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숨결이 깃든

호거산 운문사

차례법문

운문사승가대학 학인스님들이 4년 재학 동안 단 한번 차례대로 법상에 올라서 대중에게 법문한 내용입니다.

선정바라밀_대연스님

최고관리자 | 2013.08.07 15:04 | 조회 3602



선 정 바 라 밀

대 연 / 사집과   

대중스님 여러분 항상 감사합니다.

저는 육바라밀중 선정바라밀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저는 금강경 인연으로 출가하여 지금 여기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금강경을 읽었을 때 처음이었지만 너무 좋았고 행복했습니다. 힘들고 마음이 요동칠 때면 금강경을 읽고 또 읽었습니다.

“그래, 나를 버리자,

내 생각을 비우자,

단지 내 생각일 뿐이다.

그래 나라는 것 때문이구나.”

부처님께서는 너무나도 여실히 말씀하셨습니다.

제 삶을 바꿔 놓아 버렸습니다. 왜 살아야 하는지 사는 것이 무의미하고 행복하지 않았습니다. 누가 괴롭히고 힘들게 해서도 아닌데 왠지 그냥 힘들고 괴롭고 무료했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불면증으로 몇 년을 고생 했지만 공부를 조금씩 조금씩 하면서부터 번뇌와 망상이 조금씩 사라지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알게 되어서인지 불안도 없어지고 지금은 잠도 잘 잡니다. 이 모든 고통들이 다 마음이 고요하지 못하고 쉼 없이 날뛰어서인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여름철 소임을 뽑을 때 제가 생각하고 행동했던 것들이 떠오릅니다.

제가 치문 때는 어려운 소임들을 도반 스님들과 함께 헤쳐 나가기 위해서 신심을 가지고 노력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제가 하는 일에 대해서 또 다른 번뇌로 인한 걱정들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여름철 제가 해야 할 소임에 인지가 늦고 다른 사람을 인지 시켜줄 능력이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과 또 저로 인해 많은 스님들을 뇌롭게 하게 될 거라는 걱정 때문에 그 소임을 피하기 위해 다른 소임을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마치 일어나지도 않은 일들, 와 있지도 않은 일들, 해보지도 않은 일들에 대해서 미리 걱정하고 번뇌를 내어 그 일의 진실을 보지 못했습니다.

이와 같이 제가 일으킨 번뇌망상이 선정을 무디게 만들고 진실을 가려버린 것을 뼈저리게 후회를 하고 참회하면서 선정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이일을 통해서 깊이 깨닫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출가한 이유는 여기에 안주하고 또 다른 인연들을 만들기 위한 것이 아니라 선정을 닦아 지혜로써 이로운 말과 행동으로 다른 사람들을 고통과 번뇌로부터 건져내어 언젠가는 윤회의 이 고통에서 벗어나게 해주고 나 역시 고통과 번뇌에서 벗어나 부처님의 혜명을 잇기 위해서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이 곳 운문사가 제공부의 터전이니 여러 대중스님과 함께 계를 지켜 선정을 닦아 혜를 발할 수 있도록 열심히 정진하겠습니다.

선정이 아니면 지혜가 나올 수 없다고 합니다. 왜 선정이 우선이냐 하면 그 모든 것을 행할 때 미쳐 날뛰는 망아지 같은 내 마음을 잡지 않으면 아상, 나라는 게 생기게 되고 아만이 있게 될 것이고 이 순간까지 오게 한 나를 일으킨 마음이라는 그 놈을 잠재우는 선정바라밀이 먼저 되어야 혜가 생겨나기 때문입니다. 쉴 새 없이 날뛰는데 산란하여 어떻게 혜가 생기겠습니까? 결국은 선정에 들거나, 들 수 없는 것도 금강경의 핵심인 나로부터 비롯되는 것 같습니다. 달라이 라마께서는 부처님도 나를 해탈시킬 수 없고 오직 나만이 해탈할 수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선가귀감을 배우면서 더욱 선정의 매력에 빠져들었고 신심이 증장했습니다. 대혜종고스님께서 움직이는 가운데 선에 드는 것, 전쟁이 나도 마음이 동하지 않는 것, 이것을 동중선이라고 하는 데, 최고의 선이라고 하셨습니다.

운문사는 동중선을 하기 에 적절한 곳인 것 같습니다. 그러니 기회를 놓치지 말고 다 같이 정진 합시다. 선정에 들어 전쟁이 나도 상관이 없으며, 핵폭탄이 머리위에 떨어져도 두려움 없이 갈 수 있다면 그보다 더 큰 행복은 없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선정이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비워야 채울 수 있으니 열심히 비웁시다. 도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지금 있 는 이곳, 이순간이 도에 이르는 길이니, 계행을 잘 지키고 정을 이루어 시주의 은혜에 조금이라도 보답하며 대중스님 여러분과 함께 열심히 정진 하겠습니다.

성불하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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