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숨결이 깃든

호거산 운문사

차례법문

운문사승가대학 학인스님들이 4년 재학 동안 단 한번 차례대로 법상에 올라서 대중에게 법문한 내용입니다.

바라밀을 꽃 피우다. - 대교과 도행

가람지기 | 2018.04.15 10:00 | 조회 1516
반갑습니다.
화엄반 도행입니다.

대중 여러분 도량 곳곳 라일락이 꽃망울을 터트리고 노란 튤립이 싱그러운 4월의 정취를 만끽하고 계신가요?
매일 새로운 모습의 봄날에 환희롭고 감사한 마음입니다.
하루도 같은 모습의 꽃과 나무가 아니듯, 우리의 생각, 감정, 느낌들도 항상 하지 않은데요. 좋거나 싫거나 또는 좋지도 싫지도 않은 감정들을 알아차리고 깨어있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허공 꽃과 같은 생각들에 집착하고 끌려 다니다보면 어느새 전도몽상에 빠지고 좋지 않은 업을 짓게 되는데요. 저는 어떻게 하면 이런 윤회로부터 자유로워지고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고민하다 육바라밀의 실천이 답이 될 수 있을 것 같아 오늘 차례법문의 주제로 삼아보았습니다.

 부처님의 세계로 건너가는 여섯 가지 수행법을 원효스님의 무애권선가를 통해서 알아보겠습니다.
“헐벗고 배고픈 이 옷과 밥을 주었으라. 앓는 이 구안하고 약한 이 도와주니 모두 보시행이로다.” 보시에 관한 구절입니다. 보시로 인해 얻게 되는 가장 큰 이익은 무엇일까요? 저는 탐심을 줄일 수 있는 것이라 생각됩니다. 탐심으로 인해 불필요하게 낭비되는 것들을 조금씩 줄여 가면 필요한 곳에 필요한 것들이 잘 나눠지고 쓰여 질 수 있게 됩니다.
 예를 들면 음식물쓰레기를 처리하기 위해 드는 많은 비용을 줄여 굶주림을 겪거나 아픈 이들을 도울 수도 있지요. 보시로 인해 나의 탐심도 줄이고 남도 도울 수 있으니 보시바라밀이야 말로 보살행의 첫걸음이 될 수 있습니다.

 돕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나를 보호하고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게 하는 지계바라밀인데요.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고 하지 말아야 할 일은 하지 않는 것입니다. 연기와 인과의 지혜가 없다면 살도음망은 물론이고 환경에도 많은 피해를 주게 되는데요.
 얼마 전 뉴스에서 도심 곳곳 아파트의 플라스틱과 비닐 등 재활용 폐기물을 처리하지 못하고 있다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재활용 쓰레기를 중국으로 수출했지만 중국이 자국의 환경문제를 생각해서 수입을 중단하는 바람에 순환이 안 되는 상황이 벌어졌기 때문인데요. 플라스틱이나 비닐을 재활용하려면 다시 분류하고 세척하는 과정, 또 인력 면에서 더 많은 비용이 들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자연의 은혜를 입고 살아가는 만큼 자연에 피해를 주는 플라스틱과 비닐 사용을 자제하는 일도 적극적인 지계바라밀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지난 겨울철 회주스님의 시자소임을 살며 회주스님의 일상에 육바라밀이 모두 녹아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넓은 마음으로 아낌없이 보시하시고, 늘 때에 맞춰 적당한 양으로 공양하시고 탐심을 내지 않으십니다. 늘 한결 같이 정해진 시간에 예불, 사경으로 정진하시고 청정하게 절제하시며 살아가시는 모습에서 생명을 살리는 무량한 덕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었습니다.
 춥지 않으시냐고 여쭈면 겨울이라서 춥다고 생각하면 되요. 라고 말씀하시고 감기에 드셨을 때도 나는 감기에 관심 없어요. 라고 말씀 하십니다. 엄살이라는 것이 없고 어떤 불편한 환경이나 상황에서도 불평이 없으시지요. 단순하고 청정한 그 마음이 깨끗하고 텅 빈 거울과 같아서 상황과 사람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비추시는 인욕보살입니다.
 무애권선가에는 남 미워하지 않음을 인욕이라고 말하고 있는데요. 남을 미워해서 가장 괴로운 건 자기 자신이니 나와 남을 둘로 보지 않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다음은 정진바라밀입니다. 우리 운문사 스님들은 매일 정진바라밀을 실천하고 있지요. 예불 드리고 108배 참회 절을 하고 좋으나 싫으나 맡은 소임을 충실히 해내는 것 자체가 정진입니다. 수행이든 소임이든 끊어지면 다시하고 실수하면 배우면서 낙숫물이 바위를 뚫듯이 부지런히 하다보면 우리의 일상 그대로가 정진바라밀이 됩니다.

 다음은 선정 바라밀에 대한 구절입니다. “마음 굳게 잡아 잡념 망상 다 떼이고 가을하늘 맑은 듯이 무애삼매 닦는 법을 선정이라 하거니와 모두가 마하반야바라밀의 일이로다.” 부처님께서는 선정바라밀로서 모든 생각과 망상을 여의시고 제법실상을 여실히 보는 통찰지로 중생을 제도하셨습니다. 우리스님들도 이목소 물 맑은 듯이 무애삼매를 닦아 수많은 망상과 이리저리 날뛰는 생각의 노예가 되지 않고 마음의 주인이 되시기를 바라는 마음 입니다.

 앞의 모든 바라밀이 마하반야바라밀의 일이니 반야바라밀이 없다면 이 모든 일이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부처님과 같이 운문사 스님들 모두가 반야바라밀을 이루시고 구름을 벗어난 달처럼 지혜가 환하게 드러나 인천의 큰 스승이 되고 대승보살이 되시기를 기도드립니다. 
 
“불도를 닦는 사람 무엇으로 알아 내노. 얼굴에 빛이 나고 몸에서 향내 나네. 마디마디 기쁨주고 걸음걸음 꽃피어라.” 중생 곁에서 춤과 노래로 깨달음을 전하신 원효스님의 게송으로 법문을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성불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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