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숨결이 깃든

호거산 운문사

차례법문

운문사승가대학 학인스님들이 4년 재학 동안 단 한번 차례대로 법상에 올라서 대중에게 법문한 내용입니다.

감사 - 사미니과 선오스님

가람지기 | 2018.09.29 20:38 | 조회 1690

유난히도 무더웠던 여름날을 뒤로하고 어느덧 가을 문턱에 들어선 것 같습니다.

안녕하십니까? 대중 스님 여러분, 이번에 차례법문을 하게 된 치문반 선오입니다.

많이 모자라고 자격이 없지만, 차례가 되어 귀한 법문하는 자리에 오르니 몹시 두렵고 많이 떨립니다.

돌이켜 보면 출가 전엔 느끼지 못했던 고맙고 감사한 여러 감정들을 순간순간 마주하게 되면서 예전에 부끄러웠던 일들이 스쳐 지나갑니다.


저는 출가 전 소소한 불만, 불안과 씨름해야 했고 인간관계에서도 손해 보는 일은 절대 하지 않으려하는 고집스러운 성격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바깥 일로 인해 무슨 불만스러운 일이 있어 속가 거사님께 말씀 드리면 그럴 때 마다 늘 부처님의 가르침에 의거해서 알아듣도록 말씀해 주셨었는데, 그 때 허송세월을 보내며 시간 낭비 하지 말고 발심 출가했더라면 하는 생각이 듭니다. 속가에 머무를 때는 그냥 지나쳤던 것들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다는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이 일어나서 옛 성현들의 경책이나 문장을 자꾸만 되뇌이게 됩니다. 또한 부처님 도량에 살면서 항상 세상의 중앙에 있는 느낌으로 매일매일이 새롭고 다행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얼마나 감사한 일이겠습니까!

 

행자 생활을 하면서도 옛 습을 버리지 못하고 다소 웃지 못 할 일들도 있었습니다. “선오야, 선오야은사 스님께서 찾으시는데도 저는 정통에서 두 시간, 선오야부르실 때도 어디에선가 나름 나만의 생각에 빠져 있다가 허둥대곤 했습니다. 그렇게 주위엔 무관심하며 대책없었던 행자 시절의 저를 은사 스님께서는 무던히 지켜 봐 주시며 기다려 주셨고, 저를 위해 강원 대중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제게 맞는 처신을 하나하나 자세히 일러주셨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님의 가르침에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제 자신이 너무 부끄럽고 죄송한 마음입니다. 뿐만 아니라 한 번 익힌 습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깨달으면서 습을 잘 익혀야겠다고 생각을 합니다.

아직 모자람은 많지만 이 좋은 운문 도량에서 위로는 어른 스님들의 가르침을 받고, 상반 스님들의 따뜻한 배려에 힘입어서, 소중한 도반들과 함께 배우고 익히며 적은 신심이나마 일으켜봅니다.

 

우연히 방학 동안에는 형님 절에 가게 되었는데 새벽 금강경 독송 기도를 신도님들과 함께 하고 계셔서 동참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어색하고 긴장 되었지만 어느덧 저도 큰 소리로 함께 하고 있었습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처음 경험해 보는 독송기도에 참 신심이 났습니다. 그리고 저의 업장 소멸과 지혜로운 삶을 위하여 짬짬히 한 배 한 배 절도 하였습니다. , 이번 철 반장 소임도 있다 보니 더욱 간절하게 기도를 하게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반장 소임을 살면서 분명 힘든 일도 있겠지만 반 스님들과 화합하고 주위를 살펴가며 한 철 소임을 잘 살겠다고 거듭 거듭 굳게 마음으로 다짐합니다. 그러면서 배움에도 자신을 돌아보는 일에도 게으름 없는 남은 치문을 보내겠습니다.

 

끝으로 제 마음에 남는 게송을 읽으면서 이 차례법문을 마무리 할까 합니다.

 

아득히 먼 옛날부터 내가 지은 모든 악업, 크고 작은 그것 모두 탐 진 치로 생기었네. 나무아미타불.

쓸데없는 생각 말고 부지런히 공부하라. 날마다 하루 종일 누굴 위해 바쁠 건가. 나무아미타불.

 

이제는 아침저녁으로 제법 선선한데 대중 스님들 모쪼록 일교차에 감기 조심 하시고 두서없는 법문 경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노력하고 정진하는 선오가 되겠습니다.

여일 정진 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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