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숨결이 깃든

호거산 운문사

차례법문

운문사승가대학 학인스님들이 4년 재학 동안 단 한번 차례대로 법상에 올라서 대중에게 법문한 내용입니다.

꿈속의 우리들(경민스님)

운문사 | 2006.04.03 10:37 | 조회 2939

우리 살아가는 모습이 마치 개미집을 건드려 놓은 것처럼 이리저리 우왕좌왕 하기도 하며 먹이를 발견하면 더욱더 요란해지는 개미들의 모습과 흡사하다고 표현한 어느 스님의 입방소감이 생각납니다. 그 중 한 개미인 치문반 경민입니다.

언젠가 장주는 나비가 된 꿈을 꾸었습니다. 훨훨 날아다니는 나비가 된 채 즐기다보니 자신이 나비인지 장주인지 알 수 없었고 깨고 나서야 자신이 장주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도대체 장주가 꿈에 나비가 되었을까? 나비가 꿈에 장주가 되었을까?

또 어떤 사람이 꿈속에서 즐겁게 술을 마시다가 아침이 되면 불행한 현실에 슬피 울고 꿈속에서 울던 자가 아침이 되면 즐겁게 사냥을 떠나기도 합니다. 꿈을 꿀 때에는 그것이 꿈인 줄 모르고 꿈속에서 또 그 꿈을 점치기도 하다가 깨어나서야 모든 것이 한바탕의 꿈인 줄 아는 것입니다.

모두들 꿈을 꾸고 있는 것이라고, 꿈 이야기를 하는 것도 또한 꿈이라고 많은 성현들께서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나 우리들 삶은 마냥 꿈이라 여겨지는 것은 아닌 듯싶습니다. 만나면 헤어지고 이루어지면 파괴되고 모나면 할퀴고 신분이 높으면 비방을 받으며 일을 해 놓으면 꼭 결점이 생깁니다. 총명하면 모함을 받고 어리석으면 속임을 당하기도 합니다.

언제나 양극의 함정이 있고 사람은 누구나 그 어느 쪽인가 떨어지게 마련이고 도망칠 수 없습니다. 언제나 두려워하며 편안하지 않으며 마음이 외부에 이끌려 천길 낭떠러지에 매달린 듯한 두려움을 느끼기도 합니다. 마음이 울적하여 괴로움에 착 가라앉은 채 이익과 손해에 대한 강박관념들이 서로 마찰하다가 이윽고 불이 심하게 솟아올라 많은 이들의 마음을 태워버리고 맙니다. 이렇듯 다람쥐 쳇바퀴처럼 수 없는 악몽들에 시달려 살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장주가 밤나무 밭 울타리를 거닐다가 문득 남쪽에서 한 마리의 이상한 새가 날아오르는 것을 보았습니다. 날개의 넓이는 일곱 자요, 눈의 직경은 한 치나 되었습니다. 이 새가 장주의 이마에 닿았다가 밤나무 숲에서 멈추었습니다. 장주는 “저건 대체 무슨 새일까? 날개는 큰데 높이 날지 못하고 눈은 크나 앞을 보지 못하는구나!” 하고 아랫도리를 걷어 올리고 재빨리 다가가 활을 그 새에게 쏘려고 하였습니다. 그러던 중 문득 매미 한 마리가 시원한 나무 그늘에서 제 몸을 잊은 듯 울고 있었습니다. 바로 그 옆 사마귀는 나뭇잎에 숨어서 그 매미를 잡아먹으려고 정신이 팔려 있었고, 한편 이 이상한 새는 또 그 사마귀를 잡을 기회를 노리느라 장주의 활시위를 눈치 채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장주는 이 꼴을 보고나서 이 세상의 모든 것들이 본래 해를 끼치고 이익과 손해를 불러들이고 있구나 하고 생각한 뒤 활을 내려놓고 그 곳에서 도망쳐 나왔습니다. 그 때 마침 밤나무 밭지기가 쫓아와 장주가 밤을 훔친 줄 알고 그를 꾸짖었습니다.

우리들 삶의 모습이 이 이야기와 많이 닮아있지 않은가 가끔 생각해 보곤 합니다. 운문사에 온 지 얼마 되지 않던 언젠가 비로전에서 들은 회주스님의 법문 가운데 몇 말씀이 떠오릅니다.

‘좌치(坐馳), 천리를 달리는 말처럼 우리의 마음은 하루에도 몇 번씩 앉은 채로 대구에도 갔다가 서울에도 갔다가 부산에도 갔다 하면서 끊임없이 달리고 있으니, 오로지 이 한 마음을 잘 섭수하는 것(전기, 專氣)이 진정한 수행자의 모습니다.’

어떻게 사는 것이 전기하는 마음일까? 좁은 우물 속 개구리는 바다에 대해 말해도 이해할 수 없는 것은 그 개구리가 자신의 좁은 세계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이고, 여름벌레에게 얼음에 대해 말해도 알 수 없는 것은 그 벌레가 자신이 살고 있는 시간에 집착되어 있는 까닭입니다. 한 가지 생각에 사로잡혀 있는 사람에게 진리에 대해 말해도 전혀 움직이지 않는 것은 그 고정관념에 얽매여 있기 때문입니다.

모두 꿈속의 자신이라는 고정적인 틀에서 초탈하여 보다 넓게 반조하는 훈련을 꾸준히 해 나가는 것이 수행의 첫 디딤돌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호거산 운문사라는 큰 도량, 청풍료에 앉아있는 대중스님들, 모두 처진 소나무와 은행나무가 내뿜는 기를 만끽하면서 이왕이면 멋진 꿈 한 번 꾸어보시면 어떨지 .......


대중스님, 지금 이 순간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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