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호 / 사집반 안녕하십니까. 사집반 능호입니다. 이제 사냥꾼은 원숭이가 잡혀있는 걸 보고 원숭이에게 다가가지만 원숭이는 움켜쥔 손을 펴지 못하고 두려움에 떨면서 날뜁니다. 움켜쥔 손을 펴면 손이 빠지는데 원숭이들은 손을펴지 않습니다. 아무것도 원숭이를 잡아매는 것은 없으나 오직 달콤한 것을 탐하는 원숭이의 욕심이 덫이 되어서 열 마리 중 아홉 마리는 손을 펴지 못하고 이렇게 잡힌다고 합니다. 여기에서 제 경험담을 잠깐 얘기해 보겠습니다. 어느 날 문득 저는 ‘아 명상을 해보면 어떨까?’ 하고 새벽마다 한 시간씩 명상을 하게 되었습니다. 어떤 큰스님으로부터 화두를 받은 것도 아니고 스승이 될만한 분으로부터 가르침을 받지도 않았지만 그냥 제 마음대로 한 시간 씩 앉아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제 멋대로 시작한 한 시간 명상의 위력은 정말 놀라울 만한 것이었습니다. 아무리 졸음이 와도 일단 한 시간 명상하고 나면 졸음은 온데간데없어지고, 몸은 새털처럼 가벼워졌으며 마음은 상쾌하기 그지없었습니다. 새벽의 그 한 시간의 힘으로 하루 종일을 사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그때부터 누구든지 만나면 명상하라고 권유했습니다. 사실 그것이 명상인지 뭔지도 모르면서 말이지요. 그러다가 몇년뒤 수행처로 갈 기회가 왔습니다. 여러 곳의 수행처 중에서 가장 엄격하고 스케쥴이 빡빡한 곳을 일부러 선택했습니다. 내 멋대로 한 한 시간의 명상에 비한다면 경험이 많은 훌륭한 스승과 함께 24시간 동안 오로지 수행만 한다는 것은 엄청난 기대에 부푸는 일이었습니다. 아마도 칠일 안에 나도 부처님처럼, 고승들처럼 도통하리라고 기대했었던 것 같습니다. 역시 기대가 너무 컸던 것인지 매일매일의 수행은 불만족스러웠고 날마다 충족되지 못한 기대는 점점 눈덩이처럼 커져 마음을 짓눌렀습니다. 결국, 스승을 탓하며 다른 수행처로 옮겼습니다. 그러나 이미 욕심에 사로잡힌 마음은 어디를 다녀도 충족될 리가 없었습니다. 기어이 저의 기대하는 마음은 몸을 마비시키기에 이르렀습니다. 좌복에 앉으면 일분 안에 머리에서 발끝까지 온몸이 돌덩이처럼 굳어졌습니다. 도저히 수행을 할 수가 없는 지경 이 되었습니다. 너무나 참담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사냥꾼이 자기를 잡으러 오는 걸 뻔히 보면서도 움켜쥔 손을 놓지 못하는 원숭이처럼 저는 뭐가 잘못되었는지도 깨닫지 못했습니다. 법당에 가서 앉지도 못하고 처소에서 침대에 누운 채 눈물만 흘리고 있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수행처에 오면서 감쪽같이 전생사 처럼 잊어버리고 있었던 매일 새벽 한 시간씩 앉았던 기억이 갑자기 떠올랐습니다. 그때에는 단 한 시간의 좌선만으로도 하루 온종일이 날아갈 것 같았는데 오히려 하루 종일 수행하는 그곳에서는 매일매일이 지옥과 고통이었습니다. 제가 어떤 마음으로 수행하고 있었는지 그제서야 보였습니다. 법을 얻고 싶어 하는 그 마음이 곧 얻지 못하는 원인이었던 것이었습니다. 집착하는 마음 이 하나가 일년안에 온 몸과 마음을 마비시켜버렸습니다. 하지만 집착하는 마음을 보면서도 단번에 그 마음이 놓아지지는 않았습니다. 그 마음을 끊임없이 보고 이해하고 그리고 알아차려서 긴장이 풀어지기까지 3년이상이 걸렸습니다. 이제는 좌복에 앉아도 돌덩이가 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여전히 이 마음에 대해서 완전히 자유롭다고 장담할 수 없습니다. 세속은 말할것도 없지만, 출가한 수행자들도 단지 법에 대해서만이 아니라 얼마나 많은것들에 집착하는지 모릅니다. 스스로 집착하는지도 모르는채 말이지요. 수행자들은 혹 욕심과 원력을 구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는 새벽부터 하루에도 몇 번씩 반야심경을 외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