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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거산 운문사

차례법문

운문사승가대학 학인스님들이 4년 재학 동안 단 한번 차례대로 법상에 올라서 대중에게 법문한 내용입니다.

수륙재(水陸齋)의 의미_성돈스님

최고관리자 | 2013.11.18 14:43 | 조회 4123


수륙재(水陸齋)의 의미

성돈 / 사집반

안녕하십니까? 사집반 성돈입니다.

요즈음 불교문화콘텐츠로 수륙재가 각광받고 있습니다. 마침 저희 재적사찰에서 국행수륙재를 설행하고 있어서 수륙재가 왜 중요한지, 수륙재가 유래된 본래의 의미를 되집어 보고자 차례법문을 준비했습니다.

수륙재는 중국에서 전래되어 고려초기에 처음 설행되기 시작한 이래로, 조선시대는 유교가 담당하지 못하는 종교적 기능을 수행하며 민간뿐만 아니라 왕실에서도 매우 활발하게 거행되었습니다. 지금 내려오는 수륙재는 조선시대를 거치면서 조금 변형되었는데, 본래 의미는 국행천지명양수륙무차평등대재(國行天地冥陽水陸無遮平等大齋)입니다

저희 사찰인 경우는 나라에서 설행했기 때문에‘국행’이란 단어만 앞에 붙습니다. 국행(國行)이란 나라의 행사로서 임금이 참석하여 나라를 위하여 돌아가신 분이나 우주의 유정무정 고혼 애혼들을 위해 부처님의 법찬을 여는 것을 의미합니다. 천지(天地)는 하늘과 땅, 명양(冥陽)은 밝음과 어두움. 이승과 저승. 즉 산자와 죽은자를 뜻합니다. 수륙(水陸)은 물과 육지에서 사는 중생, 무차(無遮)는 차별이 없다는 뜻으로, 배고픈 자에게는 밥을 주고, 목마른 자에게는 물을 주고, 아픈 자에게는 약을 주며, 밥을 한 그릇 먹어야 하는 사람에게는 한 그릇을 주고, 밥을 두 그릇줘야 하는 사람에게는 두 그릇, 반 공기를 주어야 하는 사람에게는 반 공기를 주는 것으로 똑같이 주는 것이 아니라 그 중생에게 필요한 것을 그 수준에 맞게, 평등하게 법식을 베푸는 것입니다.

대재(大齋)는 법의 잔치, 법회를 뜻합니다. 이것은 보통 우리가 잔치를 할 때 한 상에 푸짐한 음식들을 차려놓고, 각자 좋아하는 음식을 먹을 수 있으므로, 잔치 온 모든 사람들을 만족시키기는 법의 잔치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국행천지명양수륙무차평등대재는 어떠한 한 가지 법만이 아니라 그 중생의 근기에 맞게 이 세상 팔만사천가지 법을 다 포함했기 때문에 무차평등이라는 것에 의미가 있습니다.

또한 수륙재는 본래부터 부처님의 가르침이 모두 담긴 법찬이므로, 수륙재에 참석하는 유정무정 모든 인간과 생명들을 해탈, 천도케 하는 것입니다. 이 천도라는 것은 죽은 사람만을 극락으로 보내는것은 아니라 모든 중생, 산자와 죽은자 모두를 아우르는 것입니다. 즉 불법으로 고통과 무명에서 밝은 빛으로 이르게 하고 해탈케 하는 것입니다.

수륙재에 부처님의 가르침이 모두 담겨있다는 일례로 ‘관욕’을 들 수 있습니다. 관욕은 먼저 시련의식을 통해 유정무정들을 일주문 앞에서 모시고 와, 자리를 잡고 청한 후, 관욕을 하게 됩니다. 관욕단은 우리가 육신이 있을 때처럼 목욕 형식으로 차려집니다. 그런데 이 관욕단은 좀 특별합니다. 수륙재에 초대된 유주무주 영가님들은 세숫대야의 맑은 향탕수와 법문을 통해 깨끗이 씻고, 잘 닦아 새 옷인 종이옷(지의)을 입게 됩니다. 마을에서도 새 옷을 입고 거울을 보듯, 관욕단에도 거울을 둡니다. 이 거울의 이름은 난경 또는 묘경이라 합니다. 계란모양처럼 생겼다 하여 난경, 묘한 이치가 들었다하여 묘경이라 합니다. 이 거울은 나무로 만들어 지는데, 뒷면에는 진언이 쓰여있고, 남자와 여자로 구분됩니다. 남자는 코끼리 象(상). 우레 雷(뢰)로 상뢰, 여자는 무소 뿔 (서). 달 月(월)로 서월이라 부릅니다.

이것의 의미는 그동안의 모든 번뇌와 집착. 무명들을 깨끗하게 씻고, 깨끗한 옷을 입은 후 거울을 보며 단장을 하는데, 진언으로 무장하여 무명업식들이 끼이지 않게 합니다. 그러므로 관욕이란 법문을 듣기 위한 준비과정으로, 단장. 무장함으로써 집중하고 불법을 들은 즉 바로 해탈을 이룰 수 있는 것입니다.

저는 매번 관욕을 준비하면서 이렇게 많은 의미가 포함되어 있었는지 새삼 놀라웠고, 도량을 장엄한 수륙재 장엄물들이 그 자리에 함께 하는 유정과 무정의 생명들을 해탈할 수 있도록 이끄는 여러 도구로 작용함을 다시 한번 크게 느끼고 배우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부처님의 법문으로 산자와 죽은자. 삼라만상의 모든 이를 위한 환희로운 법식(法食)의 베품으로 초대된 수륙대제인 만큼, 이 우주를 아우르는 큰 법회가 없으니 계승 발전 시켜야 할 것 같습니다.

고려시대 나옹화상(1320-1376)의 말씀으로 차례법문을 마치겠습니다.

“수륙명양대도량진진찰찰진선양(水陸冥陽大道場塵塵察察盡宣揚 ) - 수륙재는 어두운 세상 밝은 세상의 큰도량이며 티끌마다 세계마다 두루 미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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