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숨결이 깃든

호거산 운문사

차례법문

운문사승가대학 학인스님들이 4년 재학 동안 단 한번 차례대로 법상에 올라서 대중에게 법문한 내용입니다.

공부에 있어서 -도과스님-

가람지기 | 2008.07.20 11:00 | 조회 2838

공부에 있어서

무더운 열기가 곡식을 익히고 열매를 맺게 하듯이 저희들의 땀방울로 수행의 열매가 황금색으로 익어가기를 발원해 봅니다. 안녕하십니까? 사집반 도과입니다.

부처님께서 보리수 아래에 앉아계시는데 어느 날 꼬마판다가 찾아왔습니다.

꼬마 판다는 부처님께 청했습니다. 『부처님, 모든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기 위해 당신의 가르침을 널리 전하고 싶습니다. 부디 저에게 전리의 말씀을 들려주세요』

부처님께서는 뜻은 갸륵하나 좀 어려울것 같다고 하셨습니다.

하지만 꼬마 판다는 할 수 있다고 다시 자신있게 청했습니다.

그래서 부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그렇다면 내일 이 시간에 내가 있는 곳으로 오너라.

늦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나는 내일 너에게 3가지 문제를 낼 것이다. 그 문제를 다 풀고 나서 내가 있는 곳으로 오너라. 알겠느냐? 꼭 내가 있는 곳으로 와야한다.』

다음날 곧 진리의 말씀을 들을 것을 생각하고 꼬마 판다는 셀레이는 마음으로 집을 나섰습니다.

세 가지 문제가 궁금했지만 크게 걱정하진 않았습니다. 꼬마 판다는 너무 기분이 좋아 폴짝 폴짝 뛰어가고 있을 때 길을 잃은 아기양이 울면서 엄마를 찾아달라고 했습니다. 꼬마 판다는 양떼가 어디 있는지 알고 있었지만 약속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마음이 급했고 그래서 못들은 척 서둘러 지나쳤습니다. 조금 지나니 아기곰이 쓰러져 있었습니다. 배가 고파 꼼짝할 수 없다고 도움을 청하는 아기곰을 이번에도 못본척하고 그 앞을 지나쳤습니다. 이제 조금만 더가면 약속장소에 닿을 것입니다. 그런데 바로 그때 고양이가 꼬마 판단 앞으로 푹 쓰러졌습니다. 배가 너무 아프니 병원에 데려다 달라고 했습니다. 병원은 산 너머에 있고 병원에 데려다 주면 꼬마 판다는 약속시간이 늦고 말 것 입니다.

「내가 데려다 주지 않아도 누군가 고양이를 도와 줄꺼야」 하면서 급히 지나쳤습니다.

이윽고 꼬마 판다는 어제 그 약속 장소에 도착했습니다. 그런데 부처님께선 슬픈 얼굴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너는 내가 있는 곳으로 오지 않았구나

너는 약속시간만 지키려고 한 나머지 내 가르침이 없는 곳 내가 없는 곳으로 오고 말았구나 꼬마 판다야!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이가 있는데도 모르는척하고 지나친다면 그곳에는 내가 없는 것이란다.」

꼬마 판다가 말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아직 그 가르침을 듣지 않았는걸요?」

부처님께서는

「네가 길을 잃고 헤매고 있을 때나 배가 고파 죽을 것 같을 때 또 병에 걸려 도움이 필요할 때 네 곁을 지나가는 이가 “다른 누군가가 도와 줄꺼야”라고 하며 그냥 지나쳐버린다면 어떻겠느냐? 그런 사람이 지금부터 진리의 말씀을 전할 것이니 잘 들으라고 한다면 너는 그런 이의 말을 듣겠느냐?」 판다가 대답했습니다.

「아뇨, 그런 사람의 말은 아무도 듣지 않을 것예요」

부처님께서는 가여운 눈길로 꼬마 판다를 바라보시며 말씀하셨습니다.

「꼬마 판다야. 바로 그런 이가 지금의 너란다」

대중스님 여러분은 어떠십니까?

혹여 정해놓고 하는 기도나 공부 때문에 진정으로 보고 느껴야 할 것 들을 놓치고 있지는 않는지요.

언젠가 소임을 사는데 도반스님의 도움이 필요한 적이 있었습니다. 도움을 청하려고 쳐다보니 공부를 하고 있었고 혼자서 어찌 해보려고 슬그머니 일어나니 도반스님이 눈치 채고는 일어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괜찮아요 공부해요」라고 하니 도반스님은 「경을 천번 만번 읽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번실천에 옮기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요? 라고 말하며 도와주는 것이었습니다.」우리는 뭔가 목표를 세우고 그것을 향해 나아갈 때 목표에 지나치게 초점을 맞추게 되면 마음이 미래의 목표에 가 있기 때문에 지금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고 그저 아무 가치 없는 징검다리로 축소되고 말 것입니다.

조금 힘은 들어도 이 자리에서 내딛는 발걸음을 존중하고 작은 일이다 느껴지고, 잘 안 될 때라도 머리에 있는 것을 가슴으로 끝없이 내려 행으로 계합하는 것이 부처님 법의 길이며 우리의 수행이 더욱 견고해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이 너무 포괄적이고 그 배움에 있어서 우리의 시행착오는 계속되겠지만, 겨울의 앙상한 나뭇가지에 새싹이 하나하나 움트며 봄이 오듯이 우리의 수행 또한 그럴 것 입니다. 행복한 수행자 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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