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숨결이 깃든

호거산 운문사

차례법문

운문사승가대학 학인스님들이 4년 재학 동안 단 한번 차례대로 법상에 올라서 대중에게 법문한 내용입니다.

'Freedom is not free' - 화엄반 로운스님

가람지기 | 2019.07.06 10:51 | 조회 2297


   대중 스님들 안녕하십니까? 화엄반 로운입니다.

여름철 차례법문을 준비하면서, 과연 무슨 말을 할까 많이 고민했습니다. 이런저런 고민하는 저에게 은사 스님께서 가장 좋은 법문은 가장 솔직한 것이라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그래서 저는 법문이라기보다는 그냥 대중 스님들과 저의 고민을 함께하는 시간을 갖고자 합니다. 저를 여기 모인 우리는 모두 출가자입니다. 각기 출가 이유는 모두 다르지만 자유라는 단어는 출가 전 한 번씩 가슴에 품은 말임에는 틀림없을 것입니다.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 /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언제 들어도 멋지고 또 멋진 말입니다.

출가를 갈망하는 불타오르는 신심은 없었지만 숫타니파타의 이 구절은 출가를 결심하는 많은 이유 중에 저를 가장 강하게 이끄는 경구였습니다.

   그러나 출가 후 정말 저의 이상과는 반대로 출가는 그냥 현실이었습니다. 행자의 3대 원칙이라는 앉으면 먹고, 서면 일하고, 누우면 잔다는 그 말이 그냥 나온 말이 아니라는 것을 아는 것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저는 은사 스님께 장난 반 진심 반 이런 말을 자주 했습니다. “속았습니다.” 저는 완전히 속았습니다.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는커녕 어른 스님들께서 나지막이 부르는 로운아한마디에도 심장은 벌렁벌렁했고,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은커녕 그물이 없어도 이것저것 걸리는 것도 많고, 무소의 뿔은커녕 쥐뿔도 내 의견은 낼 수도 없고, 어쩌다가 그 쥐뿔이라도 내놓으면 은사 스님의 경책으로 하루를 마감하는 연속이었습니다. “완전히 속았다라는 생각을 할 겨를도 없이 할 일은 쌓여만 가고, 잠시 눈을 감았을 뿐인데 새벽예불 시간이 되는 아주 신기한 날들이 계속되었습니다.

 

   강원을 가면 달라질 것이라는 저의 기대가 깨진 것은 하루면 충분했습니다. 언제 어디서 들려올지 모르는 상반 스님의 로운스님!” 이 한 마디에 저의 심장은 두근두근, 걸릴 곳은 더더욱 많아지고, 본사에 와서는 또 다른 규칙과 제약에 아주 힘들었습니다.

이 모든 일이 스님이 되어가는 과정이라는 선배 스님들의 말이 원망스럽기도 하고, 나는 언제쯤 걸림 없는 대자유인의 모습을 살 수 있을까? 과연 그런 날이 올까? 이런 망상으로 저 자신을 괴롭히면서도 이 길만이 제가 갈 길이라는 생각은 변함없었기에 묵묵히 지내면서도 가끔 가슴속에서 뭔가 불덩이 같은 것이 훅하고 올라오는 것 같았습니다.

 

   어느 날 은사 스님께서 제 책상에 이런 쪽지를 남겨 놓으셨습니다. 'Freedom is not free'

맨 처음 그 메모를 보았을 때는 평소 영어 울렁증이 심한 저를 공부시키기 위한 것인가? 강원에서 배우는 한자만으로도 포화 상태인데 이 시점에서 웬 영어인가? 하는 의문도 들고 아무리 내가 영어를 못 한다 해도 뭐 이런 쉬운 것을 적어 놓으셨지? 하지만 이 짧은 문장이 온종일 제 머릿속에서 맴돌았습니다.

   “자유는 공짜가 아니다.” 참 많은 생각을 들게 했습니다. 찾아보니 이 말은 워싱턴 DC에 있는 한국전쟁 참전 기념 공원 비문에 새겨져 있다고 합니다. 미국의 젊은 군인들은 자기의 목숨을 희생하며, 듣도 보도 못했던 나라였고, 만나 보지도 않았던 사람들이었지만 그들의 자유를 지키기 위하여 싸운 공로를 치하하는 말이었습니다. 전쟁의 희생자와 출가자를 비교할 수는 없지만 자유는 공짜가 아니다.’라는 것에 의미를 두고 저에게 남기신 메모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출가는 자유와 행복을 위한 여정”, “자유를 향한 자유로운 날갯짓이라고 홍보하는 종단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습니다. 정말 멋진 말이고 출가를 꿈꾸는 이들에게 충분히 매력 있는 말이고, 지금, 이 순간도 저 또한 그 자유를 꿈꾸며 살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자유와 행복, 자아를 찾아가는 길에 수많은 과정이 있다는 것을 잊고 있었다는 것을 잊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출가자의 자유도 처음부터 얻어지는 자유가 아니라는 것을 왜 생각 못 하고 속았다.”라는 어리석은 생각을 하며 수행자로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는 과정을 굴레라고 생각했을까 참으로 부끄러웠습니다.

 

   서산대사의 선가귀감入此門來 莫存知解. ‘이 문에 들어온 사람은 시비분별 알음알이를 남겨두지 말라’.”라는 가르침이 있습니다. 절집 일주문을 넘는 내가 가지고 있는 온갖 알음알이에서 벗어나서 그 안에서 다시 자신을 단단히 만들어나가야 합니다. 출가자가 아닌 재가자로서 일주문을 넘었다면 잠깐의 휴식과 평화를 맛보면 되지만 출가자는 말 수행을 위해 이 문턱을 넘었습니다. 그 수행이 최종 목적지는 깨달음을 얻고 대자유를 찾아 번뇌 없는 평온한 삶을 꾸려나가는 것입니다.

 

   출가자가 이 자유를 얻기 위해서는 인욕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아니 인욕의 시간의 아닌 그동안의 알음알이를 벗어 버리고 출가자의 삶으로 들어서기 위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출가를 결심했을 때 얻고자 했던 자유를 얻기까지의 시간이 절대 공짜가 아니라는 것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됩니다.

 

   우리는 대 자유를 찾는 여행의 한 가운데 있습니다. 그 길에 많은 시련과 고난이 함께 할 것입니다. 찰나찰나 나 자신을 살피며,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는 것이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이라는 것을 잊지 말고 열심히 정진할 것을 다시 한 번 다짐합니다.

더운 여름 대중 스님들 건강 조심하십시오. 성불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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