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숨결이 깃든

호거산 운문사

차례법문

운문사승가대학 학인스님들이 4년 재학 동안 단 한번 차례대로 법상에 올라서 대중에게 법문한 내용입니다.

염불선의 수행과 실천(자성스님)

운문사 | 2005.12.26 13:08 | 조회 5181

아미타불 재하방 착득심두 절망망

염도염궁 무념처 육문상방 자금광

나무아미타불


간화선의 대가이며 염불을 매우 중요하게 여기셨던 나옹혜근 선사 게송입니다.

불교의 최대 목표는 깨달음입니다.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방법 또한 다양합니다. 그중에 하나는 자력에 의한 선이 있고 또다른 하나는 타력에 의한 염불이 있는데요, 선이 스스로의 힘에 의존한다고 본다면 염불은 불보살의 본원에 의지하여 깨달음에 도달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참선이 곧 염불이고 염불이 곧 참선이다."

서산대사의 말씀입니다. 그 말씀에 따르자면, 우리가 수행함에 두 가지를 함께 병행한다면 더욱 좋으리라 봅니다. 염불은 저희들이 일상생활에서 항상 할 수 있는 가장 간편하고도 쉬운 방편입니다. 법문을 준비하면서 염불에 대한 많은 것을 알게 되었는데, 먼저 염불은 입으로만 부를 때는 송이라 하고 마음으로 부를 때는 염이라 합니다. 모든 염불이 송으로만 그치고 염을 잃어버린다면 도를 얻음에 아무런 이익도 없을 것입니다.

염불이란 부처님을 기억하고, 끊임없이 그 이름을 부르는 것을 의미하는데 그 종류에는 칭명염불, 관상염불(觀相), 관상염불(觀想), 실상염불 등 네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칭명염불은 부처님 명호를 불러 번뇌를 물리치고 가피를 얻어 구경에 이르는 가장 간단하고도 행하기 쉬운 염불법이며, 관상(觀相)염불은 부처님의 원만한 상호를 생각하는 염불입니다. 또 관상(觀想)염불은 부처님의 지혜공덕을 생각하는 염불입니다. 그리고 실상염불은 부처님의 법신 곧 일체 만법의 본 바탕은 있는 것도 아니고 공한 것도 아닌 중도실상의 이치임을 생각하는 염불입니다. 그밖에도 호흡에 맞추어서 염불하는 수식염불, 아미타불을 화두로 참구하는 간화염불 등이 있습니다.

관상염불법으로는 반주삼매를 성취할 수 있는데 반주란 '가까이 선다' 는 뜻으로 삼매를 얻으면 시방의 제불이 실제로 그 앞에 있음을 볼 수 있어서 선정삼매에서 관상하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실상염불법으로는 「문수반야경」에서 말하는 일행삼매를 성취할 수 있다고 하는데 일행삼매란 일체처 행주좌와에 마음이 순일하고 곧으면 참으로 정토를 이루는 것을 말합니다. 이것은 육조혜능스님의 「육조단경부촉품」의 말씀입니다.

최초로 염불선이란 용어를 사용한 사람은 5조 홍인스님 문하의 과랑 선즙스님인데요, 여기에 대해 규봉 종밀스님은 원각경 대소초에서 '남산 염불문 선종'이라는 말을 쓰고 있습니다. 일자 염불로서 처음에 소리를 끌어서 깊이 염하고, 뒤에는 점차로 소리가 적어져서 소리가 없어짐에 이르러 부처를 보내고 뜻에 도달하며 생각이 거칠어지면 다시 지극한 마음을 염염에 항상 부처를 마음 가운데 있게 하며 최후에는 그 상마저 없어져 도를 얻게 됩니다. 초기의 염불선은 염불이 주이고 선이 종이었음을 알 수 있는 말입니다. 이러한 수행법을 염불선이라고 부르는 것은 어디까지나 실천수행에 중점을 두고 '염불하는 이놈이 누구인고?'하며 염불하고 있는 자신의 주체에 대한 깨달음을 철저히 참구하는 수행, 곧 화두참구를 중요시하는 간화선 수행법과 그대로 일치하고 있는데요, 송대 이후에 나타난 염불선은 서로 개성이 다른 염불과 참선을 하나의 수행으로 융합 시켰다고 볼 수 있습니다.

「능엄경」에 부처님 인행시에 부처를 생각하는 염불심으로 무생법인에 들어갔다는 말씀이 있고, 「염불삼매경」에는 염불삼매는 곧 모든 수행법을 갖추고 있다고 하며, 「기신론」에서는 우리 마음을 오롯하게 해서 염불하는 것으로 인연이 되어 부처의 세계에 태어난다고 설하고 있습니다.

또 영명연수선사의 「참선염불사료간게」를 살펴보면,

첫째, 선만 있고 정토가 없으면 열에 아홉이 길을 잃으니 번뇌의 경계가 나타나면

곧 거기를 따라간다.

둘째, 선은 없더라도 정토만 있으면 일만 사람이 닦아 일만 사람이 다 성취하니

아미타부처님만 친견하면 깨닫지 못함을 걱정할 것이 없다.

셋째, 선도 있고 정토도 있으면 마치 뿔난 호랑이와 같으니 현세에 많은 사람의

스승이 되고 능히 부처와 조사가 도울 것이다.

넷째, 선도 없고 정토도 없으면, 지옥과 같은 나쁜 길에 떨어져 만겁천생에 깨달을

인연이 없다.

라고 합니다. 우리나라는 신라의 원효대사가 무애행을 하며 아미타불을 불러 염불수행을 널리 전파시켰고, 보조국사 지눌으너 「염불요문」을 저술하여 진여염불을 권장함으로써 염불을 선에 포섭했으며, 태고보우선사는 염불공안을 타성케 하였습니다. 그밖에도 나옹혜근선사, 이조초의 함허득통스님, 청허휴정스님 등 선종계의 선사들이 염불로써 업을 맑히려고 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선의 한계성인 자비심과 사회성의 상실을 정토에서 보충시키고 염불의 한계성인 지혜의 증득을 선에서 보완한다면 둘이 하나가 되었을 때 완전한 깨달음을 얻을 것입니다.

대중스님!

言卽是法(언즉시법)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말이 곧 法이라는 말인데 우리가 주위에서 흔히 쓰는 '말이 씨가 된다'는 말과 같은 표현입니다. 장난삼아 하는 말에도 종자가 있어 그 말대로 모든 것이 이루어진다고 하니, 항상 염불하듯 말하고 기도하여 좋은 인연 맺어가길 바랍니다.

성불하십시오.


twitter facebook
댓글 (0)
주제와 무관한 댓글, 악플은 삭제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