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숨결이 깃든

호거산 운문사

차례법문

운문사승가대학 학인스님들이 4년 재학 동안 단 한번 차례대로 법상에 올라서 대중에게 법문한 내용입니다.

기도_자민스님

가람지기 | 2011.07.08 11:02 | 조회 3765



기도

삼보님께 귀의합니다.
자연과 더불어 앉아있노라면 무수히 많은 새들의 독특한 소리가 바람과 조화를 이루어 전해지는 것이 자연은 항상 순수 그 자체라는 걸 느껴봤습니다.

안녕하세요. 치문반 자민입니다.
저는 불교경전이나 교리에 대한 충분한 지식이 없어 제가 느꼈던 기도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저는 기도하는 만큼 그 결과가 있다는 것을 확신합니다. 제가 본격적으로 기도를 하게 된 인연은 주변의 아픈 지인을 위해 어느 절에서 천도제를 지내려고 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그 절 주지스님께서 천도제 지내기 전에 21일 기도를 해보라고 권유하셨는데 어떻게 하는지 그 방법도 모르고 해서 일단 모든 일을 중단하고 절에서 기도를 시작했습니다. 몇 일 후 공양주 보살들과 약수터에 갔었습니다. 보살님들은 앞에 가고 저는 그 뒤를 따라갔었습니다. 당근 하나를 들고 갔는데 두입 먹었을까?

당근 먹고 사례 걸려 본적 있으십니까?

저 역시 당근 먹고 사례 걸려 본적은 처음이거든요. 얼마나 힘든지 이게 죽는 것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까요. 그 당시 제가 물통만 들지 않았다면 되돌아 왔을 것인데 보살님들이 앞에 가고 있었기에 어쩔 수 없이 진정하고 약수를 떠온 적이 있습니다. 그 후로는 기도도중 절 밖을 나가는 것은 안 되겠구나 라고 마음을 다지고 기도에만 매달렸습니다.

영가천도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 기도했습니다.
어느 때보다도 편하고 행복하다라는 걸 느꼈습니다. 돈이 많아서도 아니요 명예와 권력 때문도 아니요 그렇다고 욕망을 채워서도 아니었습니다.

설명할 수 없는 행복을 맛보며 기도를 마치고, 또 다시 100일기도를 스님의 권유로 시작했습니다. 기도시작 얼마 후 기침감기로 고생한 적이 있었습니다. 21일 기도 때 당근사건도 있고 해서 그냥 버텨보기로 했습니다. 주위의 보살님께서 감기약을 주셔서 저녁 예불 하기 전에 약을 먹었는데 약에 취해, 예불을 마치고 나오다 법당입구 가파른 계단에서 발을 헛디뎌 떨어졌습니다.

떨어지는 순간 ‘다치지 않으면 부러지겠네’ 라는 생각을 했지만 이상하게도 타박상 하나 없이 자연스럽게 계단 아래로 착지되는 너무도 신기한 일이 벌어졌지요. 이것은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되지 못하는 부분이었지요. 불보살님이 도와주시지 않는다면 이런 일은 있을 수 없다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불보살님의 가피를 입은 것이라 생각하고 나니 감사함과 행복이 더해지는 것이었지요. 그 후 저는 부처님의 빽을 믿기로 했지요. 기침감기로 숨이 넘어갈 듯해서 온 도량의 스님들을 뇌롭게는 했지만 미련스러우리만치 ‘부처님, 알아서 해주십시오. 병원에는 가지 않겠습니다.’ 라는 마음으로 기도에만 매달렸습니다. 두어 달을 넘으니 감기도 지쳤는지 물러갔고 이때 느낀 것은 부처님께서는 제가 이겨낼 수 있을 만큼의 어려움을 주시는구나 라는 것을 새삼 실감했습니다.

사회생활을 하고 싶은 마음은 사라지고 부처님 도량에 눌러 앉고 싶은 심정이 간절했습니다. 이 편안한 행복이 무엇 때문 인지! 그 이유를 알고 싶기는 했지만 나이가 많았기에 머리 깍는 것은 생각을 많이 해봐야만 했지요. 도저히 자신이 생기지 않아 수행자의 길을 가라는 주위의 권유를 억누른 채 몇 년이란 시간만 흘러 보냈습니다. 그러나 부처님 전에 살고 싶은 마음은 변함이 없었습니다.

그러던 찰나 우연히 어느 스님께서 적극적으로 말씀해 주셨습니다. 그때에는 뭔가 머리에 얻어 맞은 듯한 마음이 이 길을 가지 않는다면 더 나이가 들었을 때 진정 후회하지 않을까? 늦었지만 지금 시작하지 않으면 훗날 두고두고 후회 할 것 같은 마음이 제 안의 가슴 속에서 소용돌이 쳐왔습니다. 그래서 다시 3천배를 시작했습니다. “부처님, 저는 아무 것도 모릅니다.

하지만 제가 이 길로 꼭 가야만 된다면 저는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피하지 않고 바른 정법, 바른 인연 만나 부처님 도량에서 살 수 있기를 발원합니다. ” 처음해본 3천배 기도가 끝난 뒤 마음을 굳건하게 정했지요. 좀 더 일찍 출가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 늦게 불법을 만난 탓에 불법에 대해서는 문외한 이었지만 저에게는 부처님의 든든한 빽이 있어 부처님께서 이끌어 주실거라 믿고 있었습니다. 3년이란 길고도 짧은 행자의 생활도 수행자의 길을 가기위한 하나의 연습과정이었습니다.

웃지 못할 실수도 많이 하면서 보냈으니까요. 마음으로 항상 격려 해주시는 어른스님께서 저에게 당부하신 말씀은 부처님의 법을 보고 마음 챙기며 무슨 일을 하든, 상내지 말고, 하심하며 살아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말씀을 늘 되새기며 살아가려 합니다.

늘 부처님의 말씀을 마음속에 새겨봅니다.
“자종금신 지불신 견지금계 불훼범 유원제불작증명 영사신명 종불퇴” 부처님 따르기를 정한 맘 목숨을 버릴지언정 계를 범하지는 않겠나이다. 부처님께서 증명하시옵소서.

‘초발심시 변정각’ 같은 마음으로 항상 변치 않는 초심으로 최선을 다해 생활하면 모든 것에 긍정적이고 감사하고 행복한 마음만 생긴다는 것을 저는 믿습니다.
모두 기도 열심히 하시어 감사와 행복을 느껴보십시오.

이 자리를 빌어 저의 은사스님과 대중스님들께 진심어린 마음으로 감사드리고 싶습니다. 성불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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