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숨결이 깃든

호거산 운문사

차례법문

운문사승가대학 학인스님들이 4년 재학 동안 단 한번 차례대로 법상에 올라서 대중에게 법문한 내용입니다.

출가 수행자의 효행 - 사교반 지안

최고관리자 | 2016.07.26 10:18 | 조회 1989


출가 수행자의 효행



안녕하십니까! 사교반 지안입니다.
오늘은 제가 알고 지내던 스님의 이야기로 법문을 시작해볼까 합니다.

그 스님은 항상 모든 사람들에게 자비로운 분이셨습니다.
얼마 전의 일인데 스님의 아버지께서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저는 스님을
위로해드리며 장례는 잘 치르셨는지 물었는데 출가자가 세속의 인연에 얽매이기 싫어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그말을 듣고 저는 ‘그래도 나를 낳아주고 길러주신 분인데....’ 하며 한참을 생각했습니다.
출가자들은 보통 세속과의 인연을 끊고 살아갑니다. 세속과의 인연을 멀리 할수록 출가생활에 충실하다는 평을 듣기도 하고 특히, 속가 부모를 비롯한 가족들과 거리를 두고 정을 끊어야 한다는 말은 아직도 많이 듣고 있을뿐더러 출가자가 지켜야 할 덕목처럼 여겨지기도 합니다.

대중스님들께서는 출가한 수행자로써 부모님에 대한 효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옷깃만 스쳐도 500생의 인연이라고 하는데 하물며 부모와 자식으로 맺어진 인연은 얼마나 소중하겠습니까?
제가 출가한 후 3년쯤 지난 어느 날, 갑자기 심장이 멈춰 두 번의 큰 수술을 하게 됐다는 아버지의 소식을 저는 뒤늦게서야 듣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아무런 소식도 모른채 인연을 끊고 살다가는 부모님의 임종마저도 보지 못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에 가슴이 미어졌습니다. 수행하는데 방해될까싶어 저에게 연락조차 하지 않으신 부모님.... 그 은혜로 제가 이 자리에 있기에 어떻게 부모님께 효를 행해야 하는지 더욱 깊이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우리들의 스승이신 부처님께서는 부모님을 어떻게 대하셨을까요?
경전에 따르면 부처님께서는 아버지인 정반왕이 돌아가셨을 때 관을 직접 매셨고, 부처님을 낳고 이레 만에 돌아가신 어머니를 제도하기 위해 도리천으로 올라가 설법하셨습니다.
한국불교에서도 역대 큰스님들이 부모님께 효를 행한 일화들이 많이 있는데요. 그 중 진묵대사께서는 홀로되신 어머니를 사찰에 모셔와 함께 사셨습니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에는 좋은 터를 골라 묘지를 정해 모셨는데, 자손이 없어도 천년동안 향화가 끊이지 않는 곳이 되어 현재 위패가 모셔져 있는 김제 성모암에는 불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또한 우리들이 잘 알고 있는 경허선사는 어머니 봉양을 위해 손수 탁발을 다녔으며, 만행을 떠났다가도 오래지 않아 돌아오곤 하셨습니다.
그밖에도 1277년 운문사에서 주지를 지내신 일연스님이나 동산양개화상 그리고 장로자각종색선사 등 많은 큰스님들이 부모님께 정성스럽게 효를 행하신 예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출가한 지금의 우리들은 부모님께 어떻게 효를 할 수 있을까요?
부모님과 함께 살며 비싼 옷이나 멋진 차, 더 좋은 집으로 모시거나 해외여행을 자주 보내드리는 것과 같은 효도는 할 수 없을 것입니다. 다만 승가의 일원으로 올바르게 수행하며 목련존자나 부처님처럼 인천을 제도하겠다는 원력을 세우고 순간순간 최선을 다하는 모습으로 살아가는 것이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효가 될 것입니다.
또한 부모님께 부처님의 진리를 전해드리며 불법으로 이끌어 삼보에 귀의하게하고 오계를 지키게 해야 될 것입니다. 부모님 살아계실 때 하면 더 좋지만 돌아가신 후에라도 49재만이 아니라 10중 48경계의 범망경 보살계를 받게 해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옛날 어른들께서는 영가를 위해 시식를 하는 것 보다 무상계를 설하여 먼저 계를 받게 하셨습니다.
이렇듯 출가자들은 일체중생을 받들고, 나의 부모뿐만 아니라 타인의 부모라도 윤회의 과정에서 나의 부모였음을 깊이 통찰하여 진실한 무연자비를 실천할 때 유교적 효의 극단성을 극복하고 중도의 효가 실천될 것입니다.
부처님께서는 길가의 뼈무더기에 절하며 제자들에게 부모와 자식간의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인연에 관해 말씀해주셨습니다. 도량에서 90도로 정중하게 인사를 하시던 보살님, 맛있는 사탕을 건내 주었던 아이들, 가깝게는 매일 잠자리에서 심하게 이를 갈거나 잠꼬대하는 도반스님들, 나의 주변에서 마주치고 눈인사 하는 그 누군가도 언제 어느 생에선가 나의 부모였다는 것을 생각하면 무엇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해봅니다.

대중스님여러분, 더운 여름철 힘들고 지치더라도 생나무 가지를 찢는 아픔으로 지금도 떠난 딸을 그리는 부모님의 은혜를 생각해서 하루하루 정진 여일하시길 바랍니다.
성불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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