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 원 / 사교반 겨울나무는 어느 계절보다 평화롭고 의연해 보입니다. 계절만큼 세월의 무상함을 정직하게 보여주는 게 또 어디 있을까요? 12살 때 냇가에서 놀다 건너편 물수제비 뜬 돌에 머리를 다쳐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을 태어나 처음으로 알면서 아지랑이처럼 뭉글 뭉글 솟아오른 의문들이었습니다. 죽으면 어떻게 되는 걸까? 끝인가 ...그럼 시작은 뭐야? 어머니의 몸을 빌 어 났지만 그 이전 광활한 우주의 시발점은 무엇인가? 그 무렵 반 친구의 사고사로 책상위에 놓인 흰 국화꽃을 마주하며 모든 게 무너져 내렸습니다. 죽기 전에 어디에서 어디로 그리고 왜 달리는지 알아내고 싶었습니다. 그 후로 가슴에 커다란 바위를 올려놓은 듯 답답함에 열병을 앓았고 유년기 시절 공부와는 담을 쌓았으며 종교, 철학, 사상가들의 책을 읽어도 도무지 알 수 없을뿐더러 의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어 커져만 갔습니다. 어느 날 어머니 보살님께서 절에 다녀와 우룡 큰스님의 소책자 ‘불교란 무엇인가?’를 주셔 읽은 후 알 수 없는 의구심들에 무거웠던 몸과 마음이 새털처럼 가벼워졌고 일체 망설임 없이 부처님께 귀의 할 것을 준비 했습니다. 하지만 어릴 적 별명이 호기심 천국이었던 저로서는 마음 한구석은 시·공간적으로 자유롭지 못 할 거란 생각에 ‘꼭 해보고 싶은 것 들’ 이란 목록을 만들었습니다. 스쿠버다이빙 오픈워터 자격증도 따고 친구들과 여행 다니며 본분을 망각 하던 중 다이빙 갔다 사고가 생겨 막은 일찍 내려 졌고 한달 만에 모든 것을 정리하고 출가 하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자유로운 줄 알았다면 조금 더 일찍 왔을 텐데 알지 못해 방황했던 나날들 이었습니다. 치문 반 일 때 강사스님께서 입구가 좁은 유리병에 갖힌 새를 유리를 깨뜨리지 않고 자유롭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질문 하신 적이 있습니다. 저는 손을 들어 저의 경험을 이야기 하고선 ‘새가 마음에 대우주를 품고 있다면 그 새는 더 이상 갖힌 게 아닐 거라’ 말씀드린 적이 있습니다. 출가하여 행자시절 삼천배 기도 중 빨래하러 갔다 냇가에 손을 담구는 순간 우주 삼라만상과 하나 됨을 한낮이었는데도 해가 열 개는 뜬 것처럼 환해짐을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아, 이 생명들과 내 생명이 하나 였구나, 우리 모두가 이렇게 한생명이구나 혼자라는 고독증에서 벗어나 깊은 일체감에 사로잡혔습니다. 그 땐 유정과 무정이 같음을 너와 내가 둘이 아님을 알 것만 같았는데 현실은 버리지 못해 존재하는 모든 것들 에 놀아나고 있습니다. 실천하지 않음은 오롯이 아는 게 아닐 텐데 어떻게 사는 게 자리리타의 삶을 살 수 있는 건지 어렵기만 합니다. 차례법문을 준비하는 동안 조금이나마 회광반조 할 수 있어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끝으로 얼마 전 배운 금강경 오가해 야부선사의 게송 중 와 닿는 구절이 있어 대중스님들께 전해 드리며 법문을 마치고자 합니다. 如如여 靜夜長天에 一月孤로다. 여란 여여 고요한밤 먼 하늘에 한 외로운 달이로다. 거울 같은 물에 티끌 바람이 이르지 아니했을 때에 응하여 나타냄에 티 없이 천지를 비추니 보고 볼지니라.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