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목소의 물사집반 덕연스님
많이 추우시죠? 사집반 덕연입니다. 강원 오기 전에 형님의 몇 가지 당부가 있었습니다. 강원생활에 대해서는 별 말씀도 해주시지 않고 다만 ‘잘못했습니다.’, ‘네.’, ‘아니오.’ 그리고 시키는 대로만 하면 강원에서 생활하는데 별탈없이 지낼 수 있을거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부푼 꿈을 안고 묵묵히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히 열심히 살다 졸업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왔습니다. 하지만 입방한 첫날. 가위 바위 보에서 져서 회계란 소임을 맡게 되었습니다. 대중 울렁증이 있는 저로써는 눈앞이 캄캄해졌습니다. 운문사의 회계라는 것이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회계가 아니라는 것을 살아본 분들은 아마 다들 아실겁니다. 여기저기서 부르는 “치문반 회계스님”, “회계스님” 첫 철이라 서로 아무것도 모르기 때문에 벌떼처럼 달려드는 반 스님들. 정신은 나를 외면한 채 떠나가고 어리버리한 상태로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도 모르게 바쁘고 힘겨웠습니다. “잘못했습니다”를 연발하며 제정신 차릴 여유도 없이 하루를 마감하고 이부자리에 듭니다. 지나간 과거를 생각하고 잘 돌아가지 않는 머리를 탓하고 오지도 않은 내일 일을 걱정하며 한숨 반, 눈물 반으로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보지만 눈은 어느새 스르르 감겨졌습니다. 아득히 들려오는 새벽 목탁소리에 눈을 뜨며 어제와 같은 날이 또 시작이구나 하는 생각에 절로 눈물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옛 어른들의 말씀에 쉼 없이 돌아가는 디딜방아에도 손 넣을 틈은 있다고 했습니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설거지 하러가기 위해 장화를 신으러 김치광으로 향하던 중 이목소의 물이 보였습니다. 평소에는 눈에 띄지도 않던 물결이 시원스레 흘러가고 있었습니다. 어제의 물도 아니고 또 내일의물도 아닌 지금 현재 순간순간 죽사리 죽사리하며 머무름 없이 유유히 흘러갈 뿐이였습니다. 누군가 말했습니다. “나에게 닥치는 고통의 순간순간은 나를 살아 있게 하는 목숨 값이다.” 라고요. 나를 구속하는 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내 자신임을, 나만이 나를 구속할 수 있고 또 나만이 나를 자유롭게 할 수 있다는 것을, 내 자신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으면 결국 어떤 것으로부터도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을 새삼 느끼며 발걸음 가볍게 일상생활로 돌아왔습니다. 한 생각 바꾸니 이리도 편안한 것을 왜 그리도 저는 힘들어 했을까요? 절대로 지나가지 않을 것 같았던 치문 첫 철도 반 스님들의 따뜻한 배려와 아낌없는 도움으로 지나가더군요. 치문을 보내고 또 티 나지 않게 조용히 보내고 싶었던 저는 어찌하다보니 사집 마지막 철을 청풍료의 큰부전으로 살고 있습니다. 대중 울렁증은 이제 조금 극복한 상태이기에 기꺼운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싶은데 오랜 숙업 때문인지 머리로는 다 이해하고 다 될 것 같은데 실상 실천하는 데는 어렵기 그지없습니다. 역시 운문사는 머리로 이해하는 것을 갖가지 경계로써 몸으로 마음으로 받아들이게 하는 곳임을 절감하게 합니다. 순리대로 물 흐르듯 살자. 긍정의 힘을 믿자... 물처럼 살거래이. 경봉큰스님 법어 中에서....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