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숨결이 깃든

호거산 운문사

차례법문

운문사승가대학 학인스님들이 4년 재학 동안 단 한번 차례대로 법상에 올라서 대중에게 법문한 내용입니다.

지금 알고 있는것을 그때 알았더라면_법수스님

가람지기 | 2012.03.30 14:06 | 조회 3468



지금 알고 있는것을 그때 알았더라면


화엄반 법수스님

다 함께 합장 합시다
“부처님 마음 내마음 한마음 합장”

세상에서 가장 높고 큰 자비심과 완전한 지혜를 갖추시고 육신의 한계를 초월하여 자유자재 하시어 고통받는 중생을 불쌍히 여겨 구제하시는 부처님과,온 우주가 실로 한 몸이며 일체가 평등하다는 부처님의 가르침과, 한량없는 공덕으로 불법을 만나 너와 내가 둘이 아님을 깨달아서 일체의 차별심을 여의고자 수행하는 분들께 이 목숨바쳐 돌아가 공경하고 따르옵니다.

안녕하십니까 화엄반 법수上입니다.
운문사에 와서 첫 도량석을 돌던 날 새벽 별빛을 기억합니다.
아름다웠지만 그건 단지 겉보기등급을 보았던 것 뿐이겠지요.
멀리 있는 별은 상대적으로 흐리게 보이고 가까이 있는 별은 밝게 보이는 것이 겉보기등급인 반면, 실제등급이란 모든 별을 동등한 거리에서 봤을 때의 실제 밝기를 의미합니다.

그런데 아십니까?
겉보기등급과 실제등급이 우리들에게도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우리는 오랫동안 겉보기등급에 치중해서 남보다 돋보이려 하고, 좋은 것을 가지려하고, 잘 먹고 가꿔야 한다고 여기는 반면, 실제등급인 부처님과 조금도 다를 바 없는 이 마음자리를 살피는데는 소홀한 채 살아왔습니다.

그렇다고 겉보기등급이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공부를 해서 실력을 쌓고, 고운 말을 쓰고, 몸가짐을 단정히 하는 등의 노력을 하는 것도 겉보기등급을 높이기위함입니다.
하지만 운전자가 없는 자동차는 아무리 고급이라도 한낱 구경거리에 불과 하듯이, 실제등급인 마음자리를 외면한 겉보기등급이란 아무 소용이 없는 것입니다.
실제등급인 이 마음자리. 즉,‘참 나’라는 것은 보이지도 않고 만져지지도 않고 냄새나 소리도 없기 때문에 자칫 무심해지기 쉽지만, 걷고 머무르고 앉고 눕고 말하고 움직이는 등 우리 일상생활 속에 있지, 낯선 곳에 따로 있지 않으므로 마음자리를 살피는 공부는 누구든 할 수 있는것입니다.

옛날 화살을 잘 쏘는 왕이 사냥을 가던 중, 나무마다 과녁이 그려져있는데, 그 과녁에 화살이 정확히 꽂혀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 과녁을 따라 숲에 들어갔더니 웬 깡마른 늙은이가 활을 들고 있었습니다.

왕이 묻기를, “저 화살을 당신이 쏘았습니까?”
“예” “어떻게 쏘았습니까?”
“다름이 아니라 화살을 먼저 쏘고 과녁을 나중에 그렸습니다”

이 이야기에서 과녁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마음자리를 살피는 공부를 하기에 앞서 하게되는 고민들을 의미합니다.

우리는, 나이가 젊으니까 다른걸 해보고 나중에 해야겠다, 또는 나이가 많으니 금생에는 못하겠다, 대학 졸업도 못했고 불교 교리도 모르는데 할 수 있을까,
마음은 흐르는데로 놔두면되지 왜 억지로 붙잡아 살피는 공부를 해야 하나 등의 고민을 하느라 준비가 필요하고 망설이다가 결국 한 생을 헛 공부만 하게 될 수도 있는 것입니다.

그러면 화살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바로 이 마음자리의 주인공인 ‘참 나’를 참구하는 공부를 의미합니다.
화살을 먼저 쏘고 과녁을 나중에 그렸듯이, 선지식을 믿고 이 공부를 성취하면 나머지
조건은 저절로 갖춰져 있게 마련인 것입니다.

“신심으로 욕락을 버리고 일찍 발심한 젊은 출가자들은 영원한 것과 영원하지
않은 것을 똑똑히 분간하면서 걸어가야 할 길만을 고고하게 찾아서 가라”

우바리 존자님의 말씀입니다.

돌아보면 겉보기등급만 바라보고 걸어온 나날이었습니다.
남을 딛고 올라서지 않으면 내가 밟혀야 할 것 같아서, 마음을 차갑게 좀 더 차갑게 굳히지 않으면 안되는 길 이었습니다. 알게 모르게 남에게 상처도 먾이 주었습니다.

‘지금 알고 있는 것을 그때 알았다면’이라는 어느 시의 제목처럼, 그렇게 딛고 올라서 봤자 진정 원하는 목적지로 향한 길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더라면, 실제등급인 참 나를 닦아 깨우치는 공부하는 길 걷기를 주저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이제 두가지를 조화롭게 닦는 수행자가 되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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