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숨결이 깃든

호거산 운문사

차례법문

운문사승가대학 학인스님들이 4년 재학 동안 단 한번 차례대로 법상에 올라서 대중에게 법문한 내용입니다.

100점 - 치문반 법어

최고관리자 | 2016.01.26 15:17 | 조회 1996

“100

치문반 법여

여러분 안녕 하십니까?

치문반 법여입니다.

 

오늘은 제가 좋아하는 이야기를 하나 나누고자합니다.

 

옛날 옛적에 활을 쏘는 것을 좋아하는 황제가 있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훈련을 거듭하여 지금은 어디를 목표로 하고 쏘아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솜씨가 되었습니다. 항상 누군가와 활을 겨루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어느 날 말을 타고 사냥을 나갔다가 숲에서 여기 저기 나무에 화살이 박혀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가까이 가서 잘 보니까 모든 화살이 원형의 한가운데를 관통하고 있는 것이 않겠습니까!

황제는 놀람과 동시에, 혹시 자신보다 더 능력이 있을지도 모르는 이 사람을 이기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마을까지 나가서 마을 사람들에게 이렇게 물었습니다.

"이 마을에 활의 명수가 있느냐?"

"활의 명수라고요?"마을 사람들은 잘 모르는 듯 했습니다.

"시치미 떼지 마라. 숲에서 화살이 하얀 원을 관통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 그 화살 말씀이십니까?"

"그 화살의 명수를 만나 승부를 하고 싶구나."

마을 사람들은 일제히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황제 폐하. 저 남자는 바보입니다."

황제는 분개하고 말했습니다.

"바보라고? 활과 화살의 명수가 바보일리가 없다. 이리로 데려 오라"

", 폐하. 바로 아까부터 저기에 앉아있는 저 남자입니다"

마을 사람들이 가리키는 곳에는 쪼그리고 앉아서 황제가 왔음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개미의 행렬을 보고 있던 남자였습니다.

황제는 조금 실망했습니다. 솔직히 좀 더 훌륭한 옷차림을 한 현명해 보이는 인물일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어쨌든 황제는 그 사람을 말에 태우고 숲으로 향했습니다.

"네가 나무에 화살을 쏘았겠다."

"그렇다~"

"여기까지 명중시키는 것은 나도 어렵다. 도대체 비결이 무엇이냐?"

황제는 남자에게 화살을 주었습니다.

"간단하다~"

남자는 그렇게 말하고 근처 나무에 화살을 쏜 후 나무를 향해 뚜벅 뚜벅 걸어갔습니다.

그리고 주머니에서 하얀 분필을 꺼내서 그 화살 주위에 동그라미를 그렸습니다.

"100 !"

그렇습니다. 남자는 활과 화살의 명수가 아니라 단순히 활을 당겨 맞은 곳을 중심으로 원형을 그렸던 뿐이었습니다.

 

어떻습니까?

저는 이 이야기를 아주 좋아합니다.

그리고 뛰어난 솜씨를 가진 황제보다 부도 명예도 재능도 없지만 단순하게 살아있는 이 바보"가 멋지구나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라는 것이 존재한다고 믿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가 조금이라도 편안하게 살고 싶고, 다른 사람보다 뛰어나고 싶고, 그리고 다른 사람으로부터 인정받고 싶어 합니다. 욕망에 휘둘리기 바쁘고, 또 그 욕망에 집착하고 원하는 대로 되지 않으면 고통스러워합니다.

 

그리고 ''를 기준으로 이것이 좋다 혹은 나쁘다고 물건마다 분별하고 자기 의견에 집착합니다.

 

그러나 부처님은 라는 것은 실체가 아니라 五蘊의 무더기에서 일어나는 것이라고 역설하셨습니다.

 

''라는 관념이 없어지면, 그것을 기준으로 생긴 분별심이나 욕망도 실체가 없어진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어디에서나 어떤 순간에서나 단지 그 있는 그대로가 ‘100일 것입니다.

 

저는 아직 수행이 많이 부족하고,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일 수 없지만, 운문사에서 수행하는 사년을 통해서 찰나찰나가 100점이라고 말할 수 있는 힘을 익힐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모자란 저의 법문을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twitter facebook
댓글 (0)
주제와 무관한 댓글, 악플은 삭제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