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숨결이 깃든

호거산 운문사

차례법문

운문사승가대학 학인스님들이 4년 재학 동안 단 한번 차례대로 법상에 올라서 대중에게 법문한 내용입니다.

사집과 도우

최고관리자 | 2016.01.26 15:15 | 조회 2230

치암중죄 금일참회 합니다

도우 /사집과

 

순순히 물러나지 않던 겨울이 이제 두 손을 들고 자취를 감춘듯합니다.

산뜻한 봄소식과 함께 운문사 청풍료에 걸망을 풀어 놓으신 치문반 스님들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그리고 어른스님과 대중스님들 안녕하십니까? 사집반 도우입니다.

보통 사람들은 힘들고 불행해져 보이지 않는 의지처가 간절해질 때, 절이나 교회를 찾고 기도를 하게 됩니다. 저도 역시 같은 경우로 절을 찾아 기도를 하게 되었는데, 법당에 앉아 스님을 따라 천수경을 읽으며 가슴깊이 받아들인 부분이 치암중죄 금일참회란 부분이었습니다.

어리석어 지은 중한 죄 참회 합니다. ‘치암은 세간지에서 어리석은 것이고, 출세간지에서 어리석은 것을 우치라 하며, 이는 현상이나 사물의 도리를 이해하지 못하는 무명입니다.

 

진정 어리석은 우치는 스스로 지혜롭다는 착각에서 비롯된다. 스스로 자기 자신을 지혜롭다고 여기는 사람은 남의 말을 무시하고 자기의 말만 들으라고 소리를 높이며, 남에게서 배울 것이 없다하고 남을 가르치려고만 하는 사람이다라고 합니다.

 

우리는 자라며 흔히 짓는 많은 잘못들 가운데 몰라서 그랬으니까 괜찮아란 말을 어른들이나 친구로부터 들어본 적이 많이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정말 몰라서 행한 잘못한 일들은 나쁜 일이 아니고 잘못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왔습니다. 그런데 부처님께서는 어리석은 죄를 참회하라고 하시는 것입니다. 더욱이 알고 저지른 잘못과 모르고 저지른 잘못들 중 모르고 저지른 죄가 더 크다고 말씀하시지요.

그렇다면 우리는 살아 숨 쉬는 동안 죄업을 짓지 않는 순간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요? 우리는 가지고 있는 지혜의 한계만큼 죄업을 짓고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생을 살아가면서 또 윤회를 거듭하는 동안 한 찰나도 죄업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는 것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알고 있으며, 나쁜 의도도 없고 또 진실해 보이는 모든 일들이 영원한 진리임을 확신할 수 있을까? 또한 어리석지 않다고 자신할 수 있을까? 스스로 이런 생각이 들자 엄청난 부끄러움에 몸 둘 바를 모른 채, 그저 눈물만 흘렸습니다. 그러나 덕분에 너무나 보잘 것 없는 나를 볼 수 있었고, 아만에 가득 찬 채 이기적으로 살아가는 저를 보았습니다. 모든 업장이 맑아져서 성불하는 순간까지, ‘나는 언제나 치암의 중죄를 짓고 있겠구나하는 무섭고 아픈 진실을 알았습니다.

어리석음이라는 것은 모든 재앙의 근본이며 모르는 것은 곧 큰 재앙이다. 어리석음이야말로 이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이라고 성현들은 말씀하셨습니다. 저에게 닥친 슬픔과 고난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바로우치였던 것입니다.

 

새벽에 사시에 그리고 저녁에 우리는 예불을 하러 법당으로 갑니다. 그럴 때 우리는 참배하러 오신 불자님들을 마주쳐서 지나곤 하지요. 그 분들 중 아주 공손한 마음이 느껴지도록 우리를 향해 합장 저두하시는 분들을 만납니다. 그럴 때마다 큰 부끄러움과 당황스러움에 제 고개는 저절로 땅을 향합니다. 제가 입은 장삼과 만의에 그분들은 공경스런 마음을 표현

 

 

 

하시는 것이겠지만, 장삼과 만의를 입고 삭발염의한지 길어야 3년이 채 안 되는 제 몸뚱이

에겐 과분한 예우인지라, 항상 부끄러워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공부해야 하는구나, 끊임없이 공부하고 앞으로 나아가 저분들의 합장을 감사히 받아 회향할 수 있는 힘을 가져야 하는구나.’ 라고 매번 다짐해봅니다. 그렇지만 치암의 중죄를 한순간도 벗어날 수 없는 저는, 장삼과 만의를 탈하고 지대방문고리를 잡는 순간부터 다시 우치로 뒤덮여 중죄를 지으며 살고 있습니다.

저는 출가 할 때, 불도를 다 이루고 법문을 다 배우고 중생을 다 구제하겠다는 발원보다는 그저 출가를 하지 않고는 견딜 수가 없었던 그 때의 제 마음과, 출가를 하지 않은 채 노인이 되 버린 제 모습을 봐야하는 순간을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었기에, 그 마음 평생 안고 기억하고 살아가겠다는 것. 그것이 제 발원중의 하나 였습니다. 그리고 이제 하나 더 생겼습니다. 법당을 오가며 느꼈던 그 부끄러운 마음을 잊지 않고 살아가는 것입니다. 우치의 중죄를 매일매일 참회하며 단 1초의 순간이라도 우치의 중죄에서 벗어나길 그리고 항상 노력하겠다고 매일 다짐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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