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숨결이 깃든

호거산 운문사

차례법문

운문사승가대학 학인스님들이 4년 재학 동안 단 한번 차례대로 법상에 올라서 대중에게 법문한 내용입니다.

다섯가지의 은혜_선학스님

최고관리자 | 2013.11.18 14:55 | 조회 4176


다섯가지의 은혜

선학 / 화엄반

“부처님 잘못했습니다. 이번 한번만 용서해주세요.
용서해주시면 제가 나중에 커서 꼭 스님이 되어 이은혜 갚도록 하겠습니다.”
어릴적 잘못한 일이 있으면 부처님 앞에 앉아 용서를 빌고자 했던 말이였습니다. 보통 제 또래 아이들은 잘못을 하면 부모님께 용서를 구하고, 대부분 이렇게 말을 합니다.“나중에 크면 돈 많이 벌어서 효도해드리면 되잖아요”라고 말입니다.
전 그런 친구들이 부러울수도 있었지만 부럽지 않았습니다.

제 앞에 앉아 계신 부처님은 그저 미소로만 답하시지 듣기 싫은 잔소리는 하지 않으셨으니까요. 우리들은 모두 은혜를 입으며 존재하고 있습니다.

대부분 나혼자 너무 잘나서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줄 알지만 우리는 많은 은혜를 입으며 살고 있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출가수행자가 항상 마음에 새겨 잊지 말아야 할 다섯가지 큰 은혜를 말씀해 주셨습니다.

다섯가지 은혜에는 국왕 부모, 스승, 시주, 그리고 도반의 은혜가 있습니다.

첫번째로는 각각 처소를 편안하게 하는 국가의 은혜입니다.

이번 인도 성지 순례를 통하여 나라에 대한 감사함을 절실히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전에는 “우리나라는 이런게 개선 되었으면 좋겠어 이건 왜이래”라고 이야기 했지만,지금은 인도에 비해 마음놓고 물 먹을수 있으며 거리도 깨끗하고 산좋고

물좋은 곳에서 공부할수 있는것에 감사히 생각하고 있습니다.

두번째는 낳아주시고 길러주신 부모님의 은혜를 말합니다.
저는 낳아주신 부모님과 길러주신 노스님, 은사스님 은혜를 입으며 자랐고, 그은혜에 보답해드리고자 출가를 결심했습니다.
출가전에는 마치 하숙생처럼 잠자고 밥먹고 가방만 들고 학교만 다녀 집에서 하숙생!이라고 불리기도 하였습니다. 그런 제가 출가를 하고나서 노스님께서는 우리 손주가 중노릇을 잘할수 있을까. 하시며 걱정이 태산이셨습니다.

위탁으로 행자생활을 하러가서 한번씩 안부전화를 드리면“어디냐!”가 첫 인사 말씀이셨습니다. 혹시나 행자생활이 힘들어 중간에 가출했을까 늘 조마 조마 하시며 지내셨지만 지금은 강원졸업을 앞두고 있어 노스님께 조금이나마 덜 죄송스럽습니다.

세번째는 바른 법을 일러주시는 스승님의 은혜입니다.

특히 수행자들은 스승의 가르침이 중요하므로 부모님과 같이 받들어야 합니다. 옛 말에 스승의 그림자도 밟아선 안된다고 하였습니다. 또 선생경 中 사제관계의 덕목에서는 제자가 스승을 섬기는 다섯가지 법을 이야기 했고, 거기에는

첫째.일어서서 예를 할 것 둘째.가까이서 모실 것 셋째.열심히 듣고자 할 것 넷째.시중 들것 다섯째.삼가 학예를 배울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스승을 잘 만나 참되고 바르게 주인의식을 갖고 살게 해주시는 이것보다 더 큰 은혜는 또 없습니다. 저는 운문사에 와 항상 꼿꼿하신 회주스님을 비롯한 어른스님을 만나 뵈어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네번째는 네가지 것으로 공양을 베푸는 시주의 은혜를 말합니다. 운문사는 대중들이 많은 만큼 공양물이나 공양금이 많이 들어옵니다. 지금은 그렇지 않지만 한때 공양물 들어오는 것이 반갑지 않은 적이 있었습니다. 치문 가을 부반장 살 때. 지대방 문을 열면 한쪽에 쌓여 있는 공양물들. 나눠주고 나면 또 어디서 나왔는지 여기 저기 보이는 공양물 때문에 고심끝에 처음부터 팩에 이름을 써서 나누어 주기도 하였습니다. 그래서 공양물이 들어오면 감사하기 보다는 또야? 하며 귀찮아 하고 싫어 했지만, 지금은 절대 싫어하지 않습니다. 공양해 주신분의 은혜를

생각하고 소중히 아끼며 시주의 은혜에 보답해드리는 것도 철저한 자기수행이라 생각하며 감사히 받고 있습니다.

다섯째 함께 공부하며 서로 탁마해주는 도반의 은혜입니다.

출가전에 친구가 있었다면 출가후에는 도반이 있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올바른 벗을 얻으면 수행의 전부를 얻는 것이라 하셨습니다. 우리는 강원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여러 도반들과 한반이 되어 같이 먹고 자고 씻고 공부하고 운력하며 4년을 함께 보냅니다. 그래서 그런지 가족보다도 편안한 것이 도반이기도 합니다. 힘든 일이 있다가도 누군가 하나 에너지를 불어 넣어 주면 언제 힘들었냐는 듯 금새 웃고 떠들고, 없던 힘도 생겨나게 하지만 마음에 상처를 입는 것도, 소임살 때 제일 힘들게 하는 것도, 도반입니다. 뭐하나 잘못 되면 쪼르르 달려와 귀가 따가울 정도로 이야기 하면 혼을 쏙 빼놓고 갑니다. 그때는 정말 도반스님이 아닌 철천치 원수지간이 되기도 합니다.

졸업을 앞두고 나니 예전에 미웠던 도반스님이 요즘은 그저 보듬어 주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강원을 졸업하고 나면 남는 게 도반들뿐이라고 하는데...

도반들 때문에 많이 웃고, 배우고, 위로받고 처음 입학했을 때보다 제 스스로 이젠 어른이 되어 가는 것이 느껴질 때면 괜히 도반스님들께 그동안 제꼴을 봐주어서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Thank You !

도반들의 탁마와 격려는 수행의 방향을 올바로 가리키는 나침반 과도 같습니다. 살아가면서 은혜의 지중함을 느끼며 항상 생활해야 합니다.

부처님의 은혜, 스승의 은혜, 부모님의 은혜, 도반과 여러 인연들의 은혜, 과연 이생이 다하기 전에 이 숱한 은혜를 다 갚을 수 있을까요. 출가자로써 본분을 다하고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다면 그 은혜에 조금이나마 보답하는 길이겠습니다.

오종대은 명심불망 각안기소 국왕지은 생양구로 부모지은
유통정법 사장지은 사사공양 단월지은 탁마상성 붕우지은
당가위보 ~ 유차~ 염불 ~ 나~무~ 아~미~타~불~

이 은혜 갚기 위해 오늘도 지극정성 염불합니다.

성불 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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