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주인이 되는 길 여 담 / 치문반 대중스님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좌충우돌 치문 첫 철을 보내고, 이제 조금씩 적응하며 여름을 맞이하고 있는 치문반 백씨 여담입니다. 먼저 이 아름다운 도량에서 덕 높으신 어른 스님, 엄하면서도 자상한 상반스님들, 그리고 치문 도반스님들과 함께 공부할 수 있는 이 인연에 감사드립니다. 오늘 저는 마음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대중 스님들과 함께 하겠습니다. 볼 수도 없고 잡을 수도 없는 이 마음! 대체 정체가 무엇일까요? 이놈에게 늘 끌려 다니느라 저는 한순간도 자유롭지 못합니다. 제가 입학하기 전 어른스님들께서 강원가면 “늦깎이다. 백씨일거다.”라는 말씀에 많은 걱정이 앞섰습니다. 한 반의 백씨가 어떠한 역할을 해야 하는지 잘 이해하지도 못했을 뿐 아니라 “백씨는 모든 반 스님보다 더 하심하고 더 인내하고 더 너그러워야 한다.”고 하신 말씀들은 저를 부자유스럽게 만들었습니다. 모든 것이 낯설고 어설픈 첫 철, 백씨 역할과 반장 소임이 언제부터인지 버겁게 느껴졌습니다. 도반스님들과 부딪히는 순간, 상반스님께 걱정 듣는 순간, 순간순간이 커다란 후회로 밀려들었습니다. 더구나 걱정을 들으면 그때 뿐, 기억하지 못하고 또 다시 잘못을 되풀이 할 때면 그런 상황을 반복하는 제 자신에 대해 정말 많이 실망했습니다. 뜻대로 몸이 말을 듣는 것 같지 않아서 속상한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제 자신의 한계에 맞닥뜨린 것일까요? 마음이란 이놈이 수없이 깨어지고 무너졌습니다. 그러다 보니 너그럽기는커녕 더욱 옹졸해지고, 도반스님들에게 자주 상처를 주는 모난 행동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정도 밖에 마음을 쓰지 못한다는 실망감이 제 자신을 더욱 괴롭혔습니다. 왜 대자유인이 되고자 출가했으면서 스스로를 속박의 궁지로 몰고 있는지. 매일 조석예불 때마다 부처님 전에 오체투지하며 “삼계의 도사이신 부처님, 제 마음의 주인이 되는 길을, 고통에서 벗어나는 법을 밝혀주십시오.”라고 간절히 발원했습니다. 그러나 경계의 끝에 다다랐던 것일까요. 제 마음 속엔 “치문반을 벗어나고 싶다.” 는 욕구가 무럭무럭 자라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다락에 올라가서 “난 더 이상 여기서 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어. 지금 나가는 것이 나와 반들, 대중스님들을 위해 최선이야.”라고 제 스스로를 합리화시키며 짐을 꾸렸습니다. 그런 저에게 한 스님이 말했습니다. “스님 여기서 떠나면 아무 것도 할 수 없어요. 여기서 마음 바꾸고 같이 살아봐요. 어딜 가나 다 똑같아요. 지금 이순간이 나에게 가장 소중한 시간이고,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이 가장 소중한 일이고, 지금 내가 만나는 사람이 가장 소중한 사람이란 말을 더 깊이 생각해보세요.” 그 순간 머리를 지금의 제 모습에 의문이 일어났습니다. “지금 여기를 떠나 다른 곳에 가면 쉬울 것 같은 이 안일한 마음을 품고 도망칠 궁리를 했던 것은 아닐까?” 한 번 의문이 들자 다른 궁금증들도 슬며시 머리를 들기 시작했습니다. 나는 나에게 하는 것처럼 상대를 이해하였던가? 내가 위로받고 싶은 마음만큼 우리 반 스님들도 위로받고 싶다는 것을 받아들였던가? 물음이 많아질수록 부끄러움도 켜져 갔습니다. ‘내려놓자! 올라오는 이 마음을 주체하지 못하면서 어떻게 부처님의 일을 할 수 있을까! 걱정 듣는 건 마음공부 하라는 거니까 감사한 일이고 하심 안 되는 것을 안 된다고 보고 있는 것도 큰 공부인 거야!’ 오랫동안 장막에 가려서 어두웠던 시야가 점차 밝아지는 것 같았습니다. 한 생각 돌이키면 그만인 것을. 그 고난을 극복해낼 방법을 내 안에 가지고 있었으면서도 해결책을 밖에서만 찾으려고 한 우매함에 멋쩍은 웃음이 나왔습니다. 더 이상 이렇게 살면 안 된다는 의지! 바로 이것이 저를 출가하게 만들었음을 새삼 발견했습니다. 사막에도 자신을 버리지 않는 풀들이 있고, 모든 것이 불타버린 숲 속에도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믿는 나무가 있듯, 내가 나를 버리지 않는다면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용기가 생겼습니다. 제가 강원에 오기 전, 은사스님께서 해주신 이야기 하나가 생각납니다. 옛날 어느 절에서 발우공양을 할 때, 큰스님이 보시니 한 동자승 머리 위에 관세음보살님이 계시더랍니다. 공양 후에 그 동자승을 불러 무슨 일이 있냐고 물어보니 아무 일도 없다고 했습니다. 재차 물어보니 대중이 먹을 국에 쥐가 빠져서 동자승이 그 쥐를 먹었다는 겁니다. 대중을 지극히 생각하는 마음이 아니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대중 속에 살면서 바다처럼 모든 것을 분별없이 받아들이고 묵묵히 행하라는 은사스님의 큰 뜻인 것 같아 다시 한 번 새겨보게 됩니다. 지금 여기, 이 순간을 함께 하시는 대중스님! 스스로 마음의 주인이 되는 현명함을 발원하며 더운 여름 모두 건강하게 정진여일하시길 부처님께 기도드립니다. 모두 성불하십시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