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숨결이 깃든

호거산 운문사

차례법문

운문사승가대학 학인스님들이 4년 재학 동안 단 한번 차례대로 법상에 올라서 대중에게 법문한 내용입니다.

자의 일상은 별스런 것이 아닙니다._보인스님

가람지기 | 2011.12.26 13:29 | 조회 3064


 

수행자의 일상은 별스런 것이 아닙니다.

치문반 보인스님    


치문반 보인 안녕하십니까? 저는 운문사 강원에서 치문을 배우고 학인으로서 배우고 익힌 것을 실천하려고 노력하고 있는 치문반 보인입니다. 옛 선지식께서 수행자의 길을 올바르게 일러주시고 인도해 주시는 치문의 내용을 저는 한마디도 흘려버릴 수 가 없습니다. 수행자라면 반드시, 그대로 실천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매일 매일 일어나는 일상생활 가운데, 과연 나는 얼마나 나 자신을 자각하면서 살고 있는지...? 누군가 나를 훈계하고 질타할 때 나의 마음은 여전히 여여한지...? 과연 나는 무슨 생각을 하면서 하루를 보내고 있는지...? 내 순간순간 나의 눈에 들어오는 것, 나의 입으로 나가는 말, 내가 행동하는 것 하나하나 주의깊게 살펴보고 있는지...... 항상 하심하는 마음으로 참되게 진실하게 도반들을 돕고 있는지......” 저녁에 눈감으면 오늘의 일을 반성해 봅니다.

각자 소임에 바쁜 우리 반 스님들!
어느 덧 치문의 끝자락에 와 있습니다. 뒤돌아보면 후회스런 일도 많고 배우고 깨달은 것도 많습니다. 크고 작은 사건들이 도반들을 많이 힘들게 하고 아프게 했습니다. 아픈 만큼 성숙해진다고 했습니다.

“치문반 스님들 힘내십시오. 애쓰셨습니다. 그리고 진심으로 사랑합니다.”
“사람들은 자기 자신만큼 남을 본다”고 했습니다. 내가 하고 있는 말과 행동, 나의 생각이 옳은지 그른지를 알아차리지 못하고, 내가 옳다고 생각만하고, 그 아상덩어리인, 나를 내려놓지 못하고, 내 위주로 살면서 나에게 애착을 가지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남을 업신여기고, 남을 질타하게 되고, 모든 것을 나의 틀에 맞추려고 합니다.

이러한 행동과 말이 사람들을 괴롭게 합니다. 자신이 얼마나 잘못하고 있는지 조차도 모릅니다. 이러한 행동이 습관이 되어, 업이 되고, 윤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항상 괴롭습니다. 나 자신에 대한 애착을 내려놓는 것이 그 업에서 벗어나는 길이라 생각합니다. 현실은 나를 충족시켜주지 못하지만 만족할 줄 아는 것을 배워야 할 것입니다. 현명한 사람은 자신에게 도움을 주는 말을 지나가는 말로 하여도 얼른 알아차리고, 자기의 것으로 만든다고 했습니다.

사람의 그릇은 고무풍선과 같아서 좁게 쓸려면 한없이 쪼그라들어서 한마디도 남이 하는 말을 내 품안에 주워 담을 수가 없습니다. 반대로 넓게 쓸려면 한없이 넓어질 수 있는 것이 사람의 마음이고 그릇입니다. 비록 지금은 아무것도 주워 담을 수 없는 마음이지만 노력하면 얼마든지 키워 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태어나서 죽는 순간까지 그리 많은 시간을 살고 있지 않습니다.

사람 몸 받기 어렵고도 어려운데 어찌 마음 닦고 수행하는 일을 게을리 하겠습니까? 발심해서 출가한 수행자의 궁극적인 목적은 내가 나를 찾아서 깨달음을 얻어 부처가 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운문사의 생활이 내 인생의 전부가 아니 듯이, 이 또한 나를 다지는 과정이라 생각합니다. 수행은 결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이 순간 매일매일 일어나는 일상생활 속에 있는 것입니다.

4년을 함께 살아야만 하는 이 지중하고 소중한, 누구에게도 나누어 줄 수 없는 귀한 인연들, 우리는 그 사람이 싫든 좋든 함께 가야만 합니다. 이왕같이 갈 거면 착한마음으로 서로를 용서해 주고 보듬어주면서 살아가는 것이 ‘나 자신을 위하는 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좋은 인연은 내가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지금의 인연을 좋은 인연으로 만들어 놓아야 적어도 내생에는 그 인연이 나에게 해를 끼치지는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수많은 겁을 거쳐 오늘의 나 자신으로 지금의 모습으로 살고 있습니다. 모든 것이 내가 지어놓은 나의 업인데 누구를 원망하고 누구를 탓하겠습니까? 나 자신만을 보면서 살기에도 짧은 인생인데 남을 바라보고 남을 탓하며 살기에는 나의 인생이 너무 허망하지 않겠습니까? 우리는 인과를 두려워 할 줄도 알아야 할 것입니다. 우리에게 최고의 가르침과 최고의 진리를 주신 부처님, 저는 그런 부처님의 제자가 된 것이 너무나 감사하고 행복합니다. ‘부처님께 발원합니다. 저의 남은 인생, 헛되이 보내지 않고 이생에서 반드시 성불하여 불도를 이룰 수 있게 해 주십시오.’

마지막으로 제가 마음에 새기고 있는 무비스님께서 쓴 백운스님어록 머리글을 소개하고 마치겠습니다.
“죽음은 흉내냄이나 속임수를 끼워 넣을 수 있는 구석을 갖고 있지 않다. 그가 봄바람 속을 거닐고 가을 달을 바라본 만큼, 다만 그는 죽을 수 있을 뿐이니……. 그래서 선승들이 마지막 숨을 쉬기 바로 전에 보인 몸가짐과 말은 그 스님이 거둬 넣었던 삶이 갖는 어김없는 무게이기도 하다. 백운 스님의 마지막 말은 세상의 귀를 놀라게 하는 큰 외침이라기보다 차라리 마음의 샘에 스며오는 잔잔한 떨림이라 할 것이다. 그것은 ‘본디 있지 않은 몸과 머물 곳이 없는 마음’ 이라는 삶의 참모습에서 흘러넘치는 ‘한 항아리의 봄빛’인지라 번뇌의 손길마다 가슴을 향해 돌아오게 하고 무명의 발길마다 살펴봄의 빛속으로 들어가게 한다. 또 ‘돌아갈 길은 어디에나 있었고 고향은 모든 것 속에 있으니’ 스님의 삶과 말이 갖는 풍경은 늘 볼 수 있는 거리의 모습이요, 어제 보았던 별스럽지 않은 오늘의 별과 바람이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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