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숨결이 깃든

호거산 운문사

차례법문

운문사승가대학 학인스님들이 4년 재학 동안 단 한번 차례대로 법상에 올라서 대중에게 법문한 내용입니다.

사리암 소임이 나에게 준 선물 - 사집반 윤덕

최고관리자 | 2016.04.29 15:26 | 조회 3013

사리암 소임이 나에게 준 선물

 

사집반 윤덕

 

안녕하십니까? 사집반 윤덕입니다.

차례법문 순서가 이렇게 빨리 돌아올 줄 몰랐습니다.

 

정신없이 방학을 보내는 도중 차례법문을 미처 준비 하지 못한 채 스트레스만 받으며 지냈고, 여전히 쓰여지지 않은 상태에서 개학 무렵 사리암 소임을 다녀오게 됐습니다. 치문 때 처음으로 사리암에 단체 참배하러 갔을 때가 생각납니다. 그때는 유명한 나한기도 도량이라는 소문만 들은 상태라 별 감흥이 없었습니다.

3학년, 4학년 상반스님들이 종무소에서 소임을 살고 있다고 해서 인사드렸는데, 스님이 기도를 접수한다는 게 참 낯설었고, 있지 않아야 할 곳에 스님들이 계신 듯 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제가 사리암 소임을 살아보니, 신도 분들은 스님들이 기도 접수를 하는 것에 대해 거부감 없이 오히려 좋아하는 듯 했습니다. 저도 신도 분들의 간절한 소원을 듣고 축원하는 마음으로 기도 접수를 하면서 꼭 법당에서 올리는 기도만이 다가 아니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어디든 그렇겠지만, 사리암에서 기도 접수를 받다보면 참 많은 분들을 보게 되는데요,

어느 날 저녁 무렵, 혼자 와서 신도등록신청서에 따님 이름 하나만을 쓰고서 속득쾌차를 요청하며 눈시울을 적시는 처사님을 보고 순간 울컥하기도 합니다. 그래도 같이 동요할 수 없으니 묵묵히 접수해 드리며 가시는 뒷모습에 소원 성취 하십시오~”라 말해봅니다.

각각의 사연에 따른 소망들이 간절히 줄지어 접수됩니다. 접수 자체가 축원이 되는 것입니다. 우리의 따스한 말 한마디와 지극한 관심의 눈빛, 성취되길 발원하는 기운이 신도 분들에게 전달되어 긍정적인 힘이 됩니다.

어떤 분은 종무소에 들어서자마자 3배를 하시고 앉으시는 분도 계십니다. 그때의 당혹감이란... 삼보에 귀의하는 마음으로 스님에게 삼배를 올리는 것인 줄 알지만, ‘과연 내가 삼배를 받을만한가?’라는 성찰을 하게 됩니다. ‘사리암 소임 뿐 아니라 중노릇을 잘 해야겠다라고 다짐도 함께 하게 됩니다.

사리암은 신도 분들에게 굉장히 소중한 곳입니다. 40년을 다니셨다는 분도 드물게 계시고, 거의 10년 넘게 다니신 분들이 많았습니다.

일반 신도뿐만 아니라 객스님도 끊이지 않고 기도하러 오십니다.

7~8년 전 졸업한 스님은 철야 기도를 하기 위해 오셨는데, 본인 치문 때 얘길 해주었습니다. 치문 때 쉬는 날이면 갈 곳이 없어서 아침 일찍 사리암에 올라 1000배씩 하고 내려왔다 합니다. 사리암 소임 때도 스님이 원하는 것을 기도하면 이루어졌다고 지금도 뭔가 풀리지 않는 일이 있을 때 마다 12일로 철야 기도하러 오신다고 하셨습니다.

사리암은 1008개의 계단을 올라야 도착할 수 있다고 합니다. 신도 분들은 이 사바세계에서 이루고자 하는 각자의 작고 소중한 소망을 간절히 발원하며 한발 한발 내딛습니다. 나반존자님의 중생을 향한 자비심과 신통자재함을 믿으며 1008개의 계단을 오릅니다. 사리암 도량으로 가는 이 길목마저도 기도의 일부가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인가요? 사리암의 인등기도는 다른 도량에서는 없는 특이한 명목으로 접수됩니다. 바로 가로등 전기 비용에 대한 명목인데요. 정성스럽게 기도하러 오시는 모든 분들의 걸음, 걸음을 비추는 것이 인등기도가 됩니다. 참 수승한 우리 사리암 신도 분들은 이러한 취지의 인등기도를 많이 접수하고 있습니다. 산골짜기마다 울려 퍼지는 나반존자정근과 걸음걸음 정성스러운 소망의 마음들이 사리암에 가득합니다.

삿될 사(), 여읠 리()’ 삿된 마음의 터럭 하나도 허락하지 않는다는 사리암. 일생에 단 한 가지 소원은 반드시 이루어 준다는 사리암 나반존자님. 삿됨이 없는 간절한 마음과 의지가 우리의 원을 이루어지게 하는 것 같습니다.

나반존자는 부처님 열반 후 미륵불이 출현하기 전까지 중생을 구제하겠다고 원력을 세우신 분으로 천태산 위에서 홀로 선정 닦으며 열반에 들지 않고 미륵불을 기다리는 존자로 독성이라 불리기도 합니다. 이 얼마나 크고도 자비로운 원력인가요? 중생을 어여삐 여겨 열반에 들지 않고 미륵불이 출현하기 전까지 중생을 살펴 구제한다는 이러한 대원에서 깊은 감동과 감사를 느끼게 됩니다.

나반존자의 대자대비한 원력의 도량 안에서 숨 쉬는 우리들은 정말이지 복이 많습니다. 우리의 원 또한 종국에는 나반존자와 같아지기를……. 그러한 대원을 세울 수 있는 큰 에너지와 지혜, 화합이 나와 너를, 그리고 우리를 이끌어 줄 수 있기를 발원하며 저의 법문을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twitter facebook
댓글 (0)
주제와 무관한 댓글, 악플은 삭제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