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숨결이 깃든

호거산 운문사

차례법문

운문사승가대학 학인스님들이 4년 재학 동안 단 한번 차례대로 법상에 올라서 대중에게 법문한 내용입니다.

명상을 통한 분노를 다스리는 방법_증진스님

가람지기 | 2011.04.11 16:32 | 조회 4361



명상을 통한 분노를 다스리는 방법


“명상을 통한 분노를 다스리는 방법”라는 주제로 차례법문을 하게 된 사교반 증진입니다. 온 세상을 다 얼려버리겠다고 마음이라도 먹은 듯, 100년 만에 찾아온 혹독한 추위로 우리의 몸과 마음이 꽁꽁 얼어버린 것 같더니 어느새 도량 곳곳에 따뜻한 봄 햇살로 가득 찼습니다. 벌써 운문사에서 맞는 세 번째 봄이 왔습니다.

우리는 지나간 과거에 대한 후회로 연연해하고 또 오지 않은 미래에 대해 항상 걱정을 합니다. 과거를 후회하며, 현재의 자신을 비난하는 것이지요. 자신이 원하는 대로 되지 않으면 실망하고, 좋아하는 것을 잃을 때는 쉽게 좌절합니다. 서로의 생각이나 입장이 다르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차이나 피해가 생기면 존중받을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고 함부로 자존심을 다치게 하거나 마음에 상처를 내기도 합니다. 부처님 말씀처럼 우리는 너무나 어리석어 고통 그 자체 때문에 또 다른 고통을 받는 것 입니다. 아픔, 분노, 고통 이런 것들은 대부분의 불행과 불만족에 해당되는데, 이것은 뇌에서 형성되는 것이라고 합니다. 다시 말해서 그 고통들은 대부분, 우리 스스로 만든다는 것이지요. 아픔, 분노, 고통 이런 것들은 대부분 불행과 불만족에 해당되는데, 그 고통들은 대부분 우리 스스로가 만든다는 것입니다. 이런 부정적인 감정들을 하나로 설명하자면 ‘분노’라고 정의합니다.

예를 들면, 우리는 싫어하는 사람이나 싫은 일과 마주칠 때, 아주 불쾌한 느낌과 함께 그를 동반하는 또 다른 다양한 분노의 감정이 일어납니다. 불편함, 슬픔, 절망, 괴로움, 근심, 짜증, 싫증, 비난, 우울증, 불안함, 신경과민 이런 스트레스 같은 것들이 싫어하는 대상이나 상황 때문에 일어나는 분노의 다양한 모습들입니다. 이런 순간적으로 일어나는 반복적인 부정적인 마음 상태가 신체의 건강에 큰 해가 된다는 연구는 많습니다. 한국의학계에서만 존재한다는 “화병”이 가장 좋은 예가 될 수 있습니다. 쉽게 화를 잘 내고 의심이 많고 부정적인 견해가 짙은, 냉소주의적인 사람들은 일반인들에 비해 20년 이내에 심장발작으로 인해 죽음에 이르는 확률이 2-3배 더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왔습니다.

맛지마 니까야에서 「톱의 비유경」에 도적들이 자신의 사지를 톱으로 자르더라고 분노를 일으키지 말고, “나의 마음은 그것들에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고, 추악한 말을 뱉지 않을 것이며, 자애의 마음을 가지고 미워하지 않고 안녕을 기원하며, 연민의 마음을 일으키리라. 그래서 자애의 마음으로 이 사람을 채우리라. 이 사람에서 시작하여 모든 세상을 광대하고 멀리 미치고, 무량하게 원한 없고 악의 없는 자애의 마음으로 하리라”라는 가르침이 있습니다.

부처님께서는 분노를 다스리기 위해서는 분노의 반대 정서인, 자애의 마음을 길러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분노를 다스리는 방법으로 자애명상(慈觀, mettà bhàvanà)을 제시하셨습니다. 모든 생명 있는 존재들이 잘되고 행복하고 평화롭기를 바라는 것이 자애(mettà)입니다. 자애를 마음으로 일으킬 때 자신을 포함한 모든 존재들이 ‘모든 존재들이 안락하고, 행복하고, 평화롭기를, 고통에서 벗어나기를’ 바라는 자애의 마음을 반복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순수하고 진실한 마음’이어야 합니다. 자애의 마음을 일으키는 순서는 자기 자신, 고맙거나 존경하는 사람, 사랑하는 사람, 중립적인 사람, 싫어하는 사람으로 넓혀나갑니다. 이 모든 사람들에게 동등한 사랑을 느낄 수 있을 때, 자애가 완성되는 것입니다. 불교에서는 자애는 자비희사(慈悲喜捨)의 사무량심(四無量心) 수행의 일부를 말합니다. 모든 존재들의 행복을 바라는 자(慈, mettà), 괴로움에서 벗어나기를 바라는 연민인 비(悲, karunà), 타인이 잘되고 행복해진 것을 더불어 기뻐하는 마음인 희(喜, mudità), 평정한 마음인 사(捨, upekkhà)가 사무량심입니다. 여러 가지 명상 중에서도 자비명상은 부처님께서 지도하신 이후 지금까지 전승되어 내려오는 자비관 수행법입니다.

이 자비명상은 달라이라마와 팃낙한 스님의 영향으로 최근 들어 유럽이나 미국에서까지 불교에 관심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이 자애명상이 분노를 다스리는 수행법으로 제시되고 있습니다. 자비명상을 처음 수행할 때는 즐거운 마음으로 편안하게 하는 것이 좋습니다. 형식에 지나치게 얽매여 너무 굳거나 긴장하면 마음이 안정되지 못하는 경우가 생겨 효과가 제대로 나지 않습니다. 자신에게 맞는 편한 마음자세에서 자비명상을 해야 정신이 또렷해지고 졸음에 빠지지 않습니다. 하지만 보통 사람들에 비해 치유과정이 더디고 힘든 사람들과 어느 정도만 치유되고 나서 더 이상 치유의 발전이 없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원인은 전생에서부터 지금까지 우리가 지은 선업의 복은 부족하고 업만 많이 쌓은 결과입니다. 이 사람들은 먼저 참회하는 마음자세를 갖춰서 꾸준히 복을 쌓으면서 업은 적게 지어 나가는 지혜가 필요한 것입니다.

불교의 중심 개념은 지혜(panna, 智慧)와 자비(metta karuna, 慈悲)입니다. 지혜는 수행을 통하여 획득하고 자비는 수행의 성과물인 지혜를 다른 사람과 공유하는 것입니다. 자비는 타인의 마음을 배려하고, 자기 자신과 다른 사람의 이익과 행복을 간절히 바라는 것입니다.

법정스님께서 돌아가시기 전에 이런 법문을 해주셨습니다. “깨달음에 이르는 데는 오로지 두 길이 있다, 자기 자신을 안으로 살피는 명상 그리고 이웃에게 나누는 자비의 실현... 지혜와 헌신의 길이다. 맑고 아름다운 마음, 향기롭고 자비로운 마음을 인연 있는 사람에게 보내는 것이 자비관 수행이다”. 사실 이 자비관 수행은 부처님 이래 알아차림 수행과 더불어 불교가 가장 선호한 수행입니다. 부처님께서도 새벽에 일어나면 매일 두 시간 정도수행을 하셨습니다. 매일 새벽 자비가 필요한 사람을 관찰한 후 맑고 평화로운 마음을 보내기도 하고 또는 직접 찾아가서 수행을 지도하기도 하셨다고 합니다. 이 수행법은 수행의 성과물을 다른 존재와 공유하는 중요한 과정인 것 같습니다.

앞에서 말한 것 같이 자비명상의 순서는 가장 먼저 자기 자신을 시작으로 사랑하는 가까운 사람들 마지막으로 좋지 않은 감정이 있는 사람들입니다. 자기 자신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자비관을 하는 것은 참 쉽고도 행복한 수행입니다. 문제는 생각만으로도 이미 적대감이 생겨버리는 미운 싫은 사람들인데요... 하지만 싫어하거나 적대감 내지 편견과 증오감, 서운함 감정이 있는 사람, 그리고 일시적 오해가 있었던 사람에게 그 감정을 그대로 두지 말고 자비관을 보냄으로써 서로의 감정을 녹여내고 자기도 그러한 부정적인 생각의 속박으로부터 해방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좋지 않은 감정을 가진 사람에게 자비관을 보낼 때는 먼저 자기 자신의 마음에 청정한 자비심을 가득 채운다음, 자비심을 보내고자 하는 사람의 모습을 눈앞에 그리며「나는 그대에게 아무런 적의가 없다. 그대도 나에게 어떤 분노나 적대감도 없기를 우리 모두가 평온하고 행복하기를」하고 자비관을 보냅니다. 사실 자비명상에 앞서 가장 중요한 것이 진심으로 서로에게 “용서”라는 것이 먼저 바탕이 되어야만 가능한 것 같습니다. 달라이라마께서도 “용서란, 타인에게 베푸는 자비심이라기보다 흐트려 지려는 나를 나 자신이 거두어들이는 일이다”라고 하셨습니다. 용서와 이해는 쉽게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끊임없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미움과 원한은 밖으로 표출되기 전에 내부에 먼저 독을 품어냅니다. 다시 말해서 누군가를 미워하는 것은 자신을 죽이는 것과 같다는 것입니다.

입장을 바꿔서 생각하고 또, 남이 내게 해주기를 바라는 것처럼 상대방에게 해주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다른 사람을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진정 가치 있게 만드는 것은 좀 힘들더라고 상대가 이해할 수 있을 때 까지 지치지 않고 꾸준히 설명해주고 또 이해될 때 까지 조금만 더 기다려 주려고 애쓰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이러다보면 어느새 서로의 오해가 줄어가고 자연스럽게 대중의 화합이 만들어 지는 게 아닐까요?

봄철, 각 처소마다 이런 저런 새로운 인수인계와 습의로 많이 바쁘고 힘겹겠지만...
서로를 배려하고 아끼는 마음만 있다면 어느 철 보다 즐겁고 행복할 거라 믿습니다.

살아있는 모든 이들이 평온하고 행복하길 두손 모아 간절히 기도드립니다.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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