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계생정 인정발혜
부처님 당시부터 오계를 받는 일은 불자가 되기 위한 중요한 절차였습니다. 이러한 전통성을 가지고 있는 계는 오늘날 ‘계율’이라는 단어와 동일한 의미로 쓰이곤 합니다. 그러나 계와 율은 의미와 역할에서 구분이 됩니다. 그러나 집단이 커짐에 따라 집단 내의 질서가 흐트러지는 상황이 많이 생기게 되었고 이 로부터 제정된 것이 바로 율입니다. 율은 vinaya로 ‘이끌어간다, 없앤다, 규칙’등의 의미로 도덕 규범에 비해 강제성을 띱니다. 다시 말하자면 계는 자발성에 기초하고 있으므로 현실과 타협되기 쉽고, 잘 지켜지기 어려운 반면, 율은 강제적이고 획일적으로 적용되는 것입니다. 이처럼 계는 자발성이 강조되는 것으로, 수많은 경전에서는 이에 대한 중요성을 언급합니다. <능엄경>에서는 ‘인계생정 인정발혜(因戒生定因定發慧)’ 즉, ‘계로 인해 선정이 생기고, 선정을 인해 지혜가 발한다’는 구절로 계의 중요성을 한마디로 말해주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계를 잘 지킬 수 있을까요? 지계에 있어 가장 중요한 마음가짐은 ‘부끄러워 하는 마음’입니다. 이 마음을 가지고 잘못을 뉘우치며 다시는 그 일을 되풀이 하지않겠다고 다짐하는 것이 바로 참회입니다. 첫째로는 외부의 상황에 늘 신경쓰고 있는 우리의 육근을 잘 단속하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음량, 즉 음식의 양을 잘 아는 것으로 발우공양과 같이 자기가 먹을 만큼의 음식을 담아 먹는 식사법입니다. 항상 음식의 양을 아는 것, 이는 욕심을 줄이게 하여 계를 잘 지킬 수 있는 방법이 됩니다. 셋째는 ‘늘 깨어있는 일’입니다. 늘 깨어있는 상태에서 수행자로써 해야할 일과 하지 않아야 할 일을 똑똑히 분간하고, 고고하게 걸어가야 합니다. 넷째는 ‘만족’입니다. 우리는 늘 무언가를 가짐으로써 곧 욕망을 채움으로써 만족을 얻습니다. 그러나 욕망은 나로 하여금 선업보다는 악업을 짓도록 부추긴다는 사실을 늘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이런 네가지만 잘 실행하며 전심으로 불법을 구한다면 우리 수행의 기본은 저절로 탄탄하게 갖추어 지는 셈입니다. 시대가 많이 변해왔지만 우리에게 반드시 필요한 것은 선정과 지혜입니다. 해탈로 이끄는 지름길인 이 둘을 생기게 하는 것이 바로 계행입니다. 내 계의 발이 튼튼할 때 깨달음의 보배가 있는 곳으로 나아갈 수 있는 것입니다. 어떤 이가 아주 귀한 전단향 나무 덩어리를 얻어 시장에 팔려고 내놓았습니다. 그러나 너무 비싼 터라 아무도 사지 않아 그는 나무를 태워 값이 싼 숯을 만들어 팔기로 했습니다. 숯을 다 판 이 어리석은 사람은 진작 숯을 만들걸 하며 후회를 했다고 합니다. 수행함에 있어서 쉽게 돈벌려고 전단나무를 숯으로 만들어 파는 장사꾼이 되지 마십시오. 전단향의 가치를 알고 값어치 있게 쓰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과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수행함에 있어서 쉽게 돈벌려고 전단나무를 숯으로 만들어 파는 장사꾼이 되지 마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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