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숨결이 깃든

호거산 운문사

차례법문

운문사승가대학 학인스님들이 4년 재학 동안 단 한번 차례대로 법상에 올라서 대중에게 법문한 내용입니다.

선지식_홍우스님

최고관리자 | 2013.11.18 14:46 | 조회 3809


선 지 식

홍우 / 사집반

안녕하십니까? 사집반 홍우입니다.

처음 불법을 만나 지금까지의 강원생활이 담긴 제 수행일지를 보게 되었습니다. 그것을 통해 수행자에게 선지식이 함께하는 것이 얼마나 큰 가피인지를 알게 되었고 이 구도의 길에서 선지식과 함께 하고 있음을 새삼 확인 하게 되어 오늘 법문의 주제를 선지식으로 정하게 되었습니다. 선지식(=칼야 나미트라)는 범어에서 유래하였으며 벗, 친구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곧 벗으로 사귈만한 훌륭한 사람, 또는 스승이라는 뜻입니다.

다른 이로 하여금 고통의 세계에서 벗어나 열반의 세계에 이르게 하는 사람. 남녀노소 귀천을 가리지 않고 모두 불연을 맺게 하는 사람을 말합니다. 불교를 접하면서 유마경, 정토삼부경, 법화경, 열반경, 금강경 등 대승불교의 경전을 공부하게 되었습니다. 그 경전들은 삶에 대해 품었던 의문들을 눈 녹듯 사라지게 해 주었습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또 다시 헤매고 있는 저를 발견 했습니다. 그때 불교심리학을 공부하신 한 분의 선지식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분은 저의 하루 일상 속에서 고통스러운 문제들을 불교와 연결해서 막힘없이 명확하게 설명해 주셨습니다. 불교공부 따로 수행 따로 인 제게 불교와 실생활이 하나임을 공부하게 해주신 큰 선지식 이셨습니다.

선지식께서는 세 가지 수행 방법으로 저를 지도해 주셨습니다. 그것은 절 수행, 쓰기 수행, 책 읽기 수행 이었습니다. 우선 삼년동안 매일 하루 한 시간씩 절 수행을 했고 쓰기 수행을 병행 했습니다. 선지식께서는 저의 수행을 점검 하셨고 수행에 필요한 책이라고 생각 하실 때는 꼭 책을 선물해 주셔서 공부에 도움이 되게 하셨습니다.

그 동안의 고통스러운 문제들을 쓰기 수행으로 점검해 보았습니다.

― 바로 원인을 알 수 있었던 문제

― 원인을 알았음에도 계속 고통스러워서 다시 관찰해 보니 잘못 분석을 해서 고통스러웠던 문제

― 긴 시간동안 풀어야 했던 문제

세 종류로 요약 되었습니다. 그 문제들엔 근본적인 원인이 있었습니다. 어린 시절 처음 그 문제와 대면할 때 좋지 않은 기억으로 인해 생긴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가족과의 관계에서 거의 형성 되었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선지식은 고통이 무엇인지 알고 그 근본원인을 알게 되었을 때 어떻게 그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는가를 알려 주셨습니다. 덕분에 구체적으로 나라는 존재에 대해서 알아가는 수행을 하게 되었습니다. 더불어 밖의 문제에 가졌던 관심을 제 안으로 돌리게 되었습니다.

이 세 가지 수행으로 문제의 원인을 끊임없이 밖에서 찾고 또 다른 피안을 찾아 헤매던 제게 결국 그것이 내안의 문제이고 저의 아만, 자만심, 아상인 것을 아주 구체적으로 실생활에서 알아차리도록 해 주셨습니다. 부처님 법문을 스스로 체득하지 않으면 한낮 공허한 메아리라는 것을 알게 되니 순간순간의 경계를 더 가까이 마주할 수 있었고 수행을 열심히 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번 법문을 준비하면서 선지식이 얼마나 큰 힘인지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수차례 강원에서 적응하지 못하고 아니 적응하지 않으려고 도망가려 할 때마다 그 막막함 앞에서 바른 견해를 세워준 스승, 꽉 짜여 진 스케줄이 있으심에도 불구하고 하루 종일 시간을 비워서 혼신을 다해서 수행점검을 해 주신 스승, 그리고 한 사람 한 사람의 생명이 온전하게 살아 가게하기 위해 오랜 기간에 걸쳐서 지도하고 오로지 한 사람 한사람이 무명에서 벗어나 참 생명을 살아가기를 바라는 원 하나로 살아가시는 대자비의 스승, 머리 숙여 삼배의 예를 올립니다.

그리고 누구보다 위대한 선지식은 마음공부를 끊임없이 할 수 있게 해주는 이 수행공동체의 도반스님들과 어른스님들 이십니다. 두해 가까이 생활하면서 이 곳 에서 부딪히는 수많은 경계가 평생 밑거름이 되어 산봉우리에 우뚝 홀로 서게 해주는 큰 복 밭인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운문사에서 수행하게 된 것을 감사하게 생각하며 저의 차례법문을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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