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숨결이 깃든

호거산 운문사

차례법문

운문사승가대학 학인스님들이 4년 재학 동안 단 한번 차례대로 법상에 올라서 대중에게 법문한 내용입니다.

인생난득 불법난봉 人生難得 佛法難逢 -치문반 우현스님

가람지기 | 2021.10.11 20:00 | 조회 1194

 

치문반 우현

 

안녕하십니까? 치문반 우현입니다.

지난 음력 7월 보름 우란분재를 지내면서 백중(우란분재)의 유래가 된 목련경을 다시 한 번 정독 하였습니다.

 

부처님의 십대제자인 신통제일 목련존자가 지옥에 빠진 어머니를 구하고자 부처님 전에 통곡을 합니다. 살아생전 어머니께서 지은 죄가 너무나 지중하여 아무리 신통제일이라 할지라도 지옥문을 뚫을 수가 없고, 어머니를 구할 길이 없어 부처님 전에서 오열을 합니다. 그때 부처님께서 목련아! 내가 네 어미를 구해주리라하십니다.

세존이시여!! 제 어미를 지옥에서 구해내실 수 있사옵니까?”라고 놀라며 반문하는 목련에게 부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 하십니다.

내가 만일 네 어미를 구해내지 못한다면 내가 오랜 세월을 지옥 속에서 네 어미를 대신하여 죄를 받으리라!”

 

순간 돌아가신 제 어머니 생각이 났습니다.

아들 귀한 집에 시집와서 줄줄이 딸,,.

딸 다섯을 낳은 후에 겨우 귀한 막내아들 하나를 간신이 낳았지만, 딸 다섯을 낳아 기르던 긴 세월 14년 동안 아들을 낳지 못해 온갖 구박을 받으면서도 시집살이 말없이 참고 인내하며 살아내셨던 나의 어머니! 대한민국 대부분의 어머니들이 그러하듯이 자식 키우느라 한평생을 헌신하며 고생하신 어머니!

자식의 눈으로 바라본 어머니의 삶은 오직 희생과 근면, 성실함으로 점철되어 훌륭하다 못해 거룩하기까지 하나, 냉철하게 생각하면 어머니의 삶은 자신의 업장에 충실 하셨을 뿐 선법을 쌓지는 못하신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에 이르니, 문득 그렇다면 일찍이 돌아가신 어머니는 지금쯤 어디에 머물러 계실까?’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인간은 천도天道, 인도人道, 아수라阿修羅, 축생畜生, 아귀餓鬼, 지옥地獄의 육도六道 세계를 끊임없이 윤회전생輪回轉生한다는데, 특별히 무엇을 잘못하신 것을 본 적은 없지만, 또한 특별히 선업을 지으시는 것도 못 보았으니, 천상계에 태어나지 못하고, 혹시라도 지옥세계에 떨어지셨다면.

가슴이 덜컹 내려앉았습니다. 만약 그렇다면 어찌해야하나? 부처님 전에 달려가서 목련존자처럼 매달려 어떻게 해서든 어머니를 구해야 할 텐데 구해주실까? 아무것도 내세울게 없는 일개 촌부村婦였던 나의 어머니를?

 

당혹스러운 생각에 눈물이 왈칵 쏟아졌습니다. 나도 모르게 법당으로 달려가서 정신없이 108배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한 시간쯤 지났을까?

온몸이 땀으로 뒤범벅이 되었을 때 문득 고개를 들어 부처님을 바라보니 그 순간 부처님께서 빙그레 웃으시며

우현아! 만약 네 어미가 지옥에 있다면 내가 네 어미를 구해주리라.”

 

부처님께서 이렇듯 자비로우신 분 인줄 미처 몰랐습니다.

시아본사 석가모니불! 시아본사 석가모니불!

이러한 분이 내 스승이셨구나!

 

그저 조용한 절 풍경이 좋아서 잔잔한 염불소리가 좋아서 아련한 풍경소리가 좋아서 운문사를 찾아왔습니다. 행자시절을 보내고, 치문을 보내며 새로이 출가의 의미를 되짚어 가고 있습니다. 대중생활을 하며 겪은 이러저러한 경험들은 어머니를 구하고자 하는 마음과도 같이 나의 주변을 살필 수 있다면, 만약 부처님께서 그러하셨듯 중생을 대신하여 죄를 받겠다는 마음으로 하루를 보낼 수 있다면 다생겁래의 나의 부모가 아닌 이가 없고 모든 생명 있는 존재를 나의 어머니로 여길 수 있기를……. 수많은 발원들을 세우게 하였습니다.

 

그러다보니 문득 지난 행자시절 처음 접한 <<초발심 자경문>>의 한 구절이 번개처럼 떠오르며 새삼 진심으로 가슴에 와 닿았습니다.

 

 

인생난득人生難得이요 불법난봉佛法難逢이라

차성실각此生失却하면 만겁난우萬劫難遇

 

 

사람의 몸 받아 태어나기 어렵고, 부처님 법 만나기 어려워라. 이번 생에 놓친다면 만겁을 지나도 만나기 어렵다는 말입니다.

 

또 하나로는, 초발심 자경문에서는 인생난득이요 불법난봉이라는 구절을 맹구우목에 비유를 들어 설명하고 있습니다.

맹구우목이란 눈먼 거북이가 백년에 한번 수면위로 올라와 구멍 뚫린 나무를 만나 숨을 쉴수 있게 되는 확률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사람 몸 받기가 어렵다는 것입니다.

또한, 불법난봉이라 하였으니 흔히 팔난으로 설명할 수 도 있으며, 지옥, 축생, 아귀 삼악도에 나는 것이며, 넷째로 장수천에 나는 것이며, 다섯째로 북구로주, 수미산 북쪽에 있는 사대주의 하나로 즐거움만 있고 괴로움이 없어 해탈의 가르침을 듣지 않으려는 것이며, 여섯째는 맹롱음아, 신체적인 장애로 부처님의 법은 얻기 어려운 것이며, 일곱째로는 세지변총, 세간의 이익에 눈이 밝아 부처님의 말씀을 구하지 않는 것이며, 여덟째로 불전불후, 부처님이 나시기 전이나, 열반에 드신 후에 나는 것을 말합니다.

부처님의 옆집에 살던 성동노모는 매일 부처님 이웃에서 얼굴을 보며 살았었지만, 부처님 법을 듣지 않았습니다. 현재 우리는 말세시대라고 하여 팔난중에 하나에 해당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초발심 자경문에서는,

 

인유고금人有古今이언정 법무하이法無遐邇하며

인유우지人有遇智언정 도무성쇠道無盛衰하나니

수재불시雖在佛時나 불순불교不順佛敎하면 즉하익則何益이며

종치말세縱値末世나 봉생불교奉行佛敎하면 즉하상則何傷이리요

 

 

, 사람에게는 옛과 지금이 있다고는 하지만, 법에는 멀고 가까움이 없으며, 사람에게는 어리석음과 지혜로움이 있을지언정, 도에는 흥하고 쇠퇴하는 것이 없으니 비록 계실 때라도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르지 않으면 무슨 이익이 있겠는가? 설사 말세를 만났지만 불교를 받들어 행하면 무슨 결함이 있겠는가?

 

위의 말처럼, 우리는 부처님 사후에 태어났으나 다행히도 법으로 남아있고 그 부처님의 혜명을 이을 수 있는 맹구우목의 기회를 얻었으니 어찌 이라고만 하겠습니까.

만나기 힘든 이 귀한 부처님 불법을 벅찬 가슴으로 날마다 만나고 있는 행복한 우현입니다.

이 생에 부처님 법 놓치지 않도록 노력하지 않으면 만겁동안 다시 만나기 어렵다는데,

어른스님! 상반스님! 도반스님들!

이제 막 부처님의 가르침에 눈뜨기 시작한 치문반 우현에게 부처님의 소중한 법을 많이 많이 가르쳐 주십시오!

열심히 배우고, 실천해 나가겠습니다.

법문을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모두 성불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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