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숨결이 깃든

호거산 운문사

차례법문

운문사승가대학 학인스님들이 4년 재학 동안 단 한번 차례대로 법상에 올라서 대중에게 법문한 내용입니다.

깨달음_동욱스님

최고관리자 | 2013.11.18 14:48 | 조회 3922


깨달음

동욱 / 사교반

햇빛이 머무는 시간이 짧아져 가고, 어둠이 그 자리를 살며시 대신하기 시작하는 가을철의 늦 자락에서 차례법문을 시작할 사교반 동욱입니다. 대중스님들께선 수행을 어떻게 하고 계십니까? 혹시 수행은 이곳 운문사을 졸업하고 난후 선방에서 하겠다고 생각하십니까?

이 생각은 바로 제가 치문반시절에 한 생각입니다. 항상 바쁜 일상생활 속에서 도를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이틀마다 올려야할 오백미와 매끼 차려야할 밥상, 씻는 둥 마는 둥 하는 정통사용시간, 쓸면 또 떨어지는 낙엽들이 뒹구는 국내 최대 규모의 비구니 양성도량을 꽉 채울 때 면 제 머리속도 번뇌로 꽉 채워지기 일쑤였습니다. 그러나 저의 어리석은 생각이란걸 시간이 지나 알았습니다. 저의 맹목적인 승가의 믿음은 이 곳이 깨달음을 분명히 향하고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고 지금 또한 불퇴전의 마음으로 생활하고 있습니다. 시간은 다행히 멈추지 않고 흘러 치문반시절이 체험으로 저의 다양한 모습을 알 수 있었습니다. 알지 못했던 나를 발견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니 지금 앞에 계시는 치문반스님 힘내세요. 자신의 성품에 놀라게 될 것입니다. 치문반 시절이 곧 지나감니다.

이번 저의 법문 내용은 신수스님의 깨달음을 향한 차제법을 통해 육조혜능스님을 닮아간다는 주제로 법문을 시작하겠습니다.

신수스님께서
“몸은 보리의 나무요
마음은 밝은 거울 같나니
때때로 부지런히 털고 닦아서
티끌과 먼지 끼지 않게하라“
는 게송을 벽에 붙였습니다.
이 게송을 오조 홍인대사께서는
“다만 문 앞에 이으렀을뿐, 아직 문안으로 들어오지 못했다”
하시고는 혜능스님께 법을 전하셨습니다.

혜능스님의 게송은
“보리수도 본래 없으며
밝은 거울 또한 없다
불성이 항상 청정하거늘
어디에 티끌 먼지 있을까?
마음은 보리수요,
몸은 밝은 거울
밝은 거울이 본래 청정하거늘
어디가 티끌 먼지 물들까”로 지었습니다.

이 게송에는 번뇌 즉 보리며, 생사가 열반이며, 오염이 곧 청정임을 말합니다. 혜능스님의 근기와 신심을 따라가지 못한 저로써는 오히려 신수 스님의 차제법으로 혜능스님의 깨달음을 따라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신수 스님의 단계적인 차제법이 운문사의 생활과 맞습니다. 닦음이 부질없는 것 같아도 닦음으로 인해서 본래 중생이 문제가 없다는 사실을 깨치게 된다는 단계적인 점수의 입장입니다.

혜능스님께서는 마음은 허공과 같기에 어떻게 걸레질을 할 것이며, 어떻게 닦느냐에 대해 혜능스님은 닦을 것이 근원적으로 없다고 하셨습니다. 오조홍인대사께서는 신수스님은 문 앞에 도착한 소식이요, 혜능스님은 문안에 들어온 입장으로써 오늘날 조계종의 종지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제 입장에서는 깨달음의 문 앞 까지만이라도 도착해야한다는 것이지요. 혜능스님께서 오조스님의 법맥을 이어 오늘날까지 왔지만, 근기와 신심이 부족한 사람은 신수스님의 부지런함을 운문사에서 적용해 보십시오.

‘눈을 짊어지다가 우물을 메우듯이 수행하라’고 하신 선요의 고봉스님의 말씀과 같이 운문사에서의 정진은 반복되는 예불과 예참, 독경과 운력을 꾸준히 하고 때때로 맡게 되는 후원소임과 사리암소임을 여일하게 살아나가면서 복전을 일구고 참회와 원력을 다져 나가는 것입니다. 도의 본질은 혜능스님의 게송과 같이 공하여 업도 공하고, 복도 공하지만 지금 운문사에서는 복도 지어야 하고 공덕도 닦아야 하고, 아울러 학문공부도 하며 수행을 합니다. 마치 나무속에는 불의 성질을 본래 갖추고 있으나, 애을 많이 써서 비벼서 열을 냈을 때 비로소 불이 일어나 나무가 타듯이, 마음을 항복받아 닦음을 말하는 것이고, 닦음이 부질없는 것 같아도 닦음으로 인해서 본래 중생이 문제가 없었다는 사실을 깨치게 된다는 신수 스님의 입장을 이곳 생활과 잘 맞는것 같습니다. 돈오 견성한 부처 입장에서 보면 닦는 것이 모두 부질없는 일이긴 하지만 견성하지 못한 입장에선 남의 다리 긁는 소리지요. 발심과 믿음 그리고 근기에 따라서 스스로 결택해야 할 문제이기도 하지만 완전한 깨달음을 이루신 본사 서가모니 부처님께서도 만선만행을 하시며 모든 생명세계에 이타행으로서 대비 원력으로 일생을 또한 그렇게 사시다 가셨습니다.

운문사의 생활이 가끔 부질없이 바쁘고, 헛수고라 생각 될 때 이 일이 앞으로 깨달음의 문 앞 까지 안내해 주는 지침서가 될 것이라 생각하세요. 4년이라는 시간동안 늘 선을 가까이 하고 악을 멀리하려 하며 큰 원력과 신심을 다지는 기초공사라 생각 듭니다. 튼튼한 기초를 만드는 것이 큰 깨달음을 향하며 또한 불퇴전의 정진력이 될 것입니다. 각자 스스로 발심과 믿음과 근기에 따라서 스스로 수행을 결택해야 할 문제이지만, 애쓰고 또 애쓰다보면 분명 해결될 것입니다.

온 산야가 오색 빛깔 단풍으로 절정을 이루고 있습니다. 곱게 물든 단풍잎처럼 저물어가는 가을철에도 변함없이 정진 여일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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