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숨결이 깃든

호거산 운문사

차례법문

운문사승가대학 학인스님들이 4년 재학 동안 단 한번 차례대로 법상에 올라서 대중에게 법문한 내용입니다.

숲과 바람 - 사미니과 선주

가람지기 | 2017.04.19 12:55 | 조회 96

밖은 춥지만 마음은 절로 절로 안으로 모아지는 따뜻한 겨울입니다.

 

승가 공동체를 나무들이 빽빽하게 들어찬 모습’ ‘총림이라고 합니다. 우리들은 이 숲에 의지하여 많은 영양분을 공급받으면서 자라고 있는 나무들입니다..

겨울이 지나갈 쯤 차가운 봄바람이 불고 지나가야 꽃이 만발하는 따뜻한 봄이 옵니다. 짧은 기간 동안 봄바람은 자연에게 다녀왔다 가건만 그 쌀쌀한 바람을 저는 나만의 생각으로 , 싫어, 추워, 빨리 지나갔으면 좋겠다.” 하면서 지내왔었습니다. 어느 해 저녁 봄바람으로, 부러진 나뭇가지와 잎들로 발이 디딜틈이 없는 숲길을 걸었습니다. 걸으면서 땅에 떨어진 나뭇가지들을 보고 있노라니 대부분이 썩은 나뭇가지였으며, 간혹 새 잎을 달고 있는 약간 썩은 가지와 가느다란 나뭇가지 였습니다.

그 순간 저는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 봄바람은 필요한 것이구나!”  겨울동안 나무에 붙어있던 썩은 가지와 마른 잎들은 세찬 바람으로 떨어져나가고 작년보다 더 튼실한 나무로 자랄수 있도록 자연은 배려해주고 있었습니다. 나무들은 당당히 받아들이고 있었습니다. 그 자리에서 말입니다.  이 순간 이후 자연이 행하는 모든 것은 대자연의 배려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것이라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나도 한 부분임을 알고는 투정하는 것을 멈추었습니다. 이 세찬 바람 이후에 얼마나 아름다운 봄이 옵니까 !!

숲에서 자라는 나무와 홀로 서있는 나무가 맞는 바람을 상상해보십시요. 숲에서 자라는 나무는 큰 나무들이 먼저 감싸주어서 홀로 서있는 나무에 비해 바람의 강도가 휠씬 적습니다.  그러나 서로 부딪치는 것은 숲에서 자라는 나무들이 혼자 있는 나무보다 더 많을 것입니다. 그래서 떨어지는 나뭇가지와 잎들도 많을 것입니다. 숲의 나무는 쓰러져도 옆의 나무에 기대어 뿌리를 박고 다시 자라는 것을 많이 보았습니다.

 

어려움과 아픔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쉽지가 않습니다.  안 오면 좋겠는데 바람은 늘 불어옵니다. 저는 지금 뼛속에 사무치는 추위를 겪어내고 있는 중이라 여깁니다.  그 방법으로 저는 참회를 합니다. 제가 작년 겨울 100일 기도 중에 의도하지 않았는데, 저절로 참회가 이루어졌습니다. 제가 절로 절로 마음이 안으로 들어가는이라는 문장으로 이 법문을 시작을 했었습니다.  정말로 절로 절로 이 참회가 이루어졌었다고 생각합니다.  

 참회는 저를 바라보게 해줍니다. , 주변에 일어나는 일을 여유있게 바라볼수 있게 해줍니다. 용서하게 해줍니다. 이 용서가 이해와 받아들임입니다. 이것이 진정으로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며, 자신을 당당하게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마음을 조복하게 합니다. 조복은 커다란 것에 내가 작음을 인정하는 것이 아닌, 신구의 삼업을 잘 조화하여 나쁜행을 절복시키는 것입니다. 황벽선사님께서는 뼛속에 스치는 추위를 겪지 않고서야 어떻게 코 끝을 찌르는 매화 향기를 뿜을 수 있겠는가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참회가 수행의 시작이며 끝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승가 공동체의 최고의 덕목으로 화합을 말합니다.

저희 은사스님께서는 자주 대중과 함께 사는 고마움과 덕에 대해 오래 승려생활을 하다보면 익숙해지고 나태해 질려고 하는데 대중 속에 있으면 대중의 시간 규칙 속에서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게으름에 빠질 수 없어 좋다. 또 나로 인해 대중을 뇌롭게 하지 않기 위해서 위의를 지키게 되기 때문에 대중 속에 산다는 것은 참으로 고마운 일이며 감사하게된다. 대중에 수순하는 중이 되어야 한다, 대중의 고마움을 알아야 한다라고 말씀하십니다.  예를 들면, 독감 예방주사도 제가 싫다고 하면 저를 위해 맞는 것이 아니고 대중 속에서 감기가 걸리거나 또 옮겨서 폐를 주거나 소임에 빠지면 안된다고 꼭 맞게 하십니다.

저의 대중 생활 동안에도 여지없이 바람은 수 차례 다녀갔습니다. 대중들과의 화합 바람에 내가 보지 못하고 지낸 나의 묵은 가지들이 떨어진 것을 보고서야 ! 내가 이러고 있었구나’. 하고 참으로 부끄러워 참회의 눈물을 혼자서 많이도 흘렸습니다. 그리고 이런 바람을 맞게 해준 도반 스님, 대중스님, 우리 은사스님께 감사했습니다. 이 과정을 거치니 제가 비로소 승가 대중 속에, 승가 숲에 들어온 느낌이었습니다.

 

대중에 수순하는 중이 되어야 한다는 말을 교수스님, 은사스님, 많은 저의 선배 스님들로부터 매일 매일 듣고 있습니다. 자연의 숲에서 나무와 나무들은 저마다 햇빛을 보다 많이 받으려는 치열한 몸싸움이 있는데요. 숲에 들어가 하늘을 보시면 나뭇가지들이 서로 뒤엉켜있기보다 서로 잘 맞물려 있음을 보실겁니다. 이렇게 잘 맞물려 있는 것을 숲의 안전성이라 부릅니다.  숲의 나무들처럼 각자의 수행은 치열하게 하되 승가의 화합을 위해서 서로 양보하고 존중해줘야겠습니다.

 

숲과 나무를 10년동안 찍은 작가의 책에서 작가가 5천년 이상된 나무를 찍고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극단적인 조건에도 불구하고 생존한 것이 아니라 극단적인 조건 덕분에생존했다”.  덕분에라는 말은 감사함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환경을 탓하지 않고 극단적인 조건을 감사히 받아들인 태도 덕분에 생존했다는 말입니다.

 

끝으로 올해 운문사 달력 첫 장에 회주스님께서 친필로 적어주신 법구경 구절을 읽어드리겠습니다. “ 마음을 굳게 가져라 

   폭풍우 거세지만 이 일은 어이하나

   끝없이 후려쳐도 반석은 꿈쩍않네

   어진 이 마음 가짐 이러히 견고하여

   칭찬과 헐뜸음에 조금도 동요없네,

 

끝없이 후려쳐도 조금도 동요 없도록 공부 해나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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