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숨결이 깃든

호거산 운문사

차례법문

운문사승가대학 학인스님들이 4년 재학 동안 단 한번 차례대로 법상에 올라서 대중에게 법문한 내용입니다.

우리가 하나 되는 그날_법휘스님

가람지기 | 2011.07.08 11:16 | 조회 3104



“우리가 하나 되는 그날”

대중스님들 안녕하십니까!
사교반 법휘입니다.
저에게 운문사에서 가장 당황했던 일은 치문 때 차례법문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였습니다.

많은 사람들 앞에 나서는 걸 꺼려하는 저의 소심함 때문에 그 후로 2년 반 동안 마음 편이 지낼 수 없었습니다. 불편한 마음으로 많은 학인스님들의 차례법문을 듣는 동안, 그들의 솔직한 이야기에 모두가 공감하고 함께 고민 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표현한다는 것은 우리를 하나로 만들 수 있는 아름다운 것임을 매 법문 때마다 느낄 수 있었고, 저도 솔직한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싶었습니다. 법문을 준비하면서 제 자신의 소리를 듣기 위해 많이 노력했지만, 솔직하냐고 제 자신에게 묻어보면 대답은 아직 부족하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날인 오늘, 저는 부족하지만 대승기신론을 통해 제 삶에 도움이 되었던 이야기를 들려드리려 합니다.

절집에 들어서면서 처음으로 그리고 많이 들었던 우리와 부처는 다르지 않다 깨치면 우리 모두가 곧 부처라는 가르침이었습니다. 저 또한 출가해서 시간이 지나면, 그 만큼 부처님에게 조금 더- 가까워질 저를 생각했었습니다.

그래서 기도도 공부도 일도 열심히 하면서 지금까지 4년이라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러나 저는 여전히 관계속에서 자신을 먼저 방어하고, 저의 이익을 우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저의 모습은 복잡한 생각과 사람과의 갈등이 이어졌습니다. 솔직해지지 못해서 혼자 해결하기 위해 무조건 참거나 털어버리려 했습니다. 이런 방법은 시간이 지날수록 큰 실망과 괴로움으로 제 자신의 튼튼한 벽을 쌓게 했습니다.
이런 상황에 더 노력을 하기보다는, 오히려 그들과 함께 하는 것을 피하거나, 혼자 하는 것이 편한 사람이 되었습니다.

이렇게 제가 바라는 이상과 현실속의 삶이 함께 하지 못하는 속에서, 기도도 좋은 말씀도 아무것도 할 수 없던 제게 힘이 되어주지 못했습니다. 그때 배우게 된 대승기신론은 제 자신을 믿음 수 있는 마음을 일으켜 주었고, 수없이 들어왔던 많은 가르침들을 가슴으로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마명보살에 의해 지어진 대승불교의 대표적인 경전인 대승기신론은, 존재하는 모든 것은 일심 곧 한 마음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합니다.

이 한 마음에는 우리 본연의 청정한 참된 마음이 있으며, 몰록 일어난 무명의 영향으로 이 참된 마음의 작용인 망심이 일어났다고 합니다. 우리의 생멸하는 이 망심을 문으로 삼아 진여의 자리에 들어가는 방법을 가르쳐주고 있습니다.

우리가 마주한 대상과 경계로 인한 괴로움을 부처님의 가르침인 우리는 연기적 관계 속에서 존재하며, 끊임없이 변화하여 무상하고, 변하는 것은 실체가 없어 나라고 할 그 무엇도 존재하지 않으며, 일체가 공하다는 이러한 진리를 매 순간의 바른 알아차림을 통해 깨달아 소멸시켜 갈 수 있습니다.
문제는 분명 내 안에 있습니다. 모든 분별과 괴로움은 내 마음이 만든 것을 알면서도, 제에게 문제는 반복되어 일어나고, 지금 이 순간이 아닌 지난 일들에 자유로워 질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저는 또 다시 걱정과 생각들이 일어나면 부처님의 가르침으로 주문을 겁니다.

‘나는 내 안의 부처를 믿는다. 이미 지나버린 일이다. 더 이상의 생각은 필요치 않다. 절대 나를 방어하지 않을 것이다. 함께하는 방법으로 수순할 것이다.’ 예전부터 알고 있던 진실된 가르침을 이제는 가슴으로 실천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대승기신론은 제게 인연의 소중함을 가르쳐주었습니다. 우리가 수행을 통해 부처님의 깨달으신 자리까지 이르기 위해서는 수행과 그리고 만남을 통해 베푼 공덕의 힘으로 완성해 갈 수 있다고 합니다. 이 말씀에 제 가슴이 ‘이거다’하고 외치고 있습니다. 저는 함께 하는 이곳에서 저의 문제도 수행도 이루어 내야 한다는 것에 이제는 피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제 저에게 중요한 것은 내가 잘하는 것이 아니라, 잘 못하더라도 부족한 결과가 있더라도, 함께 서로의 마음을 지켜가며 지금 이 순간에 최선을 다하는 것입니다. 현재의 관계 속에서 끊임없이 나누는 마음으로, 나와 너라는 생각을 뛰어넘어 우리는 진정 한마음이 될 수 있을 겁니다.

대중스님들! 지금 이 순간에 가장 행복한 사람이 됩시다.
지금 이 순간의 삶에 충실하도록 정진 여일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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