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숨결이 깃든

호거산 운문사

법문

감사하는 마음으로

가람지기 | 2009.06.18 10:56 | 조회 3833

 

                                     

                           감사하는 마음으로



                                                                            명성 / 운문승가대학 학장


   들판을 가득 채웠던 푸성귀들도 만산에 울긋불긋했던 낙엽들도 다 져버려 산천이 텅 빈 듯합니다. 그러나 실은 새로운 봄을 준비하기 위해 긴 침묵으로 돌아간 것일 뿐, 산천은 본래 그대로 넉넉하고 변함없습니다.

    운문사에서 가장 큰 연중행사인 김장이 끝났으니 이제 한 숨 돌릴 만도 하지만 사실은 한 해를 마무리하는 여러 행사들로 더 분주해지겠지요. 그러나 마무리는 또 다른 시작을 위한 준비이니 분주함 속에서도 새로운 시작을 위한 준비를 소홀히 하면 안되겠습니다.

    

    돌이켜보면 올 한 해도 많은 사람들의 수고 덕분에 어려운 가운데에서도 무사히 잘 지낸 것 같습니다. 사실 온 한해만 아니라 지나온 세월이 다 그랬습니다. 때로 우리는 어려운 가운데에서도 무사히 잘 지낸 것 같습니다. 사실 온 한 해만 아니라 지나온 세월이 다 그랬습니다. 때로 우리는 나만 이렇게 궁핍하고 곤궁한지 불평하고 나는 왜 남들처럼 좋은 부모와 좋은 선생, 넉넉한 환경이 없는지 원망하면서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사람이라고 느껴졌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오늘 이 순간에 무사하게 존재한다는 것만도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만약 누군가가 오늘 아침 길거리에 쌓인 눈을 치우지 않았다면 넘어져 크게 몸을 상했을 수도 있고, 만약 누군가가 우연히 그 자리에 없었다면 몹시 나쁜 생각을 품고 돌이킬 수 없는 잘못을 저질렀을지도 모릅니다. 그저 그들이 거기에 있었기 때문에, 또는 무심히 건넨 말 때문에, 또는 나를 지켜보는 따뜻한 관심 때문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입니다. 내가 이 자리에 존재한다는 사실은 누군가가 만들어준, 정말이지 기적과 같은 일입니다. 알고 보면 나의 존재는 나 혼자의 힘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가까이는 부모 형제로부터 스승과 도반, 그리고 알 수 없는 그 누군가의 덕분으로 존재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생각이 미치면 내가 만난 그 모든 인연에 감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마음 깊이 감사의 마음을 느껴보십시오. 그 따뜻함이 내 마음을 훈훈하게 하고 내 주변에 있는 사람의 마음까지 훈훈하게 할 것입니다. 우리는 그렇게 새롭게 시작할 수 있습니다. 새로운 시작은 그렇게 시작될 것입니다. 오늘 부처님 앞에서 지극한 마음으로 예를 올리고 주변 사람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표해보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운문지 107호에 실린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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