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 도
사교반 월인
대중스님 여러분 행복하십니까? 사교반 월인입니다.
저는 오늘 ‘기도’란 제목으로 차례법문을 하고자 합니다. 힘든 강원생활하면서
여러분은 기도를 열심히 하고 계시는지요? 저는 이제 저에게 행복을 주었던
기도법에 대해 여러분께 말씀 드리고자 합니다.
제가 처음 불교에 입문 했을 때 기도는 저에게 ‘삶의 희망’이자 ‘반가운 단비’
그 자체였습니다. 불교를 모르고 부처님의 위대한 가르침을 접하지 못하고
살았을 때, 타 종교를 가지고 있던 제게 기도는 그저 맹목적인 기복신앙일
뿐이었습니다. 지금보다 한참 풋풋하고 젊었던, 초심자였을 때를 떠올려봅니다.
인간의 삶을 살기보다는 지옥, 아귀, 축생, 아수라의 세계속에서 오탁악세에
물이 들어 갖은 업을 짓고 살았습니다. 희망보다는 우울, 그리고 알 수 없는
두려움과 고통에 빠져 살 때 저에게 운명처럼 백의 관세음보살님께서 손을
내밀어 주셨습니다.
저는 예전에 스님이라면 무섭고 말도 잘 안하고 산중에서만 홀로 사는-평범한
사람과는 아주 반대되는 삶을 사는-종교인으로만 생각했었습니다. 그런 저에게
고통이 찾아오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지인이 소개한 절로 찾아갔습니다.
그러나 공포심에 가득 차 있던 제 생각은 한 순간에 사라지고, 스님의 위엄과
자비로운 말과 행동, 따뜻한 차 한잔은 저의 모든 어리석음, 걱정과 의심, 오해를
풀기에 충분했고, 그렇게 저는 불교에 인연을 맺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문득 이란
무엇일까? 하는 의문이 생겼습니다.
절에서는 스님들, 불자들이 “성불하세요!” 라는 말을 자주하는데 ‘도대체 성불이란
얼마나 좋은 뜻이 길래 보는 사람마다 성불하라고 하는 것인가’,라는 궁금증이
일어나, 스님께도 여쭤보고, 그를 통해 불교에 대한 관심도 커졌고, 각종 불교서적을
보고 불교TV의 큰 스님들 법문을 들으면서 점차 많은 것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그것을 계기로 알게 된, 부처님의 가르침은 저에게 혁명 그 자체였고 제 인생의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개념으로 이해해서는 나의 이 오랜 겁동안 훈습해온
습기는 쉽사리 고칠수 없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수행이 함께해야 바뀔 수 있다는 걸,
절감한 것입니다.
그래서 절에 자주 가서 법문 듣고 참회의 절도하고, 하루 천배씩 백일기도도 하고
도량도 자원해서 청소하고 절기도, 염불기도 하기를 반복 했습니다. 또 불기를 내가
먹은 밥그릇 닦듯이 소중히 다루는데 신심이 났고, 그 단순한 행동들이 얼마나
환희롭고 행복했는지 모릅니다. 그런 신앙생활을 하면서 제 마음이 맑고 밝아짐을
느꼈고 주위 사람들이 모두 부처님처럼 보였습니다.
그리고 생일날에는 과거, 현재, 미래의 부처님께 참회의 3천배를 올렸는데 그동안
잘못 살았던 기억이 나며, 하염없이 참회의 눈물이 흘렀습니다. 이 덕분에, 출가까지
하게 된 것 같습니다.
운문사로 출가한 저는, 일체가 허공 꽃이고 제행이 무상함을 대중들 사이에서
철저하게 몸소 느끼고, 깎이며 살고 싶다는 바람을 갖고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들어와서 굳건한 초심의 마음을 잃지 않고 살아가고자 했습니다.
그러나 지금 사교 가을에 있는 제 모습을 보면 초심이 여실히 퇴색 되어감을
느낍니다. 이 모든 것은 저의 기도부족, 신심부족이라고 생각합니다.
요즘은 초심때 열심히 기도하던 시절을 떠올리며, 하루에도 몇 번씩 재 발심을
각오하고 해이해진 마음을 다잡고 부처님 전에 고개 숙여 참회합니다.
제 이런 마음이 통했는지, 다행히도 현재 운문사에서 맡기 힘든
오백 전 백일기도부전 소임을 살게 됐습니다. 얼마나 감사한지 모릅니다.
이 기도 덕에 재 발심 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고 덕분에 신심도 증장되었습니다.
목은 좀 쉬었지만 요즘 참 행복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왜냐하면 제 근기에 기도는
저를 깨어나고 살아나게 해주는 수행이기 때문입니다.
기도는 우리 속에 내재된 생명력을 일깨우는 행위입니다. 기도를 통하여
지금 이 순간을 알아차릴 수 있고 불보살님을 관하면서 고성염불을 하며
일심으로 하면 나도 모르게 참회의 마음이 일어나고 지극한 마음, 간절한 마음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기도를 간절히, 부지런히 하면 삼매를 얻게 됩니다. 삼매를 이루면 불보살님께서
항상 가피하십니다. 자타 () 가 함께 깨어나고 살아나는 기도! 그 기도 자체가 나를
밝히고 이 세상을 밝히는 등불이 된다는 사실을 확신합니다. 또한 불보살님께
정성을 다하는 것만이 기도가 아니라는 것, 마음 한번 잘 관하고 마음 잘 쓰는 것이
기도이며 도반과 협력하고 대중에 수순하고 어른스님들께 공경하는 것 등,
이 모두가 기도입니다. 이런 것들이 나에게 행복과 성취를 가져다주는 것입니다.
대중스님 여러분도 일상에서 형편 따라 능력 따라 마음 모으는 기도, 바른 신심으로
참된 기도를 하십시오. 불보살님의 가피력과 기도 성취는 반드시 있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화엄경 현수품의 게송으로 마치겠습니다.
라 하며 하고 하리라 믿음은 도의 으뜸이고 공덕의 어머니라.
일체의 선한 법을 길러내며
의심의 그물을 끊고 애욕의 흐름에서 벗어나
열반의 위없는 도를 열어 보이시네
성불하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