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숨결이 깃든

호거산 운문사

차례법문

운문사승가대학 학인스님들이 4년 재학 동안 단 한번 차례대로 법상에 올라서 대중에게 법문한 내용입니다.

마음_일목스님

최고관리자 | 2013.05.07 13:16 | 조회 5447



마 음

일목 / 사집반  

봄꽃들 활짝 피어 겨우내 얼어붙은 도량에 온기를 주고 저희 마음에도 따스한 미소를 머금을 수 있는 여유를 줍니다. 이 좋은 때에 함께 하는 사집반 일목입니다.

나무들은 언제나 그 자리 그 곳에서 말없이 우리와 함께 하였는데 꽃이 피고, 향기가 날 때에, 마음은 그곳을 향해 따라가 그 존재를 기억합니다.
이 마음...
편안하고 아름답고 좋은 것만을 따라다니는 이놈..
이한놈의 노예로 늘상 끌려 다니느라 지치고 고달픈데도, 벗어나지 못하는 이놈의 정체! 그 어떤 것이길래 그 토록 오랜 겁 동안을 지배하고 지배하여 또 다른 생 까지 함께 하려하는지.. 정말 자존심이 상합니다.

그런 이 마음을 내가 주인이 되어 운전해보리라.
이 한생에 기필코 싸워 이겨내어, 다시는 이 사바세계에 나와서 생사의 고통에 빠지지 않게 하리라 라는 결심으로 부처님의 제자가 되었습니다.
부처님처럼 수행하여 그 편안하고, 안온한 행복의 맛을 느끼면서, 나와 남이 모두 하나 되어 행복만이 존재하는 그러한 삶속에서 고통에 끌려 다니는 노예생활의 방황을 마치고 싶었습니다. 대 자유인으로서 새털처럼 가볍게 몸과 마음이 밝고 맑게 살고 싶었습니다.

제 의사와는 상관없이 운문사에 입학하였습니다.
이 길이 중물 들이고 부처님처럼 사는 최선의 길이며 시작이라 하였습니다. “늦은 나이에 감히 적응을 할 수 있을까? 괜한 시간 낭비하는 것은 아닌가?
어서 가부좌 틀고 앉아 제대로 공부를 해야 하는데” 하는 불안함과 조급함속에서 운문사의 치문을 보내왔습니다.

치문시절을 생각하여 보면 아직도 제가 사집반인지 잘 인식이 안됩니다. "치문반 일목입니다!" 라는 말이 입에서 저절로 나올 정도로 치문의 염색물은 강하고 진하였습니다. 고요히 있을 시간이면 왠지 불안한 마음에 무언가 할 일이 있는데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을 여기저기 해봐야 조금은 안심을 하게 됩니다. 편안함을 추구하고 꿈꾸었는데 그 편안함이 왠지 어색하고 불안함으로 다가오니 물들어 가는 것은 무서운 습관이며 업이었습니다.

마음의 정체를 알고 그 것과 싸워 이겨내야 하려는 처음 마음은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고, 항상 상대에게로 가서 서로 싸우며 상처받으며, 도망가고 싶은 마음만 가득하여 수행자인지, 중생인지, 알수 없는 마구니가 터억 버티고 중노릇 하는 자신을 봅니다.
누군가 "툭" 하고 건드리면 성내는 마음은 이쪽에서 저쪽에서 불쑥 일어나 세상에 나만이 존재하는 것 마냥 고개를 쑥 내밀어 잘 난 척을 하고 싶어 하고 나만이 모두 옳다고 착각을 하고 살아갑니다. 그럴 때 마다 누군가 때려주는 사람이 있고, 맞았을 때 그 아픔을 느끼며, 그것으로 내 자신의 본래자리 제로의 상태로 돌아가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내 생각은 내 지식은 하나도 없다! 다만 다가오는 것들만이 모두 새로움이고 그것만이 그때의 인연 따라 나타날 뿐이며 이유 있음이다." 무조건 "예!" 하며 하심 하다보면 제 생각은 저만치 숨어버리고 나라고 주장하는 마음도 다만 한 호흡 쉬듯이 잠시 그럴 뿐 이었습니다.
이미 지나간 치문의 묘한 매력은 제게 이렇듯이 다가와 운문사의 생활에 수행에 진심으로 도전해 보고 싶어 졌습니다.
여전히 오르려는 산은 험하고, 지치고, 경계와 맞서려는 이 마음의 고삐는 강하고 강하기만 합니다.

"밟혀라! 많이 밟힐수록 네 수행에는 거름이 된다! 나이 먹어 출가함은 그 만큼 업이 많으니 마음껏 밟혀라! 그래야만 낮아지고 낮아져서 저 넓고, 깊고 높은 하늘을 우주를 보고 느낄 수가 있다!" 하신 어느 스님의 말씀에 저는 이렇게 말합니다.
"싫습니다! 밟히면 아픕니다! 아픈 것이 힘이 듭니다! 편안하고 싶습니다!"
"그래 네 마음이 아프다 하느냐? 네 생각이 아프다 하느냐?"
저는 후레쉬로 제 마음을 향하여 비추어 봅니다. 저 멀리 도망가고 있는 이 마음을 이곳 이 순간에 머물 수 있도록 비추어 어디가 아픈가를 살펴봅니다.

경책과 습의와 걱정자리는 여전하고 운력과 소임도 여전히 초를 다투는 시간 속에 마음은 더욱 빠르게 천리마처럼, 이리저리 넘나들어 제어하기 힘들고, 놓쳐버리지만 하나의 희망이 저의 마음을 스스로 행복하게 합니다.

"여기에 한 물건 있으니, 본래 밝고 신령스러워서 일찍이 생겨난 적도 없고 일찍이 사라진 적도 없음이라. 이름 지을 수 없고 모양그릴수도 없다."

요즘 저희가 배우고 있는 서산대사의 선가귀감입니다.
부처님을 가까이에서 뵙는 듯 서산스님의 말씀은 앉아야만 깨달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제 마음에 내리는 빗물 같습니다.
마음은 잡을 래야 잡을 수 없고, 미세한 움직임도 알아차리지 못하고, 내마음인지 상대마음인지 구별하지도 못하고, 누가 주인이고, 누가 객인지도 모른 채, 끌려 다니고 있는 어리석음에 비추어주는 횃불 같습니다. 조금씩 상대 마음인줄 알았던 것이 제 마음의 실체임이 보여지기 시작합니다. 확연히 보고 또 보니 참으로 부끄러워 집니다. 하나, 둘씩 참회의 마음이 일어납니다. 모든 것들이 상대의 것이라 원망하고 미워했던 것들이 이 작은 마음에 어리석음일 뿐이니 하늘아래 고개 숙여 집니다. 점점 밝은 빛으로 마음의 움직임만을 바라보기 시작하니, 지금 살고 있는 소임에 정성스럽게 밥을 하고, 전을 굽고, 반찬을 담고, 준비하고 하는 일들이 소중해지며 스스로 홀로 미소 짓게 합니다. 최선을 다하여 공양 올리는 마음에 감사함을 느낄 수 있게 해 주는 선가귀감이 제가 버티어 나가는 버팀목이 되어갑니다.

"공부를 하되 걸어가면서도 걷는 줄을 모르고 앉아도 앉는 줄을 모르게 되면 바로 이때를 당해서 팔만사천 마구니들이 육근 문턱에서 엿보고 있다가 내마음 따라 생기고 일어나나니 내 마음이 만약 일어나지 아니하면 마구니 지가 우짜리오!"

이 마음도 이제는 멀리멀리 제 멋데로 가는 것이 지쳤는가 봅니다.
이 자리 이 순간에 그저 여여하게 다만 함께 하고 있을뿐입니다.

부처님 감사합니다!
대중스님 감사합니다!
대중속에 함께 하는 좋은 인연에 두손 모아 합장 예경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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