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수경
진견/대교과
우리의 하루 일과에서 절대 빠질 수 없는 중요한 몇 가지 일들 중 하나가 있습니다. 이것은 신심 충만하여 몰입해서 해야 하는 것이 정석이며, 스님이라면 해야만 합니다. 그렇지만 유감스럽게도 이것은 가끔 정신을 잃고, 가수면 상태에서 행해지기도 합니다. 이것은 매일 만나기 때문에 너무 당연해서 물과 공기 같기도 합니다. 바로 천수경입니다. 제가 오늘 여러분께 말씀드리고자 하는 것은 우리에게 너무 당연하고 친근한 이 천수경의 공덕입니다.
법문에 앞서 두 가지를 염두 해 두고 주제를 선정했습니다. 첫째, 대중 스님들의 수행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둘째, 내 알음알이가 아닌 경과 조사 스님 말씀에 근거할 것. 부디 이 짧은 시간을 통해 앞으로의 천수경 염불을 함에 있어, 좀 더 마음을 다잡고 신심 돈발하여 염불에 집중하는데 한층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원을 발하며 법문을 시작하겠습니다.
우리가 매일같이 하고 있는 천수 천안경은 관세음보살께서 말씀하신 경입니다. 천수경은 본래 과거 99억 항하사 모든 부처님의 비밀 장구인데 관세음보살님께서 들으시고 환희심을 발하여 천수천안이 몸 가운데 구족하시고자 발원을 하셨다 합니다. 그 발원을 하시고 나서 즉시 발원으로 인하여 몸 가운데 천수 천안이 자재구족신통 하셨는데 이러한 연고로 ‘천수’가 되었습니다.
광대원만한 무애대비심 대 다라니경에 이르시기를 이 다라니의 제목을 얻어 듣거나 혹 한번 외우는 소리를 듣거나 사람을 대접하는 것도 과거 구원겁에 선근을 심어서 환희하게 된다고 하시니 이 다라니를 듣고 환희하는 중생은 선함과 악함은 물론이거니와 삼악도를 면하고 불종자를 심어서 미래세에 즐거움을 받게 됩니다. 그래서 이 다라니를 외울 때 마음을 다른 곳에 반연하지 말고 정성심, 자비심, 평등심, 공경심을 가지고 외우면 평생 소원을 이루지 못함이 없으리라고 하셨습니다. 경의 말씀대로 진중하게 믿음을 발하여 지송하면 경에 이르신바 공덕을 남김없이 성취하게 되어 베풀어주는 이와 받는 이와, 현생부모와 다생부모와 사장과 법계 원친과 한 가지로 윤회하는 괴로움을 모두 해탈하고 등각과 정각을 이루어 광도중생하게 되는 것입니다.
옛날 ‘일영‘ 이라 하는 스님이 이 천수경 한 권을 유통한 공덕으로 사후 천상에 나고 십만팔천인도 한 곳에 나서 생사와 이별이 없는 무량한 즐거움을 받았는데, 일영스님이 물었습니다. ‘무슨 공덕을 닦아서 이러한 수승하고 묘한 즐거움을 받습니까?’ 그 회중에서 대답하기를 일영이라는 이가 천수경 한권을 세상에 유전한 공덕으로 우리는 생사를 오고가매 원근 권속의 인연이 되어 이곳에 모여 승묘락을 얻었다고 답했습니다. 일영스님은 이 말을 듣고 즉시 성불을 하여 법안으로 관찰하니 그 회중이 다 다생부모, 처자, 숙질, 남매, 노비동복 이었습니다. 일영스님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내가 그 때에 천수경을 외우지는 못했으나 한 권 유전한 공덕으로 내 몸이 하늘나라 천상에 나서 다생 친척 원근 권속과 이렇게 수승한 묘락을 얻으니 경을 외우거나 여러 권 유포하는 공덕을 어찌 가히 측량할 수 있으랴?’ 이렇게 천수경의 공덕은 가히 깊고도 큽니다.
매일 우리가 만나고 있는 천수경의 단 한 구절을 염하더라도 진심을 다해서, 열과 성을 다해서 독송한다면, 이런 순간들이 모이고 쌓여 경과 내가 하나가 되어버리는, 어느 시절의 그 한 순간을 저를 비롯한 지금 여기 계신 모든 대중스님들이 모두 경험하시기를, 이를 통해 부처님의 깊은 뜻을 온전히 믿고 받아 지니게 되시기를 발원하며 허운스님이 노거사에게 쓴 편지 중 일부를 인용하여 법문을 마칩니다.
과거 숙업에 이끌려 한 세상을 물결치듯 흘러왔습니다. 바람 앞의 등불처럼 쇠잔하기 그지없는데 오히려 마무리 지어야 할 일은 많기만 합니다. 매번 문득문득 떠올릴 때마다 헛된 이름만 낸 것은 아닌지 부끄럽습니다. 지나온 한평생도 어찌 보면 꿈이고 허깨비일 따름입니다. 태어난다는 것은 죽음의 시작이니, 지혜로운 사람은 얼른 정신을 차려서 머리에 붙은 불을 끄듯 일심으로 공부해 가야합니다.
감사합니다. 성불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