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숨결이 깃든

호거산 운문사

차례법문

운문사승가대학 학인스님들이 4년 재학 동안 단 한번 차례대로 법상에 올라서 대중에게 법문한 내용입니다.

염 주(법원스님)

운문사 | 2005.12.26 13:10 | 조회 3344

半尺紅絲錯貫珠 한 올의 붉은 실로 염주를 꿰나니

重重刹海掌中收 중중무진의 세계 이 손안에 들어오네

傍人且莫分賓主 그대여! 부디 객과 주인 나누지 말라

一二相參自點頭 하나 둘 꿰어나가며 스스로 끄덕이네

- 편양당집-


저는 오늘 염주에 대해 대중스님들과 이야기 해보고자 합니다.

먼저, 염주는 인도에서 승려가 수행의 집회일을 알기 위해서 서른 개의 흑백주를 썼던 것이 시초가 되었다고 합니다. 또 다른 일설에는 인도에서 귀공자들이 부처님께 귀의하여 스님이 되어 교단에 들어온 후에 구슬 같은 보화를 가지고 와서 버리기를 아쉬워하니 부처님께서 사치품으로서가 아니라 염불하거나 주문을 외울 때 쓰는 것으로 허락해서 목이나 손목에 걸고 사용했던 것에서 비롯되었다고도 합니다.

명칭은 헤아리는 구슬이라는 뜻으로 수주(數珠) 또는 주수(珠數)라고도 하며, 범어로는 발색막이라고 합니다. 북방계 불교도들을 비롯해 중국을 거쳐 우리나라에 퍼져온 것으로 중국의 도작스님(562-645)이 처음으로 염주를 사용하였다고 합니다.

염주의 수는 108을 기본수로 하는데 이것은 우리 인간에게는 108가지의 근본번뇌가 있으므로 그것을 없앤다는 신념에서 정해진 것입니다. 수주경에서는 염주를 크게 네 가지로 구분하고 있는데, ①천팔십염주는 상품주 ②백팔염주는 최승주 ③오십사염주는 중품주 ④이십칠염주는 하품주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오십사염주는 보살수행의 오십사점차인 십신, 십주, 십행, 십회향, 십지, 사가행을 나타내며, 이십칠염주는 소승의 이십칠현성을 표현한 것입니다.

그리고 다시 백팔염주를 십이분으로 나누어보면,

① 맨 위 머리의 한 개, 즉 주불과

② 양 옆으로 4개씩, 곧 8개는 8대 보살님(문수, 보현, 관세음, 대세지, 금강애, 금강장,

금강어, 금강권보살)을 나타내고

③ 양 옆 3개씩 6개는 육바라밀

④ 양 옆 4개씩 8개는 팔금강신장(황수구, 백정수, 자현, 대신, 청제앙, 적성화, 정지앙,

벽독금강신)을,

⑤ 4개는 범천왕, 도리천왕, 마혜천왕, 정거천왕을 나타냅니다.

⑥ 28개는 28천상(무색계4천, 색계18천, 욕계6천)

⑦ 28개는 28수, 즉 별이름을 뜻합니다. 그리고,

⑧ 20개는 20가지의 지옥

⑨ 1개는 토지신

⑩ 2개는 국왕과 부모님

⑪ 하단 가운데 한 개는 지장보살님

⑫ 마지막 한 개는 염주를 지닌 본인이라고 합니다.

「금강정유가염주경」에 의하면, 母主(主佛)라는 가장 큰 구슬 하나는 무량수불을 나타낸 것이며, 다른 작은 구슬들은 관세음보살님을 나타낸 것이라고 합니다.

염주의 공덕을 찬양한 경전 중 「목환자경」에 의하면 "만고에 번뇌장이나 업장을 털어서 단멸하고자 하려면 목환자로 백팔염주를 만들어서 항상 몸에 지니고, 지성으로 불법승 삼보의 이름을 외우며 염주알을 하나씩 세어 20만 번에 이르면 자신의 산란이 없어지고 의식이 자연스러우며, 100만 번에 이르면 108번뇌가 끊어져 현실의 고뇌를 해탈한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또 염주가 법주라는 것을 보여주는데, 「목환자경」에 전하는 설에 의하면 옛날 비유리왕이 부처님께 여쭙기를 "우리 국토는 변방에 있는 타국으로부터 자주 침략을 받으며, 흉년이 들어 곡식은 귀하고 악질전염병이 생겨 백성들이 도탄에 빠져 어찌할 도리가 없나이다. 원하건데 부처님께서 자비를 베푸셔서 저로 하여금 불도를 수행하여 죄업이 소멸되며 이 고통을 덜게 하여 주옵소서." 그때 부처님께서 말씀하시기를 "만약 그 같은 고통을 없애고자 한다면 목환자 백팔염주를 항상 몸에 지니고 행주좌와에 항상 일심으로 아미타불 명호를 염하며 염주알을 한 개씩 넘기라, 이리하여 백천만 번을 외우되, 만약 이십만 번을 채우는 자는 몸과 마음이 청정해지며 나라에 모든 불충한 자도 없어지고 죽은 후에는 야마천상에 태어날 것이요, 백만 번을 채우는 자는 백팔번뇌가 소멸되고 무상보리도를 이룰 것이다."라고 하셨습니다. 이 말씀을 듣고 비유리왕은 크게 기뻐하며 부처님을 향하여 예배하고 즉시 명하여 목환자 염주 일천 벌을 만들어 왕족과 관리들에게 나누어주게 하고, 왕은 항상 염송하여 그 공덕으로 모든 환란을 면하고 무량 복덕을 누리다가 이고득락 하였다고 합니다.

염주는 지닌 모습에 따라 뜻이 다른데 두 손으로 가슴 위에 갖고 오로지 고요한 마음으로 망념을 끊고 유가상응법을 행하면 모두 다 이사법을 성취하며, 잘 받들어 지니면 무간지옥이 청정해지고, 목에 걸면 사중죄가 청정해지고, 팔에 걸면 모든 죄가 소멸되고, 일심으로 염불하면 무량공덕이 생겨서 원과 복이 원만해진다고 합니다.

염주는 오늘날 번뇌를 끊는 도구이며 수행하는데 중요한 도구가 되고 있으며 염주 한 알을 굴릴 때마다 번뇌가 끊어지므로 그만큼 부처님의 광명이 자신에게 충만해지고 죄업이 소멸되며 복이 생기는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염주 한 알은 바로 부처님을 친견하는 것이라는 신앙이 되었고, 또 염주를 불보살처럼 소중히 여기는 신앙이 생기게 된 것입니다.

대중스님!

이렇듯 염주 한 알 한 알에 원력을 담아서 끝없는 이 길을 여일하게 수행정진 하시길 바랍니다.

성불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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