸이, 손의 움직임까지 지적당하지 않는 일이 없었습니다. 심지어 지하창고에서매실엑기스를 가져오라는데 도대체 찾을 수가 없고, 기껏 찾아가지고 낑낑대며 올라간 것이 폐식용유라니,,, 색깔은 똑같았는데...‘오 마이 관세음보살!!!’ 나 왜 이러지?? ‘나 원래 이런 사람 아닌데...... ’ 콩나물 씻어 건지라는데, ‘콩나물, 던지세요!’로 알아듣고.......

나 원래 이런 사람 아닌데...’ 완전 바보가 된 느낌,,, 자괴감에 빠져 지냈습니다.

이건 가 아니야, 실수투성이인 나 자신을 부인하기에 바빴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이런게 나구나하고 저 자신을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이런 사람이 나였어, 실수투성이에 아니, 그건 실수가 아닌 내 본래적 자아가 저지르는 일, 말도 제대로 못 알아듣고, 잘 하는 것 없고, 그저 늦깎이에 부처님 말씀이 좋다고 덜컥 머리 깎고 출가한, 아무것도 아닌,먼지같은 존재, 아무것도 모르는 천둥벌거숭이 같은 존재였던 것입니다.

이렇게 못난 저 자신을 인정하고 나니, 일단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그동안 제 머릿속은 꽉 채우고 있던 아만심, 그것을 알아보게 되었습니다. 아만심으로가득찬 눈으로 나 자신을 보고 있었던 것입니다. ‘아만심으로 곱게 깃을 고르며 머리를 깎았구나.... 순간순간가진것 없어야지 생각은 했지만, 아만심을 버리지 못하고 나도 모르게 싸왔구나!’ 이런 나를 인정하지 않으니까 온갖 망상에 빠지는 것 같습니다.

나 원래 이런 사람이었어라고 부족한 자신을 인정하면, 마음이 낮아지고, 그 자리를 여러모로 들여다 보면서 더 나아지려고 갈고 다듬고, 닦게 되는 것 같습니다.

 

몽돌의 노랫소리를 들어본적이 있나요? 밀물때파돗물을품었다가 썰물 때 물이 빠져 나가면서 노래를 부릅니다. 집어보면 수백 수천년 아주 오랫동안 서로 부딪히면서 겪어왔을 온갖 역사가 들리는 듯 합니다. 스스로 깎이고, 서로 깎이고, 드디어 아름다운 해변이 되어 스스로 노래합니다. 보는 우리들에게 힐링을 줍니다. 몽돌이 되기 위해 그들은 그 자리를 떠나지 않고 자신을 낮추면서 아름다워졌습니다.

우리도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도반을 향해 뾰족하게 나 있는 부분을 내 안으로 돌려 자신을 낮추고 바라봅시다. 여법한 수행자가 되고, 불법을 전하는 참다운 스님이 되기 위해 우리, 지금 있는 이 자리를 꽃자리로 만들어 봅시다.

 

4. 자유의날개짓, 신심으로 함께 가자

 

자유의 날개짓은 조계종 출가 사이트의 이름입니다.

자유로움은 모든 인간이 가 닿고자 하는 근원입니다. 불연세속하고 불문에 들어와 부처님 제자로 자유자재하게살고싶다는 염원을 불러일으킵니다. 자유자재하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대로 내맘대로 하는 것은 아닙니다. 내가 앉아 있는 자리. 그 자리가 어디이건, 후원이건, 법당이건, 정통이건, 정랑이건, 각자 맡고 있는 소임자리에서 그곳이, 지금은 가시방석처럼여겨질지라도, 피하지 않고 직면하여 최선을 다하고 능숙해지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그 자리가 각자의 꽃자리가 되는 것입니다.

그것이 자유자재함이라고 생각합니다.

치문, 지금 우리가 헤쳐가는 이 자리가 꽃자리입니다.’

신심으로 함께 갑시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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