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숨결이 깃든

호거산 운문사

차례법문

운문사승가대학 학인스님들이 4년 재학 동안 단 한번 차례대로 법상에 올라서 대중에게 법문한 내용입니다.

수 미 산_현사스님

가람지기 | 2012.03.30 14:03 | 조회 4361



수 미 산


현사 / 사집과  

꿈속에 한 알갱이 탐착하다가
금대의 만겁 식량을 잃어버리네.
무상은 잠깐이라 퍼뜩하고 마는데
한 생각 돌이켜서 용맹정진 않을건가.

      나 무 아 미 타 불 _()_

안녕하십니까? 사집반 현사입니다.
운문사란 이름이 저에게 늘 친밀한 이유는 제가 평소에 공들여 오고 있는 운문선사의 화두와도 관계가 있지 않나 싶습니다.

학인이 운문선사께 여쭈었다.
“學人이 不起一念이라 還有過也無닛고?"
이 학인이 한생각도 일으키지 아니하였을 때 도리어 허물이 있습니까, 없습니까?
운문(雲門)선사
“수미산(須彌山)이니라.”

한때 수덕사 혜암 선사께서 중국 운문선사의 유명한 수미산화(須彌山話)를 들어 법회대중에게 이르셨습니다.

“생각이 일어날 때 죄도 일어난다. 만일 아무 생각도 일어나지 아니 하였으면 아무 죄, 즉 허물도 없어야 할터인데, 어서 운문선사께서는 죄, 즉 허물이 수미산만큼 크다고 하셨는가? 왜 수미산이라고 대답하셨는지 시회 대중은 일구를 일러 보라!"
때에 한 거사가 큰 스님 앞에 나와 일배하고 “동념즉괴(動念卽乖)라" 즉 '생각이 움직이면 즉 무너진다' 하겠습니다.하니 "선재 선재"라 하시고 문득 하좌하시었다. 학인 스님 여러분들도 참구해 보시길 바랍니다.

공양 7분전, 후다닥 잰 걸음으로 조심스레(조심스럽게) 발을 옮기는 스님들. 파아란 대야안, 물표면위로 그 진동이 울려 퍼진다.
뚫어져라 물속 형광등 불빛을 통해 화두를 들여다 본다.(바라본다)
'한 생각도 일으키지 아니 하였을 때.......'
'한 생각도 일으키지 아니 하였을 때......'

그러나 어느덧 나를 차지하고 있는 인수인계서
찬상 공양일 때, 음! 화엄반 스님. 밥통 2개, 주걱은 표시 없는 걸로 4개, 사교반 스님 밥통 1개, 뚜껑은 점이 있던가 아닌가, 주걱은..... 운문선사 "수미산"이니라. '수미산', 수미산이니라.
왜, 수미산이라고 하셨을까? 무엇이, 왜일까?
끊겼던 화두를 다시 챙겨본다.

똑 똑 똑 또르르륵. 똑 똑 똑 또르르륵.......
공양을 알리는 목탁소리에 내 머릿속 화두는 사라지고 딸가닥 딸가닥 공양 그릇에 수저, 젓가락 놓는 소리가 요란하다.
허겁지겁 빠른 입놀림으로 밥을 먹고 불이 나게 지대방으로 향해 토시를 챙기고 같은 소임스님들을 확인하고 정통장으로 향한다.
정통대장스님! 치문반 정통대장 현사입니다.
총 인원 7명중 1명은 후원 설거지, 한명은.... 말끝을 흐리자 어김없이 상반 스님의 볼 맨 소리 . 스님! 아직도 제대로 멘트 하나 못합니까? 다시 하세요!
제대로 된 멘트를 듣고 나서야 제트기와 같은 손놀림으로 이리 저리 (엉덩이를 실룩 셀룩) 빡빡 문지르고 그것도 부족해 칫솔로 하루에 한 번 닦는 내 이빨보다 더 깊숙히, 더 섬세하게 이쪽저쪽 닦아가며 물을 뿌리고 또, 문지르기를 숨 가쁘게 움직이다보면 이마에 땀방울이 맺혀 떨어진다.

그리고 돌아와 지대방 게시판을 바라본다. 어김없이 운력 시간, 장소, 도구, 5분대기 등, 숨고를 시간도 없이, 5분 대기에 늦지 않기 위해 바삐 움직인다.
도반스님들 사이에 흐르는 알 수 없는 묘한 경계 아닌 경계와 끊임없이 소몰이 하듯 몰아 부치는 상반 스님들이 지적과 운문사 땅바닥이 내 눈 시야의 전부이고 600대의 살아 움직이는 CCTV로 입선 시간마다 임민 재판 아닌 질책으로 발만 들어도 발로 참회에 작성 살기로 쫄대로 쫀 누우런 딴깡들이 되었습니다.

낮에는 외마디 비명 소리 한 번 내지 못하고 옥죄었던 감정들이 어둠을 베이스로 아-악 하고 질러대는 잠꼬대, 뜨득 뜨득 이빨 가는 소리, 드렁드렁 코 고는 소리에 야단 법석 페스티발이 열렸습니다.
잠시 후 지옥문을 두드리는 도량석 목탁소리에 축제는 막을 내리고 자동 정렬 병기가 되어 중물 들이기 위한 하루가 시작되었습니다.

많지 않은 숫자로 큰 행사가 있을 경우 한 가지 소임이 아닌 석차례, 복고, 청통, 정낭 청소, 설거지, 자판기 청소등 풀코스로 뛰어 다녀야 했습니다.
이런 중에도 수많은 잡념은 .... ‘내가 할 수 있을까?’ ‘이게 뭐하는 거지’. ‘이 곳이 사람 사는 곳 맞아?’.
후차로 들어와 순간 이동으로 갑자기 휘몰아쳐대는 상황들이 벌에 쏘인 듯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일 수 없고 ‘이것이다, 저 것이다’라고 표현 할 수도 없는, ‘뭔가를 해야만 해’라는 의미와 필요성도 이미 부처님 제자가 된이상 맹목성을 잃은 상태였기 때문입니다. 끊임없는 분별은 온 정신을 파편 조각처럼 흩어져 몸이 쉼 없이 아파 왔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단 하나의 노력은 한 생각을 돌이켜 화두로 돌아가는 것이었습니다. 한 학인이 “한 생각도 일으키지 아니하였다면 산도 들도 착한 것도 죄도 없어야하는데 왜 운문선사께서는 왜 그 죄가 수미산만큼이나 크다고 하시었나?!!! 모든 시선과 소리도 녹아 묻고 또 묻고 있는 하나의 큰 화두의문으로 돌아가고 또 돌아가기를..... 춤추던 마음의 불길은 잠잠해지고 안정된 고요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꾸준히 성성역력하게 잘 지어 가고 있지는 못하지만 견디기 힘들 것 같은 치문생활을 끝낼 수 있었습니다.

누군가가 말하기를 아파봐야 아프지 않는 게 뭔지를 안고 했습니다. 회주스님을 비롯해 선배스님들의 발자취로 유일하게 바른 공부의 장을 만들어 주신 것, 밉기만 하던 상반 스님들께 머터럽기만 한 우리들의 회초리가 되어 주신 것에 대해 큰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여전히 우리는 아우지 탄광 대야 안에 덜그덕 덜그덕 비벼대며 웃고 울고 아파하지만 옛부터 전해오는 귀중한 가르침을 면밀히 캐내어 간절히 공들여 견성한다면 우리의 눈귀코입은 운문(雲門)이니 오늘 하루는 삼계를 뛰어넘은 소중한 시절이요 행주좌와 불조(佛祖)의 마음을 불사(佛事)하는 소중한 운문사임을 알고 있습니다.

대중스님 여러분!
있는 그대로의 생활 속에서 일념의 꽃향기를 내 뜰 안에 가득하기를 발원 합니다.

마지막으로 서투른 발걸음을 내딘 제가 그 화두에 대해 공부한 바를 한마디 일러 보겠습니다. 여러 스님들의 많은 경책, 질책? 바랍니다.

“한마디도 못하고 내 차례법문이 끝났구나 ”

나 무 아 미 타 불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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