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숨결이 깃든

호거산 운문사

차례법문

운문사승가대학 학인스님들이 4년 재학 동안 단 한번 차례대로 법상에 올라서 대중에게 법문한 내용입니다.

자화상_능과스님

가람지기 | 2012.03.30 14:03 | 조회 3178



자화상


능과 / 사집과 

푸른 바람이 머무는 집에 살고 있는 사집 반 능과입니다.

피하면 피하는 것에 몇 배가 되어서 앞에서 기다린다는 것을 출가하고서 실감하고 있습니다. 저는 어린 시절부터 남 앞에 나서서 하는 일을 싫어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두려워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많은 어른스님과 선후배 스님과 도반스님 앞에 서서 이야기를 하려니 많이 떨립니다.

오늘 법문 제목은 자화상입니다.
방학 동안 차례법문을 어떻게 할까 고민하며 지난 운문사에서의 일 년을 생각하니 파노라마처럼 지나갔습니다.
지난 일 년을 생각하면 적응하느라 바빠 무엇을 해도 어설퍼 실수투성이였던 첫 철을 보내고 정신없이 바빴지만 재미있게 보냈던 금당에서의초파일방학 그리고 후덥지근한 더위와 도량 가득한 아이들과 함께한 여름 불교학교 그리고 가을철 김장과 많은 행사가 있었던 겨울철에 2번에 종두 소임을 살면서 겨울철이 끝날 무렵 생활의 익숙해짐에서 온건지 아니면 떨어진 체력에 온건지 자꾸 마음 한구석에서 “왜 내가 여기에 있는 것 일까 지금 넌 무엇을 하고 있는 거니”하는 생각 자꾸 마음 한구석에서 일어나기 시작 했습니다. 그러던 중에 남는 방학이 시작되고 소임이 금당 당주라 혼자 남는 시간이 많아지고 그러면서 자꾸만 밖의 경계에 마음이 걸리며 혼자 시시비비를 하게 되고 그런 상황에 자꾸만 화가 나고 거칠게 반응 하는 제 모습에 저 역시 놀랐습니다.

그런 제 모습 때문에 점점 힘들어 지기 시작하며 마음도 몸도 점점 지쳐갈 무렵 도반스님과 서로 소임 때문에 말다툼을 하게 되었습니다.

내마음속에 나만 옳다는 생각에 도저히 도반스님에 이야길 받아들이지 못 했습니다. 그렇게 마음에 앙금을 두고 힘들어할 무렵 끝내 심한 독감으로 입원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며 5박6일 출타 날이 다가왔고 함께 갈 도반스님과 집으로 가는 길에 지친마음을 무엇으로 할까 고민하다 함께 서점과 갤러리를 가기로 약속을 했습니다. 드디어 기다리던 출타 날이 되어서 즐거운 마음으로 인사동으로 향해 갔습니다. 오랜 만에 가게 된 인사동은 참 새롭고 낯설었습니다. 여기저기 갤러리를 다니면서 여러 작가들의 새로운 작품을 보면서 요즘 사람들의 고민과 관심사는 무언지 생각 하며 작품을 보았습니다. 처음엔 호기심에서 보게 되었는데 여러 곳을 가고 여러 작품을 보면 볼수록 가슴이 아파져 오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왜 이럴까 하는 생각을 할 때 함께 간 도반 스님이 절 바라보면서 하는 말이 “스님아 이들은 현재가 없다 과거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하는 말에 내가 왜 이렇게 가슴이 아파 왔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그들의 모습에서 출가 전 저의 모습을 보았기 때문에 그렇게도 가슴이 아파왔던 것입니다.

저는 어린 시절 평범한 가정에서 큰 걱정 없이 잘 지냈지만 항상 무엇인지 알 수 없는 마음에 무거운 짐이 있었습니다. 누구도 강요하지 않았지만 그냥 자유를 그리워했습니다.
그런 저에게는 그런 감정을 표현하고 위안을 삼을 수 있었던 것은 그림을 그리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자라면서 자연스럽게 그림과 가까워졌고 저를 말없이 존중해 주시면 그길로 자연스럽게 갈수 있게 저를 든든하게 응원해 주시는 부모님이 있었기에 다른 생각 없이 당연하게 그림을 전공 하고 졸업 후 작품 활동만 전념 할 수 있었습니다. 그때는 내 인생에 그림 밖에 없었고 작품을 위해서 몇 칠 밤과 낯 먹는 것도 잊고 작업을 해도 힘든지 모르고 지냈습니다. 작품이미지가 떠오르지 않으면 잠자면서도 드로잉 북과 연필을 머리위에 두고 잠자리에 들 정도로 저에게는 그림이 모든 것 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좋아하는 그림 이였지만 매번 전시가 끝나고 늘어나는 작품과 경력도 허전함과 공허함은 체 울 수 없었습니다. 그런 허무함이 들 때마다 그럴수록 밤새는 날이 많아졌고 작업에 만 몰두 했습니다.

그런 저에게 인생에 큰 변화가 생기는 일이 생겼습니다. 가까운 이에 갑작스런 죽음이었습니다.
영원 할 것 같은 던 이들과 갑작스런 이별은 일상을 흔들어 버렸습니다. 전부라 믿었던 것도 위안이 되질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 힘들었던 시기 어느샌가 제가 그들을 위해서 기도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들을 위한 기도는 어느새 저에게도 편안함을 주었고 전에 느껴보지 못했던 마음에 여유와 긍정적인 생기기 시작 했습니다. 항상 무거웠던 마음에 어두운 짐은 어디에서 오는 것이 아니고 제가 만들어낸 것이란 것을 그때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영원한 행복을 위해 이 길을 택하게 되었습니다.

지금이 예전 보다 나을 것도 없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대중이모여 함께 사는 이곳이 어느 곳보다 편안합니다. 가지각색에 사람이 모여서 사는 곳이라 여전히 시시각각 마음이 일어나는 것에 흔들리지만 매순간 잊지 않고 지내려고 노력하면서 예전에는 꿈속에서 그림을 그려 왔지만 지금은 이곳 운문사에서 각색에 색으로 행복을 향한 자화상을 완성 해 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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