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화상
푸른 바람이 머무는 집에 살고 있는 사집 반 능과입니다. 피하면 피하는 것에 몇 배가 되어서 앞에서 기다린다는 것을 출가하고서 실감하고 있습니다. 저는 어린 시절부터 남 앞에 나서서 하는 일을 싫어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두려워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많은 어른스님과 선후배 스님과 도반스님 앞에 서서 이야기를 하려니 많이 떨립니다. 오늘 법문 제목은 자화상입니다. 그런 제 모습 때문에 점점 힘들어 지기 시작하며 마음도 몸도 점점 지쳐갈 무렵 도반스님과 서로 소임 때문에 말다툼을 하게 되었습니다. 내마음속에 나만 옳다는 생각에 도저히 도반스님에 이야길 받아들이지 못 했습니다. 그렇게 마음에 앙금을 두고 힘들어할 무렵 끝내 심한 독감으로 입원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며 5박6일 출타 날이 다가왔고 함께 갈 도반스님과 집으로 가는 길에 지친마음을 무엇으로 할까 고민하다 함께 서점과 갤러리를 가기로 약속을 했습니다. 드디어 기다리던 출타 날이 되어서 즐거운 마음으로 인사동으로 향해 갔습니다. 오랜 만에 가게 된 인사동은 참 새롭고 낯설었습니다. 여기저기 갤러리를 다니면서 여러 작가들의 새로운 작품을 보면서 요즘 사람들의 고민과 관심사는 무언지 생각 하며 작품을 보았습니다. 처음엔 호기심에서 보게 되었는데 여러 곳을 가고 여러 작품을 보면 볼수록 가슴이 아파져 오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왜 이럴까 하는 생각을 할 때 함께 간 도반 스님이 절 바라보면서 하는 말이 “스님아 이들은 현재가 없다 과거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하는 말에 내가 왜 이렇게 가슴이 아파 왔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그들의 모습에서 출가 전 저의 모습을 보았기 때문에 그렇게도 가슴이 아파왔던 것입니다. 저는 어린 시절 평범한 가정에서 큰 걱정 없이 잘 지냈지만 항상 무엇인지 알 수 없는 마음에 무거운 짐이 있었습니다. 누구도 강요하지 않았지만 그냥 자유를 그리워했습니다. 그런 저에게 인생에 큰 변화가 생기는 일이 생겼습니다. 가까운 이에 갑작스런 죽음이었습니다. 지금이 예전 보다 나을 것도 없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대중이모여 함께 사는 이곳이 어느 곳보다 편안합니다. 가지각색에 사람이 모여서 사는 곳이라 여전히 시시각각 마음이 일어나는 것에 흔들리지만 매순간 잊지 않고 지내려고 노력하면서 예전에는 꿈속에서 그림을 그려 왔지만 지금은 이곳 운문사에서 각색에 색으로 행복을 향한 자화상을 완성 해 갈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