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숨결이 깃든

호거산 운문사

법문

恥其言過其行_"자신의 말이 자신의 행동보다 과한 것을 부끄러워하라"

가람지기 | 2009.06.12 13:19 | 조회 5137

 

                                 

                              恥其言過其行

                                 "자신의 말이 자신의 행동보다 과한 것을 부끄러워하라"


                                                      

                                                                               명성/ 운문승가대학 학장

   
  

 

 올해도 어김없이 새로운 학인들이 방부를 들였고 새봄이 시작하는 활달한 기운이 도량에 가득합니다. 해마다 새삼 느끼는 바지만 겨울이 아무리 매서워도 봄이 오는 것을 막을 수는 없고 매화가 피는 것을 방해할 수 없습니다. 자연은 그렇게 무심히 변화하면서 자신의 역할을 다하고 있습니다.

   언제나 그렇듯이 새로운 시작은, 한편으로 기대와 설레임이, 다른 한편으로는 두려움과 불안이 공존합니다. 그러나 자연이 때가 되면 변화하듯이 초심의 어설픔과 미숙함도 때가 되면 무르익게 마련입니다. 조급해하지 않고 늘 한결같은 마음으로 기도하고 정진하기를 게을리 하지 않는다면 초심의 설레임은 어느덧 수행자의 단단한 의지로 변해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명심해야 할 점은 시간의 흐름이 저절로 낯선 것들을 익게 하고 익었던 것들을 낯설게 만들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외적인 환경과 새로운 상황은 시간이 흐르면 익숙해지겠지만, 스스로 새롭게 환골탈퇴 하는 일은 시간과 무관하다는 점을 깊이 명심해야 하겠습니다.  아무리 절집에 오래 있었어도 각고의 노력이 없다면 초심의 기대와 희망은 곧 빛바래게 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지나친 기대도 지나친 걱정도 모두 버리고 새로운 변화를 깊이 받아들이면서 그것을 수행으로 전환시키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자칫 새로운 각오는 너무 많은 기대와 결심 때문에 허황된 것이 도기 싶습니다. 그러므로 날마다 자신을 점검하고 시시각각으로 자신을 되돌아보아야 합니다. 오늘 대가 한 말이 나의 행동보다 앞서지 않았는지, 내가 나 자신이나 남에게 약속했던 것을 제대로 지켰는지 점검해보기 바랍니다. 말보다 행동에 힘쓰고, 남에게 요구하기보다 자신을 먼저 살피는 수행자가 될 때 하나하나 새로운 변화가 일어나게 될 것입니다.

   자연은 말없이 봄이 오면 꽃이 피고 여름이 오면 천둥이 치고 가을이 오면 곡식이 무르익고 겨울이 오면 눈이 내리듯이, 수행자는 말보다 행동으로 자신을 변화시켜야 합니다. 도량 가득한 매화 향기를 맡으며 그 꽃들이 겨우내 얼마나 많은 것들을 말없이 준비했을지 깊이 성찰해보기 바랍니다.

운문지 108호에 실린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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