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사집반 자성입니다.
여름의 대명사인 땀과 더위는 아직 조복 받지 못한 마음과 몸
을 힘들게 하는데 외부적인 요소로 작용하고, 익숙하지 못한
강원생활에 적응해져 가는 두 번째 여름, 치문을 거쳐 서장을
배우면서 부처님과 조사스님네의 삶을 엿볼 수 있다는 것에
희열을 느끼게 하는 내부적인 변화의 요소로 작용하고 있는
계절이기도 합니다. 무엇보다도 출가 후 변화된 것이 있다면
그것은 저에게 부딪치는 현실과 사물들에 대한 사고와 시각의
변화였는데 예를 들어 말한다면 출가 전에는 배추 한 포기, 또
는 신을 신고 걸어 다니는 땅, 밟히는 셀 수 없을 정도의 흙들,
지나쳐가는 사람들 모두가 그냥 그 자리에 있어서 무의미하
게 저와 접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그런 사고들은 출
가 후 적어도 윗밭 아랫밭을 뛰어 다니면서 씨 뿌리고 풀 뽑
고, 작열한 태양열아래 푸르고 싱싱한 결과물들을 거두면서
채소들과 풀들과 흙들과 사람들은 그냥 있는 것이 아니라 자
세히 살펴보면 그것들을 의지해서 사는 유정물들이 참으로 많
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제각기 나름대로의 위치에서 본분
을 지키며 주위의 것들과 어울리며 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입니다. 그러나 그보다도 그 유정물, 무정물들은 자의적이
든 타의적이든 주위의것들과 융화하면서 많은 것들을 자기의
것으로부터 타인들에게 무작정 주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 사
실을 인정하기까지는 참으로 많은 시간들과 상황들이 소비되
었지만 지금이라도 그러한 사실을 직접 체험해서 알게 되었다
는 것은 제가 불법승 삼보의 가르침을 확신하는 계기가 되었
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보시란 무엇이며 그것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사전적 의미의 보시란 육바라밀, 십바라밀, 사섭
법 등의 제1의 덕목으로서 자비심으로 다른 사람에게 조건 없
이 주는 것을 말합니다. 이타정신의 극치로 보시를 행할 때는
베푸는 자도 받는 자도, 그리고 베푸는 것도 모두가 본질적으
로 공한 것이므로 이에 집착하는 마음이 없어야 한다는 것 입
니다. 이것을 삼륜체공 또는 삼륜청정이라고 하는데 보시는
이종시, 삼종시, 사종시, 팔종시로 나누어집니다. 이종시는 재
시, 법시를말하고, 삼종시는 재시, 법시, 무외시를 말하는데
재시는 능력에 따라 재물을 보시하여 재물을 구하는사람에게
기쁨을 주는 것을 말하고, 법시는 진리를 구하는사람에게 자
기가 아는 만큼의 올바른 불법을 설명해 주어 그 사람의 수련
을 돕는 것, 무외시는 어떤 사람이 공포에 빠졌을 때 자신이
어려움을 대신하여 그 사람이 공포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것을
말한다고 정의되어 있습니다. 한편 배고픈 사람에게 음식을
주는 음식시와 가난한 이에게 재물을 주는 진보시, 그리고 올
바른 법을 지키기 위하여 목숨을 바치는 신명시를 삼종시라고
도 하며, 팔종시에는 수지시, 포외시, 보은시, 구보시, 습선시,
희천시, 요명시, 위장엄심등시 등이 있는데 수지시는 나에게
가까이 오는 사람에게 보시하는 것이고, 포외시는 재물이 없
어지는 것을 걱정하여 차라리 잃어버리지 않으려고 남에게 보
시하는 것, 보은시는 먼저 보시를 받은 것을 보답하기 위하여
그에게 다시 보시하는 것, 구보시는 후에 보시 받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보시하는 것, 그리고 습선시는 조상에게 배워서 하
는 보시이며, 희천시는 하늘에 태어나기를 바라고하는 보시,
요명시는 좋은 소문이 나기를 바래서 하는 보시를 말하며, 위
장엄심등시는 마음을 크게 하여 아끼는 마음을 없애고, 정을
얻어 열반의 즐거움을 얻기 위하여 하는 보시입니다.
그러나 이상에서의 사전적인 보시도 있지만 부처님의 경전에
는 이보다도 더 멋지게 보시의 정의를 내리고 있습니다. "心住
於法而行布施 如人入暗 卽無所見 心不住法 而行布施 如人有
目 日光明照 見種種色" – 마음이 법에 머물러 보시를 행하면
마치 어떤 사람이 어두운데 들어가서 아무것도 보지 못하는
것과 같다. 마음이 법에 머물지 않고 보시를 행하면 마치 어떤
사람이 눈도 있고 햇빛도밝게 비쳐서 가지가지 사물들을 볼
수 있는 것과 같다. 이는 금강경의 제14분 이상적멸 분에 있는
말인데 선행을 베푸는 여러 가지 종류 중에서 가장 가치가 있
는 진리의 가르침을 제시하였고 그 방법에 있어서는 무주상보
시를 권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법보시의 하나로 이 지구의크
기와 같은 금은보화를 다른 사람들에게 보시하는 공덕보다도
금강경에서 말한 진리의 가르침을 보시하는 공덕이 더 수승
함을 말하는 것 입니다. 법보시가 아니고 아주 하찮은 물질적
보시라 하더라도 생색을 내거나 자랑을 하거나뽐내거나 대가
를 바라거나 또는 보시를 하는데 있어서 자신이 정한 어떤 기
준이나 자격이나 조건을 설정하여 그것에 맞추어 베풀게 되면
그것은매우 잘못된 보시의 방법이라는 것입니다.
깨달음에 이르는 길의 출발은보시행입니다. 베푸는 행위는 자
비심에서 우러나오는 것이고 자비스러움은 모두를 따뜻하게
하는 힘으로 만물을낳아서 기르고 자라나게 하는 힘입니다.
자비와 보시는 동격이기 때문에 보시에 의해서 생명은 태어나
는 것이고 따뜻하게 양육된다 할 것입니다. 태양이 비추는 것
은 우주의 보시행이요, 물이 대지를 적셔주는 것도 우주의 보
시행입니다. 천지만물이 다 끝없이 자비로운 보시의 은혜로
살아가는 것이기 때문에 결국 자기 스스로를 살찌우고 복 되
게 하는 지름길이 되는 것입니다.
옆 도반스님이나 주위의 사람들을 바라 볼 때 편안한 얼굴로
, 기쁨에 넘치는 표정으로 바라본다면 그 자체가 훌륭한 보시
이고, 자비스러운 눈으로 상대방을 대하는 것도 쉽게 행할 수
있는 보시행 일 것입니다. 열심히 부처님의 가르침대로 수행
정진 한다면 그 향기로도 보시행이 될 수 있듯이 많은 이에게
행복을 줄 수 있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부처님을 닮아가
려는 실천수행일 것입니다. 대중스님들 정진여일 하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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