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숨결이 깃든

호거산 운문사

차례법문

운문사승가대학 학인스님들이 4년 재학 동안 단 한번 차례대로 법상에 올라서 대중에게 법문한 내용입니다.

소확행의 길 - 대교과 자운

가람지기 | 2019.12.24 20:14 | 조회 1083


 소확행의 길


안녕하십니까? 나무들이 삭발하는 계절인 겨울, 무재칠시(無財七施)란 주제로 차례법문을 하게 된 화엄반 자운입니다. 반갑습니다어느 한 날 어떤 사람이 부처님께 저는 왜 하는 일마다 잘 안될까요?”라고 여쭙니다.

부처님께서는 네가 남에게 베풀지 않아서 이다.”라고 답하셨습니다또 다시 묻길, “부처님, 근데 저는 아무것도 가진 게 없는데요?” 하자, 부처님께서는 재물이 없어도 남에게 베풀 수 있는 7가지 보시가 있는데, 7가지를 네가 일상생활에서 생활화 한다면 너에게 영원한 공덕이 되리라.” 라고 하셨습니다, 이것을 바로 무재칠시(無財七施)라 합니다.

 

무재칠시의 첫 번째는 화안시(和顔施)입니다환한 얼굴로 남을 대하는 것으로 상대를 편안하고 행복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자 이제 우리 옆 도반스님을 마주 보고 웃으며 인사해 볼까요? “반갑습니다”  웃는 얼굴로 인사 한마디에도 이렇게 기분이 좋아집니다.

무재칠시의 두 번째는 언시(言施)입니다. 사랑의 말, 칭찬의 말, 위로의 말 등 따뜻하고 진심어린 말로써 상대에게 베푸는 것입니다. 언시의 예시로 제가 잘 쓰는 문장이 있는데요. 다같이 자운스님 멋있어요!” / 이번엔 회주스님 존경합니다!” 얼마나 듣기 좋은 말인가요. 이렇게 간단한 한 문장의 말도 한 사람의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무재칠시의 세 번째는 심시(心施)입니다마음의 문을 열고 따뜻한 마음을 주는 것으로 다른 사람의 괴로움을 헤아리고 진심으로 대하는 것입니다. 주위에 반연 있는 분의 부모님이 돌아가셨다 하면 안타까운 마음이 절로 드시지요? 또 아이들을 보면 저절로 따뜻한 마음이 들지 않나요? 그 마음 또한 보시를 행하고 계시는 겁니다.

무재칠시의 네 번째는 안시(眼施)입니다호의를 담은 눈으로 상대를 온화하고 따뜻한 눈길로 바라보는 것입니다. , 저를 보시며 따뜻한 눈길을 보내 보실까요? 저 지금 웃고는 있지만 사실 엄청 떨고 있습니다.

무재칠시의 다섯 번째는 신시(身施)입니다몸으로 베푸는 것으로 몸이 불편한 사람을 도와주는 겁니다. 무거운 짐을 든 어르신들이나 도움이 필요한 장애인분들을 보면 저절로 가까이 다가가게 되지 않나요? 안 그러신 분들은 지금부터 하시면 됩니다.

무재칠시의 여섯 번째는 좌시(座施)입니다앉는 자리를 내주어 양보하는 것으로 흔히 버스나 지하철에서 행 할 수 있습니다.

무재칠시의 일곱 번째는 찰시(察施)입니다굳이 묻지 않고 상대의 마음을 헤아려 알아서 도와주는 것입니다.

 

운문사를 방문한 분들에게 도량안내를 할 때면 주로 각 전각과 연결 지어 복과 부처님, 운문사의 역사에 관하여 이야기를 합니다. 그 때 제일 많이 하는 질문 중 하나가 왜 부처님을 믿어도 본인은 잘 안 풀리냐는 질문 이었습니다. 대중스님들께선 이 질문에 어떠한 답을 내 놓으시겠습니까또 지장전 같은 경우 웹툰 신과 함께를 예시로 들며 복과 보시에 관해서 설명을 합니다.

웹툰을 보면 저승에 가면 심판을 받게 되는데 그 때 필요한 게 변호사입니다. 사후의 변호사는 생전 내가 남에게 베푼 바에 따라 에이스 변호사가 나올 수도 있고, 변호사 자체가 안 나올 수도 있습니다. 물론 가진 재물로 베푸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가 가진 게 없을 경우 이렇게 무재칠시로도 베풀 수 있음을 알려드리고 있습니다.

 

도량안내를 할 때 화안시와 언시를 통해 그들의 긴장을 풀고 심시와 안시를 통해 옆 사람들과 소통하게 하며, 신시와 좌시, 찰시를 통해 이 세상에 보시 할 수 있는 방법을 달려드립니다처음 제가 운문사를 공부한 이유는 신도분들의 질문에 대처하기 위해서였지만 시간이 흘러서는 운문사를 통해 불교를 배우게 되었고 그 배움을 나누는 게 즐거웠습니다.

또한 부족한 제 안내에서나마 운문사를 방문하신 분들이 불교를 조금이나마 알고 또 이 무재칠시를 통해 행복해져서, 이 사회가 조금 더 행복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에 이 프로그램을 하고 있습니다. 이곳 운문사엔 여러 사람들이 참배하러 오십니다. 그들을 향해 안녕하세요, 성불 하십시오 등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는 건 어떠하신지요? , 대화를 하지는 않더라도 그들을 향해 두 손 모아 환한 미소를 보내 보는 건 어떠하신지요?

 

소확행.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스님의 작은 미소와 행동 하나, 말 한마디가 그들의 마음에 행복의 씨앗이 되어 민들레 씨앗처럼 세상에 퍼지면 이 각박한 세상이 조금은 더 따뜻한 사회가 되지 않을까요?

 

이상으로 제 차례법문을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성불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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