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숨결이 깃든

호거산 운문사

법문

山처럼 넉넉한 마음으로 (학장스님)

가람지기 | 2005.12.30 15:38 | 조회 1591

호거산의 겨울밤은 고요히 깊어 가는데 바깥세상은 갈수록 들뜨고 소란스러워만 갑니다.

지금쯤이면 월동준비를 끝내고 조용히 근신하며 한해를 마무리 짓고 동짓날이면 팥죽 한 그릇만으로도 서로의 마음을 넉넉히 전하던 우리의 소박한 미풍양속은 어느덧 간데없고,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각종 매스컴의 선전과 부추김으로 인해 세상은 소비풍조가 만연한 연말 분위기로 한바탕 대소동이 일어납니다.

도시의 빌딩들은 덩달아 휘황찬란한 불빛을 번쩍이고 거리마다 연말인파들로 넘실거리지만 그럴수록 사람들의 마음은 더욱 더 공허감으로 가득한 듯합니다. 소비풍조를 조장하는 온갖 상업주의가 득실거리고 TV선전이 요란하면 할수록 상대적으로 소외계층은 늘어나기 마련입니다.

쉴새 없이 떠들어대는 사람 옆에는 반드시 조용히 들어주는 사람이 필요하듯이 시끄럽고 어지러운 세상일수록 안으로 고요히 앉아 자신을 관조하며 들뜬 세상을 조금이나마 식혀줄 수 있는 그런 사람들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요즘처럼 나라살림이 힘들고 소비풍조가 만연할수록 절약하고 검소하며 소박하게 살아가는 그런 사람들이, 자신을 내세우고 싶고 대접받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겸손하게 묵묵히 자신의 책임을 다하며 상대방을 대접해 줄줄 아는 그런 사람들이, 남을 헐뜯고 비난하며 거짓말을 일삼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상대방을 칭찬하고 성실하게 살아가는 그런 사람들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그런데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말을 들어주기 보다는 말하기를 원하고 대접하기보다는 대접받기를 원합니다. 세상은 온통 물질을 원하고 권력을 원하고 사랑과 관심과 칭찬을 원하는 사람들로 가득합니다. 그렇다면, 누가 선뜻 들어주고 인정해주고 칭잔해 주는, 모두가 필요로 하는 그런 사람의 역할을 자진할 수 있을까요? 나는 그 일에 가장 적합한 사람들이 바로 우리 수행자들이라 생각합니다.

점점 깊어만 가는 호거산의 겨울과 함께 고요히 자신을 관조하면서 욕망의 자리를 벗어나서 사람들이 진정 필요로 하고 우리 사회가 절실히 요구하는 그런 수행자의 모습을 다시금 새롭게 정리해보는 보람된 한 철이 되기를 바랍니다. 이 겨울에도 쉬지 않고 정진하는 우리 학인스님들과 모든 운문가족 여러분들의 기원 어린 처소마다 부처님과 여러 불보살님들의 무한한 가피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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