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숨결이 깃든

호거산 운문사

차례법문

운문사승가대학 학인스님들이 4년 재학 동안 단 한번 차례대로 법상에 올라서 대중에게 법문한 내용입니다.

기도 그리고 가피력_도율스님

최고관리자 | 2012.11.21 14:55 | 조회 4331

기도 그리고 가피력

도율/사교과  

적삼과 고의 속에 옷들이 우리를 휘감던 폭염의 계절 여름이 가고 굴곡 없는 몸을 만드는 천고마비의 계절을 지나 겨울 길목에 사교반 차례법문 첫 테이프를 끊은 도율입니다. 아직은 경험이라 하기에는 많이 부족하지만 그래도 기도를 통해 느끼고 알게 된 경험들을 토대로 ‘기도 그리고 가피력’ 이라는 주제로 법문을 시작하겠습니다.

어렸을 때 어머니를 따라 시골 절에 가서 차가운 개울물에 세수를 하고 처음 부처님을 뵙고 새벽예불을 모셨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것이 인이 되었는지 제가 계란 한판의 나이가 되어 누구와 함께 가 아닌 스스로 부처님을 뵈러 가게 되었습니다.

스님의 권유로 정성을 다해 백일기도와 다라니 기도를 일 년 정도 한 후, 기도할 때 쓰던 108염주를 챙겨 타국에 사는 오빠를 보러갔습니다. 몇 일을 보내고 돌아오면서 좋은 기운이 가득하기를 발원하며 기도할 때 쓰던 염주를 오빠의 차에 걸어주고 왔습니다. 그런 발원이 이루어진 것일까요?

그로부터 보름이 안 되어 연락이 왔습니다. 교통사고가 났는데 차는 망가져 공장에 들어가고 본인은 털끝하나도 다치지 않고, 차는 한 달 후에 찾으라는 말을 들었다 하면서 오빠는 제가 기도를 열심히 한 염주를 달고 있어 다치지 않고 살아있는 것 같다고 참 희한해하면서 고맙다고 하였습니다. 그전까지는 반신반의 했던 보이지 않는 부처님의 가피력을 느낄 수 있는 감사한 경험이었습니다. 그런 기도와 가피력을 시작으로 불교와의 인연은 더욱 가까워졌고 몇 달이 지나 월정사 단기출가를 하고 스님들의 생활을 살짝 맛본 후 출가를 하게 되었습니다.

강원에서의 수많은 소임 중 기도를 많이 하라 하시는 건지 한 번도 살기 힘들다는 부전소임을 세 번이나 살게 되었습니다. 근데 이상하게도 기도를 하면 할수록 가피력은 커녕 장애가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대웅전 노전 때는 강원에서 맞이하는 첫겨울이고 춥다 소리만 들어봤지 겪어보지 못한 체험이라 “얼마나 춥겠나.” 라고 생각했었는데 다들 금당에서 새벽예불을 모실 때 병법스님과 단둘이 그 넓은 대웅전을 장악하며 기도하기에는 춥다를 넘어 진저리 치게 하는 추위와 시시때때로 염불에 박자를 맞춰주는 생리현상에 몸에는 냉병이 돌게 되고 같이 기도 하는 상반스님에게는 죄송함에 고개를 들질 못하게 됐습니다.

관음전 부전일 때는 매일 정성스레 차분히 기도를 다 잘하고 나서 마지막 회향인 축원 할 때! 하필 가장 고요하고 환희심이 증장 되는 그때 정랑이 급하다고 뒤틀기 시작하는 장으로 인해 한철동안 누렇게 얼굴이 떠서 다니게 되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오백전 부전을 살아야 할 때는 기도하는 것은 좋지만, 덜컥 겁이 나는 것이 이번 철은 무엇이 나에게 장애가 생기려는지 캄캄했습니다. 하지만, 걱정과는 다르게 무탈하게 기도를 잘 드릴 수 있었습니다. 경건하고 항상 조심하며 정성을 다하면서 소임을 맡은지 며칠이 지났을까요? 꿈을 꾸었는데 수많은 사람들이 똑같이 옆으로 누워서 자고 있었습니다. 그 사람들 속에 자리 하나가 비어 있기에 그곳에 제가 들어가 다른 사람들과 같은 모양으로 누웠습니다. 그랬더니 뒤에 사람이 저를 포근히 안아주는 것이었습니다. 그 느낌은 서서히 휴지에 물이 스미는 듯한 느낌이였는데 지금 보면 모나져 있던 제가 그동안의 두 번의 기도를 통해 모난 부분이 조금은 다듬어져 대중에 수순하게 되었고 이렇게 포근하고 부드러운 부처님의 명훈가피력이 제게 스며든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합니다.

기신론 수행신심분에 보면 ‘네 가지 신심과 오문의 행등은 저 열등한 이로 하여금 믿음이 퇴전치 않게 하기 위한 때문 이다.’ 라는 구절이 나옵니다. 진여법을 즐겨 생각하고 불, 법, 승 삼보를 공양하고 공경하며 여실한 수행을 배우려 하고 보시, 지계, 인욕, 정진, 지관문을 수행하며 십악을 짓지 말고 부처님께 예배하고 성심으로 참회하며 권청하고 수희하며 보리에 회향하기를 쉬지 아니하면 모든 장애를 벗어나게 되어 선근이 증장하고 수행하는 사람이 모든 부처님에게 예배하며 모든 부처님의 보호를 받아 모든 장애를 벗어날 수 있다고 합니다.

우리는 진실한 부처님의 말씀과 내 스스로가 완전한 불성존자라는 것을 믿고 출가하였듯이 신심이 퇴전할 때는 불보살님의 명호를 염불하며 예배하고 다시 수행정진 해야 합니다. 비록 바로 눈앞에 나타나는 가피력이 없다 하더라도 그것은 공명을 이루어 내안에 불성의 진동수와 함께 공명하면서 언젠가는 부처님의 마음과 나의 마음이 둘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만들어주는 수행력이 될 것입니다.

내가 세운 기도를 꾸준하게 열심히 정진여일 한다면 가피라는 것은 자연히 내가 모르는 사이에 내 옆에 다가올테니 말입니다. 앞으로 많은 일들과 고난이 제 앞에도 여러분 앞에도 일어나겠지만 그 모든 것이 형상을 달리한 부처님의 가피라 생각한다면 넘지 못할 어려움이란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부족한 저의 글을 들어주신 대중 스님들께 감사드리며 마지막으로 동산스님의 말씀을 다시 한번 수행의 지침으로 새기며 차례법문을 마치려고 합니다.

“참고, 견디고, 기다려라.”
참는다는 것은 한두 번 씩 오는 갈등과 고통을 잘 넘기는 것이고 견딘다는 것은 반복적으로 참는 것이고 기다린다 는 것은 본인이 목적한 바를 이룰 때 까지 참고 견디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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