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숨결이 깃든

호거산 운문사

차례법문

운문사승가대학 학인스님들이 4년 재학 동안 단 한번 차례대로 법상에 올라서 대중에게 법문한 내용입니다.

출가하여 운문의 도량에 오기까지_현진스님

가람지기 | 2011.07.08 11:10 | 조회 3436



출가하여 운문의 도량에 오기까지

영하 20℃의 추위 속에 운문 도량에서 호되게 신고식을 치르고 절대로 녹을 것 같지 않게 꽁꽁 얼었던 이목소의 물과 수곽의 물도 녹고 절대로 꽃이 필 것 같지 않았던 지난겨울을 이겨내고 나무마다 다시 꽃을 피우고 또 더위를 만나는 계절을 맞이했습니다.

대중스님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 사집반 현진입니다.
저는 오늘 출가하여 운문의 도량에 오기까지 라는 내용으로 대중스님들께 짧게나마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출가는 참으로 결정하기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불법과 인연이 닿으려고 했는지 불법을 만나기도 훨씬 전부터 옷을 입어도 항상 회색 옷에 회색신발에 회색 가방만을 들고 다녔죠.
하다못해 인터넷에서 흔히 쓰이는 닉네임도 [ 연꽃.한지.그리고 승려 ] 그것이 무슨 뜻인지도 모른체 말입니다. 출가하기 전에 저의 생활은 단순 그 자체였습니다.

눈뜨면 집, 어디론가 나가서 정신없이 하루를 지내다 보면 직장, 남들이 흔희들 말하는 일요일과 공휴일이 무엇인지도 모른체 그렇게 일에 파묻혀서 직장과 집을 오고가는 생활이 반복 되곤 했습니다.

그렇게 15년 가까이 다녔던 직장에 위기가 찾아왔었고 그때부터 무기력증을 동반한 번뇌 망상으로 머릿속이 복잡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이리도 열심히 살다가 죽으면 무엇이 되고 또 어디로 갈까?? 윤회는 무엇이고 또 환생은 무엇인가?..... 이런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을 무렵 어느 날 친구와 새벽 2시가 넘도록 전화로 이런저런 얘기를 하던 중에 “ 그러지 말고 우리절에 나랑 같이 다니자...” 하며 손을 내미는 친구에게 이끌려 조금씩 절집문턱을 넘기 시작했습니다.
천수경을 외우고 기초교리를 배우고 약찬게를 외우려고 귀에 이어폰을 꽂고 다니면서도 무엇인가 채워지지 않은 듯한 항상 2% 부족한 듯 한 것은 무엇인지 모른 체 불법과의 인연속으로 접어들게 됐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그동안 해보지 못했던 것들 다니지 못했던 여행을 다니기 시작했는데 문뜩 내가 무엇을 하고 있나 하고 살펴보니 하고 있던 것은 큰스님들 법문을 들으려고 했었고 다녔던 여행지를 살펴보니 전국에 유명한 사찰을 찾아서 다니고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 아 ~ ! 내가 이럴 것이 아니라 머리 깎고 먹물옷을 입으면 어떨까? ” 하는 생각이 문뜩 들었습니다. 생각을 생각으로 그쳐야 하나..생각을 행동으로 옮겨야 하나 하고 결정내리는 것이 마음 먹은 데로 쉽지는 않았습니다. 망설이고 있을 쯤..다니던 절 주지스님께 의논을 드린다고 얘기를 한 것이 결정적으로 나를 행동으로 옮길 수 있게 자극을 했지요.

주지스님께서 하신 말씀은 “ 진여성 보살 ! 보살 근기로 3개월을 못 넘겨 말어.~ 머리깍고 중이 되는 것이 말처럼 쉬운 줄 알어? 아서~ 말어~ 하는 말을 듣고 그 다음날부터 출가 준비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집가까이에 있는 일산 여래사에 다니며 출가 원을 세우고 새벽기도부터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평소 알고 지내던 스님께서 전화를 하셔서 출가할 생각 없냐고 묻더군요. 내가 알고 있는 곳이 있으니까 생각 있으면 찾아가보라고 하시며 전화번호를 남겨주셨습니다.
불러준 전화번호를 들고 주지스님을 찾아뵙고 2시간 넘게 상담을 하고 나오면서 아.~ 이제 모든 것을 정리 할 때가 왔구나 싶더군요. 며칠 뒤 모든 것을 정리하기 시작했습니다.

일 때문에 출장이 잦은 탓에 집에는 일을 핑계대고 출장을 가야한다고 하고 이번에는 한달 정도 걸릴 것 같다는 말만 남기고 곧장 세간을 넘어 출세간으로 건너와서 일주일 만에 삭발했지요.

세속에서의 인연은 가족은 물론이고 가장 가깝게 지냈던 친한 이들 조차 내가 어디로 가고 또 무슨생각을 하고 있는지 조차 모른 체 그렇게 행자생활이 시작됐습니다.

제가 출가한 절은 도심 속에 위치한 절이어서 평상시 산속에서처럼 비오고 눈 오고 안개를 보면서 또 낙엽을 쓸면서 시작되는 생활은 아니었습니다. 새벽 알람을 4시에 맞춰놓고 정신없이 하루를 시작해서 정신없이 하루를 마감했습니다.

행자생활을 거쳐서 사미니계를 받고 소임 1년을 살고 운문사로 입학을 하게 됐습니다.

운문사에서 緇門생활이 시작됐고 緇門1년은 좌충우돌 실수연발 강원에서 하는 말은 분명 한국말임은 틀림없는데 도무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 들을 수가 없었고.......

어느 날 설거지를 하고 지대방으로 왔는데 도반스님이 묻더군요.

문: “스님 ! 스님은 설거지 할 때 무슨생각을 해요?”

답: “생각?...설거지 하는데 생각이 필요해? 생각할 틈이 어디 있누! 바빠 죽겠는데... 빨리 끝내야지 하는생각말고 아무생각 없어요.~”

하고 대답하니까 도반스님이 하는 말

문: “스님 ! 그러지 말고 설거지를 할 때도 佛性에 대고 설거지를 해봐요. 아무생각말고 오로지 佛性에다 대고 설거지를 해봐요 그리고 순간 순간을 놓치지 말아요.~” 도반스님의 얘기인 즉, 순간을 놓치지 말고 화두를 늘 잡고 있으라는 말이었죠.

그 말을 듣고 며칠 후 새벽에 법고를 올라갔는데 상반스님께서 올라오셔서 하시는 말씀이

" 내가 緇門때 꼭! 꿈을 꿔도 꼭 설거지에만 빠져있고 상추씻는 거에만 빠져있는 그런 꿈을 꾸더라고요. 그러면 안돼는데 순간을 놓치지 말아야 하는데 지금은 緇門때 보다는 조금 낳아졌지만..."

그 두 마디는 지금도 가끔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고 조금씩 나태해지고 또 조금씩 흔들릴 때 자신을 돌아보게 됩니다.

봄방학때 집으로 갔더니 부전스님께서 하시는 말씀이
" 스님 ! 내가 운문사 사집반때 어느 날 감자를 캐는대 화엄반 스님이 다가 오더니 하시는 말씀이
"이렇게 썩은 감자를 보고 무슨생각이 드세요?" 스님이 사집이 되고 사교가 되고 화엄이 되려면 이 감자처럼은 썩어봐야 그때 비로소 머리깍은 중생활이 무엇인지는 조금은 아주 조금을 알아가게 될겁니다.“ 하고 말씀해주셨는데 졸업할 때까지 그 말이 약이돼서 졸업을 무사히 할 수 있었어요. 또 지금까지도 남아있어요." 하고 얘기를 해주더군요.

주변해서 나를 조금씩 깨우는 이런 말들이 망고 나무에서 망고가 익어가듯 운문의 도량에서 결실을 맺고 떠날때까지 저에게는 약이 될 것입니다.

대중스님 여러분 여일 정진 하십시오.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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