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숨결이 깃든

호거산 운문사

차례법문

운문사승가대학 학인스님들이 4년 재학 동안 단 한번 차례대로 법상에 올라서 대중에게 법문한 내용입니다.

신중탱화(태희스님)

운문사 | 2005.12.26 13:09 | 조회 4904

고무털신을 신고 흙바닥을 걸어도 또각 또각 구두소리가 나는 것이 새삼 겨울임을 느끼게 합니다. 화엄반 59번 번호 끝, 태희입니다.

저희도 이제 졸업이 다가오는 모양입니다. 차례법문에 마지막 타자가 법상에 올라왔으니 말입니다. 잘해야 할텐데 걱정입니다.

저는 신중탱화에 대해서 준비를 했습니다. 신중탱화에 대해 말씀드리기에 앞서 간단히 불화를 말씀드리자면, 불화는 불교의 이념과 교리에 입각하여 중생교화를 주목적으로 제작됩니다. 그러므로 심미주의적인 아름다움이나 추상적인 자유로움을 추구하는 일반미술과는 달리 불화의 영역은 불교교리와 사상을 주제로 한 성스러운 평면 조형예술로서 표현됩니다. 따라서 불화의 특성은 결국 경전의 내용을 시각적인 형상으로 표출하는데 있으며, 더불어 경전의 극적인 장면들을 생동감 있게 묘사하기도 합니다. 불화는 용도에 따라 후불탱, 괘불, 신중탱, 영정 등 예배용 불화와 후불벽화, 건축물의 단청 등 장엄용 불화 및 불전도(팔상도), 본생도, 극락왕생도, 감로도, 지옥도 등 교화용 불화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운문사에도 벽화가 많은데 대부분 교화용에 속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탱화라 함은 글자 그대로 벽에 거는 그림을 뜻하며 벽에 직접 그림 .그림은 벽화로 구분됩니다. 불교교리 자체에는 오직 부처님의 깨달음을 바탕으로 이루어졌지만 중생제도에 있어서 대승사상이 발달하면서 뭇사상이 융화되어 우주에 있는 많은 신들을 융화시켰으니 다신론적인 인도에서 부처님의 설법을 듣고 교화된 많은 신들은 불법을 옹호하는 호법신으로서 변형되었으며, 다시 불교가 중국을 거쳐 유입되면서 중국의 토속신과 우리나라의 토속신까지 혼재되어 조성된 것이 현재 우리나라에서 흔히 이야기하는 신중탱화 속의 인물들입니다.

신중님 또는 신장님이라고도 하는, 이분들에 대한 이야기는 아시는 바와 같이 부처님의 퇴공을 받으리라는 원력으로 항상 부처님 곁에 모셔져 있습니다. 신중님도 크게 상·중·하단으로 나눌 수 있는데, 상단은 여래가 화현하여 신통이 원만한 대예적금강성자(마혜수라천왕이라고도 함), 청제앙금강, 벽독금강, 백정수금강, 적성화금강, 황수구금강, 자현금강, 대신금강, 정지앙금강의 팔금강과 대신력금강, 사보살, 십명왕을 포함해서 22분이 계시는데 이분들은 일백사위(一百四位) 중단탱화를 조성할 때만 들어갑니다.

일백사위 중단탱화는 우리나라 큰 사찰에만 모셔져 있는데, 운문사 대웅전 신중탱화도 여기에 속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중단은 대범천, 제석천, 비사문, 사천왕, 위태천신 등 36분이 계시는데 이중에는 우리가 많이 알고 있는 귀자모신도 있습니다. 중단의 신중이 중심적 인물이라 할 수 있고, 우리나라의 신중탱화는 보통 이들을 말하는데, 비로전 신중탱화가 여기에 속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단은 약찬게 앞부분에 나오는 주화신, 주가신, 주풍신, 주우신 등 호계대신, 복덕대신까지 44분이 계십니다.(우리나라 산신도 여기에 포함됨)

신중님의 명호를 보면 인도의 창조신이라고도 불리는 제석이 있는가 하면 중국의 도가적인 십대명왕과 우리나라 토속신인 산신까지 함께 합니다. 이것은 시대에 따라 불교가 다방면으로 전파되면서 각지방의 신사상도 포섭되었고, 또 그것은 융화적이고 포용적인 교리에도 있지만 생활속에 믿음을 심고 가꾸는 민족성의 장점에도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것은 신중탱뿐 아니라 다른 후불탱도 마찬가지입니다. 인물을 살펴보면 상단의 팔금강은 부처님이 중생을 제도코자 화현한 분이며, 사보살은 방편과 조복을 겸한 불보살의 방편화현신이고, 십명왕은 인도의 다신 중 장군의 힘을 가진 분들입니다. 여기의 십명왕은 중국의 도가적인 십대명왕과는 다른 분들입니다. 상단의 대범, 제석천왕은 이 세계의 주인이며 창조신이라 하고, 사천왕은 수미산을 중심으로 사대천의 왕으로 불법을 옹호하는 분이며, 일·월천자는 광명의 신이며, 나머지 중단의 신들은 천상 천하에 우리가 살아가는데 절대 필요한 곳을 관장하는 분들이며, 마지막 하단의 신중님은 우리의 삶과 가장 직접적인 분들로 재앙을 없애주고 복을 주는 신들입니다.

결국 신중님은 중생에게 믿음을 굳게 하고 어려움에서 해결해주는 기복신앙적 요소를 중심으로 이루어진 것이라 할 수 있으며, 안으로는 부처님께 귀의하여 수행정진하시고 밖으로는 불법을 옹호하시는 분들입니다.

지금까지 말씀드린바와 같이 탱화란 흘려보면 그냥 인물화에 불과하지만 자세히 알고보면 그 자체로도 수행이 되고 포교가 되는 것입니다.

지금 이 자리에는 260여명의 우리만이 있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저를 항상 옹호해 주시고 대중스님을 항상 지켜주시는 도량 신중님도 여기 함께 하셨습니다. 이런 생각을 할 때면 수업시간에, 예불시간에, 새벽 입선시간에 수마조차 이겨내지 못하는 제자신이 또, 우리들의 모습이 참으로 부끄럽습니다.

대중스님!

우리 모두 항상 깨어있는 수행자가 되도록 노력합시다. 법당 안에, 도량에 계시는 불보살 성중님들이 그냥 그림속에 성현이 아닙니다.

늘 깨어있는 선지식임을 잊지 마십시오.

성불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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