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례법문의 피날레를 장식하는 화엄막내, 탄현입니다. 반갑습니다.
“내가 모든 중생의 고통을 대신 받을지라도 그들을 고통에서 벗어나게 하리라.
내 차라리 혼자 지옥의 고통을 다 받더라도 다른 중생들을 고통받지 않게 하리라. 이 몸을 볼모로 잡혀서라도 고통 속의 중생들을 속죄시켜 해탈케 하리라” 화엄경 십회향품에서 금강당보살은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대개 한 인간의 가치는 그가 세상으로부터 무언가를 받을 수 있나가 아니라 그가 세상을 위해 무엇을 줄 수 있는가에 의해 판단된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상구보리 하화중생’을 사명으로 삼은 우리들이, 갈수록 삭막해져 가는 현대사회 속에서, 어떻게 부처님의 법을 가지고 하화중생으로 나아가야 할까요?
바로 회향입니다. 회향은 시주단월의 은혜를 입고 살아가는 우리가 필연적으로 걸어가야 할 길입니다. 그렇기에
“원이차공덕 보급어일체 아등여중생 당생극락국 동견무량수 개공성불도.
: 원하건대 이 공덕으로 널리 나와 같은 중생들이 극락국에 태어나 무량수 부처님을 뵙고 모두 함께 성불 하여지이다.” 하는 회향게를 매일같이, 하루에도 몇 번이고 외우는 것입니다.
흔히들 말하는 백일기도 회향이라거나 칠일기도 회향이라고 할 때의 회향은 마친다는 뜻으로 쓰이고 있지만, 사실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을 의미합니다.
즉, 회향은 '돌려서 향하게 한다'는 뜻으로, 자신이 닦은 공덕을 남에게 되돌리는 것을 말합니다. 자신이 닦은 공덕을 자기만이 누리려는 마음은 또 하나의 무지와 탐심일 뿐, 부처님께 예배하고 기도한 작은 공덕이라도 반드시 이웃에게 나누어 베풀 때 공덕의 진정한 의미가 있습니다.
다만 이것은 나와 남이 둘이 아니라는 자각이 있어야 가능합니다.
타인의 불행을 보고 차마 외면하지 못하는 마음, 다른 사람이 행복해져야 내가 행복해지는 연기법의 진리를 깊게 믿고 이해해야 합니다.
그러나 지금의 사회는 자신이 살고 있는 지구를 송두리째 파괴할 수 있는 핵무기를 계속해서 만들어내고, 감히 상상할 수도 없는 끔찍한 범죄 사건들이 난무하고, 자신의 탐욕을 채우기 위해 서로가 서로에게 상처로 존재하는 사회를 만들기에 이르렀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탐욕을 연료삼아 질주하는 이 지옥행 열차에서 내릴 기약이 없는걸까요?
지난 4년간 운문사에서의 생활을 마무리하는 동시에, 새로운 사회를 향해 발을 내딛어야 하는 지금 이 시점에서, 저는 용감히 이 지옥행 열차에서 뛰어내리려고 합니다.
네. 대단한 결심을 했습니다.
그런데 아무래도 뛰어내리려면 보호장비가 필요할 것 같아서 몇 날 몇 일을 걸려서 어렵게 찾아냈습니다. 바로, ‘수용’과 ‘개선’입니다.
수용. 어떤 환경에 처하든 주어진 환경을 거부하지 않고 사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수용하면서도 동시에 미래지향적으로 환경을 개선, 즉 전환하며 살아야 합니다.
다시말해 갈수록 불자의 퍼센트가 줄어드는 현재를 그저 수용만 해서는 안되겠죠.
그래서 우리는 끊임없이 개선해 나가야 하는겁니다.
하지만 우리는 늘 한쪽에만 치우치는 경향이 강합니다. 수용을 하면 개선을 못하고 개선을 해야겠다고 하면 현재를 수용하지 못해서 괴로워 하고... 수용과 개선이 조화를 이루어야 합니다.
수용하면 내 마음이 편하고, 개선하면 세상이 좋아지죠.
내 마음이 편한 것은 상구보리이고, 세상이 좋아지는 것이 하화중생입니다.
상구보리하면 내가 변하고, 하화중생하면 세상이 변합니다.
자기를 변화시키는 것이 ‘회’이고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이 ‘향’입니다.
이렇게 수용과 개선, 상구보리와 하화중생, 자기변화와 세상변화, 회와 향이 둘이 아닐 때 비로소 참회향이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그러면 자연히 사람들의 이기심이 녹아 저마다 보살행을 꽃 피우고, 질주하는 지옥행 열차는 탐욕의 연료가 떨어졌으니 멈출 것입니다.
비로소 아름다운 세상, 불국정토가 눈앞에 펼쳐지는 순간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자기 수행과 사회를 위한 노력을 함께 해야 합니다.
말 처럼 쉽게, 나 자신과 이 세상이 금방 바뀌지는 않을겁니다.
순간순간의 성실함이 변화를 가져옵니다.
매우 성실하게 한 걸음 한 걸음 걸어가야합니다.
그것이 이 길 위에 서있는 우리의 숙명입니다.
한걸음, 두걸음, 세걸음.. 수없이 걷고 걸어서 내가 가야 할 곳, 우리 모두가 꿈꾸는 그 곳으로 함께 가볼까요?
그럼 이왕 내딛은 발걸음, 갈 길이 머니 우리 빠른걸음으로 가 볼까요? ^^
차례법문 번외편
DO YOU REMEMBER?
4년 전 여기 첨 왔던 때 기억해?
왠지 정신없이 막 북적하기만 했던 때
습의도 걱정도 참회도 뭐든 다 함께 해
그 땐 여기가 되게 이상한 곳인 줄 알았지
But 우린 화엄반이 됐고
그리 이상해 보이던 이 곳도 이제는 좋아졌어
치문반, 사집, 사교 코찔찔이 시절
엊그제 같은데 그래 우리도 꽤 많이 컸어
고마워요
정들었던 이곳과는 안녕
고마워요
이제는 더 넓은 곳으로
설현당에서 마지막 짐을 들고 나가려다가
잠시 돌아본다
울고 웃던 시간들아
이젠 안녕
감사한건 언제나 어른심의 존재였고
불투명한 미래 걱정에 항상 도움 주셨고
매일 성장하는 우리들 보며 위로와 격려
해주셨던 감사한 기억 잊지 않고 기억할게요
처음보단 짐도 늘고,
처음보단 내 스스로 가진 것도 늘었어
이젠 자부심을 딱 들고
더 큰 세상, 큰 꿈을 나 바라보겠어
고마워요
정들었던 이곳과는 안녕
고마워요
이제는 더 넓은 곳으로
설현당에서 마지막 짐을 들고 나가려다가
잠시 돌아본다
울고 웃던 시간들아
이젠 안녕
4년의 삶, 참 짧고도 길었지
많은 일들이 있고 많은 추억의 기억이
막 떠오르곤 해, 떠날 때가 되니까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지대방의 이야기
좁은 평수만큼 더 뭉친 점도 있었고
울기도 웃기도 치고 받기도 몇번
그래서인지 고운 정, 미운 정 쌓이고 쌓였어
운문 4년, 고마웠어
고마워요
정들었던 이곳과는 안녕
고마워요
이제는 더 넓은 곳으로
설현당에서 마지막 짐을 들고 나가려다가
잠시 돌아본다
울고 웃던 시간들아
이젠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