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숨결이 깃든

호거산 운문사

차례법문

운문사승가대학 학인스님들이 4년 재학 동안 단 한번 차례대로 법상에 올라서 대중에게 법문한 내용입니다.

참 좋은 인연입니다.- 대교과 나경

최고관리자 | 2014.05.29 14:54 | 조회 3331

참 좋은 인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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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교과/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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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대교과 나경입니다. 제가 벌써 화엄반이어서 어느덧 운문사에서의 4번째 봄을 맞이함과 동시에 차례법문을 하게되었는데요, 운문사 매화꽃나무에 매달려있는 밤하늘의 별들을 너무나도 사랑하고 올해도 만끽하고 있는 이 봄에 문뜩 치문반 이었을 때가 생각납니다. 지금 치문반 스님들도 그렇겠지만 치문반 이었을 때 저는 모든 것은 낯설고 선배스님들의 매와 같은 눈빛은 저를 녹여버릴 것만 같아서 늘 신경이 서있었고 빨리 4년을 졸업하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었습니다. 차례법문을 쓰면서 치문반 사집반 스님들이 지금은 힘들겠지만 운문사 안에서의 작은 행복을 찾을 수 있는 멋진 수행자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제 얘기를 하겠습니다. 흔히 독살이 라고 하는 절에서 온 저는 이렇게 대중이 많은 곳에서의 하루하루가 힘들었습니다. 일이 많고 작고가 아니라 사람이 많은 곳이 저에게는 힘들었던 거죠. 개개인의 성격과 자라온 환경 그리고 어떤 사람들과의 만남이 있었고 이별을 했었는지 아무도 모르는 일처럼 말이죠. 그렇게 허둥지둥 치문 첫 철을 보내고, 여름철이 되자 조금씩 나아졌습니다. 뭐든지 처음이 힘들 듯이 봄철을 지나니 조금 괜찮아진 거죠.

하지만 약간의 불안함과 예민함은 여전한 상태였었고 반스님들에게 방학날만 되면 나 안 올 거야라는 협박을 하고 개학날이 되면 지대방에 상위10%안에 드는 시간대에 오곤 했었습니다. 그렇게 철부지 같은 치문을 보내고 원두반인 사집이 되었습니다. 사집 첫 철 부반장을 살면서 대중이라는 곳을 깊이 생각하며 제 자신에 대해 많이 반성도하고 또 가을철부터는 사진찍는 소임 때문에 반스님들과 항상 같이 하지는 못했지만 밭에 나가서 반스님들과 농작물 사진찍느라 시간 가는지 몰랐습니다.

그 농작물 들을 보며 우리도 이 농작물들처럼 비바람도 맞고 햇볕도 쬐고 매서운 찬바람과

부드럽고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자라고 있는 거겠지...라는 생각을 하며 지금 나에게 오는 경계들을 감사하게 생각하며 보냈었습니다.

드디어 엄마반인 사교에 입성했습니다. 지금 사교반 스님들도 그렇겠지만 반 끼리만 생활하다 보니 서로의 모습이 더 자세히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금당에서의 일 년은 서로를 더 깊이 알아가고 많은 생각과 그리고 서로의 생각차이에 부딪쳐 서로에게 상처도주고 아픔도 받는 시간이었지만 그 시간 또한 지나가는 것이었고 우리들은 서로에게 필요하고 사랑스러운 존재들이 되어갔으며 아픈 만큼 더 단단해져갔습니다. 그리고 지금! 4년 이라는 운문사승가대학교로서는 마지막 학과정인 화엄반이 되었습니다. 스스로 대견하기도하고 졸업 후 어떤 수행자로 살아갈지에 대한 고민 그리고 운문사 학인스님이라는 울타리를 벗어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섞인 아주 묘한 기분이듭니다. 그렇게 빨리 지나가길 바랐던 4년인데 그 4년에 와보니 감사한 마음만 가득합니다. 3년 동안 서로 이꼴 저꼴 다보며 살아준 도반스님들에게도 감사하고 이상한반 이라는 닉네임을 달고 살았던 우리를 그래도 열정으로 가르쳐주신 여러 강사스님들 또 학인스님들에게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시고 조금 더 나은 분위기에서 공부를 할 수 있게 해주신 명성회주스님께 깊은 감사드립니다. 차례법문을 쓰면서 저는 이렇게 서로 참 좋은 인연이었다는 것을 새삼 느꼈습니다. 얼마 전 조지아대학교에서 템플스테이를 하러 왔을 때 스님들과 좌담 이라는 프로그램이 있어서 수목원에 있는 다실에 갔었습니다. 그곳에 참 좋은 인연입니다라는 표구가 있었는데요.. 그 표구를 보는 순간 우리는 아주 사소한 인연에 얼 만큼 감사하고 있는지 그리고 얼 만큼 그 인연들을 사랑하고 있는지 그 인연들에게 충실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생각해봤습니다. 너무 사소하고 당연해서 공기를 마시고 내쉬는 것처럼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옆에 도반스님이 그리고 이부자리에서 잠꼬대를 하며 심하게 코를 골아 나의 수면을 방해하는 도반일지라도 모두 소중하고 좋은 인연들입니다. 또 지나가는 바람과 흐르는 물 따뜻한 햇볕 시원한 비 내 피부를 감싸는 차가운 눈...

이런 것들도 감사하며 소중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언제어디서 어떤 모습으로 다시 만나더라도 4년 동안 서로 많이 다투고 즐겁고 사랑했던 시간은 잊지 못할 것입니다. 좋은 인연으로 저의 수행생활에 큰살림이 되어 제가 살아가는데 큰 원동력이 될 것이며 그때의 우리들은 그 시간의 우리들은 참 좋은 인연 이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사랑합니다! 대중스님들 그리고 참 좋은 인연입니다...

화엄반스님들...

모진 비바람 후에 맑은 하늘을 볼 수 있듯이 아무리 힘들고 어려운 일이 있었더라도 그 시간 함께한 화엄반스님들이 있었기에 지금 이 자리에서 차례법문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끝으로 제가 좋아하는 도종환님 의 흔들리며 피는 꽃 이라는 시를 읊으며 차례법문을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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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며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람이 어디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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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웠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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