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스님이면 누구나 출가 수행하는 목적에 대해서 고통을 여의고 낙을 얻기 위해서(離苦得樂)라든지, 위로는 깨달음을 구하고 아래로는 중생화합에 힘쓴다(上求菩提 下化衆生)든지, 부처가 되기 위해서라든지 하는 이야기를 무수히 들어왔을 텐데 새삼 나에게 묻는 이유가 처음에는 도리어 궁금했습니다.
출가하여 수행의 길을 걷는 사람들은 왜 출가했는지, 무엇을 구하고자 하는지, 깨달음이 무엇인지,..하는 질문들은 오직 자신에게만 할 수 있을 뿐이며 그 대답 또한 자기 자신만이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유는 아무리 큰스님, 큰선지식이라 해도 우리 각자의 삶을 대신 살아줄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큰스님이나 선지식의 삶을 보고 감화를 받아서 출가를 했든, 아니면 부처님의 가르침이 좋아서 했든, 수행자의 길을 선택한 사람은 바로 우리 자신들입니다. 다시 말해서 출가는 내가 한 것이고 나의 삶의 길이기 때문에 내가 왜 출가했는지, 어떻게 살고 무엇을 위해서 살 것인지는 바로 ‘나’ 스스로에게 묻고 질문해야만 합니다. 누구의 영향을 받았든 이유야 어떻든 종국에는 바르고 그릇된 수행의 길을 가는 것은 ‘나’ 자신이며 행복과 불행을 느끼는 주체 역시 일차적으로 ‘나’ 자신이기 때! 문입니다.
한편, 출가의 진정한 의미나 궁극적인 목적을 묻는 질문들은 한번 묻고 대답하는 그런 성질의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살아있는 동안은 평생을 묻고 또 물어야 하는 질문입니다. 그러한 질문을 망각하고 살거나 게을리 물으면 자칫 마음이 오염되고 그릇됨에 빠지기가 쉽습니다. 그러므로 늘 그러한 질문을 염두에 두고 몸과 마음이 움직여야 합니다.
자신이 왜 출가했는지, 그리고 어떤 것이 바른 수행이고 올바른 길인지를 묻는 일은 마치 참선을 하면서 흩어지는 마음을 호흡으로 가져가고 단전으로 모우는 것과도 같은 것입니다. 출가의 진정한 의미를 묻는 일은 수행자가 살면서 부딪치게 되는 갖가지 인간관계며 현실의 문제로부터 자신이 궁극적으로 돌아가야 할 길을 제시해 주는 등불의 역할을 합니다. 또한 수행자 자신의 인생의 진정한 주인이 되어 스스로의 삶을 만들어가고 창조해 가는 삶의 예술가가 되도록 이끌어 줄 것입니다. 그러므로 늘상 화두처럼 챙기며 수시로 묻고 답하고 그렇게 함께 가야 할 진정한 도반입니다.
출가의 진정한 의미를 묻는 그러한 질문은 수행자가 결코 게을리하거나 포기해서는 안되는, 올바른 삶으로 인도하는 최고의 스승입니다. 성불하는 그날까지 싫증내거나 지치지 말고 계속되어야 합니다. 오직 완전한 깨달음에 이르렀을 때만이 그러한 질문으로부터 진정으로 자유로울 수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