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부처님입니다.
사집반 혜선
대중 스님 여러분! 반갑습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
지금 앉아계신 옆자리 도반 스님들께 "반갑습니다! 고맙습니다!"라고 서로 인사해보시겠습니까? 어떠신가요? 혹시 마음에.. 감흥이나 울림이 있으신지요
저는 어릴 적부터 원래 그러하다고 익혀온 우리말에 대해 궁금한 점이 참 많았습니다. 바다는 왜 바다라고 하는지, 바다가 도대체 무슨 뜻인지.. 누가 언제부터 바다라고 소리 지었을까?
궁금했지만 태어나면서부터 저절로 익혀 무심코 당연하게 쓰고 있는 말들이라 누구에게 물어볼 수도 알려줄 사람도 없었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우리말의 어원과 의미를 새겨보면서 너무도 당연하게 사용하고 있는 말들이 우리의 삶과 세상 이치를 모두 품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또 우리말이 참으로 신기한 것이 전문적으로 언어를 공부한 사람이 아니더라도 우리말을 쓰는 사람이라면 그 음원을 곱씹을수록 깊이 사유할 수 있고 더 깊은 뜻이,, 깊은 맛이 우러나옴을 느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건 아마도 오랜 세월 우리 민족이 살아온 내력이 우리 몸과 우리 말에 고스란히 담겨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게다가 우리의 마음 공부와도 매우 밀접히 닿아있는데 우리말의 의미를 새기고 마음으로 이해하면 그 말을 사용할 때마다 뜻을 한 번씩 되새겨 때로는 깊은 마음을 담아 보기도 하고 때로는 내가 이 상황, 이 말에 딱 맞는 행을 하고 있는지 스스로 점검하게 하는 잣대가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오늘 이런 몇 가지 우리말의 의미를 소개하고 그것을 통한 마음의 울림을 대중스님들과 함께 공유하고자 합니다. (참고로 어원은 연구자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수 있으니 지금은 어원학적인 접근이라기 보다는 해석을 들으시는 분들의 마음 속 감흥에 따라 판단하시길 바랍니다.)
우선 좀 전에 하셨던 인사말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반갑습니다”는 “반 + 갑다”로 나눠 볼 수 있는데.. 반의 어원은 '한'과 관련된 음가로 이는 곧 신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그러니까 반갑다는 '반과 같다'는 뜻이고 상대방에게 '당신은 하늘의 신과 같이 크고 밝은 존재입니다.' 라는 찬사를 보내는 셈입니다. 그러니까 반갑다라는 말은 상대에 대한 축복과 존중의 의미를 담고 있고 불교식으로 해석하자면 늘 하는 인사말을 통해 상대가 곧 부처임을 서로 일깨워주고자 했던 것입니다.
다음으로 '고맙다' 의 뿌리가 되는 글자인 '고'는 높은 신을 가리킵니다. '고'에 여성을 뜻하는 '마'가 붙으면서 '고마'는 여신, 풍요를 상징하는 땅의 신을 뜻하는 말로 쓰입니다. 따라서 '고마와 같습니다.'즉 '당신은 신과 같은 사람입니다.' 라는 의미입니다.고마운 마음을 일으키게 해준 원인에 대해.. 그 상대에게 ‘당신은 부처이십니다.’ 라고 이야기 하는 것과 같습니다. 또 차분히 ‘고맙습니다’를 마음 속으로 되뇌어보면 그 이면에 ‘미안합니다’ 라는 마음이 같이 떠오릅니다. 이것은 고마운 대상에 대해 ‘부족해서 미안해~ 더 잘하지 못해서 미안해~’하는 마음이 묻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저는 처음 이 의미를 알았을 때 큰 감흥을 받아 ‘그 동안 잘은 모르지만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라고 인사 했을 때 왠지 알 수 없는 마음의 감흥이 일어났던 것이 다 이유가 있었구나.’‘온갖 미사여구와 복잡다단한 이론 다 접어두고 그냥~내가 만나는 모든 대상에 대해 반갑고 고마운 마음으로만 살면 되겠구나.’‘만나는 상대나 맞이하는 모든 경계가 곧 부처이고 그에 대해 고마움을 느낄 수만 있다면 무슨 문제가 있겠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반갑습니다. 고맙습니다.” 마음으로 인사하는 그 순간.. 찰나만큼은 “나”라고 할 것이 붙을 여지가 없습니다. 사실 붙어있는지 알 수 없고 알 필요도 없지요. 이미 나는 없고 상대를 부처님으로 존중할 뿐이니.. 그대로 부처님의 마음인 것이지요. 말이 뜻하는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고 이와 같은 마음을 한결같이 유지하면서 살 수 있으면 저절로 내가 내려놔지고 본 성품과 하나되는 삶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얼마 전부터 저는 아침에 눈을 뜨면서 또는 잠들기 전 저를 지탱해주고 있는 온 몸 세포들을 향해 “고마워~ 내가 어리석어 고생시켜 미안해.” 라고 인사합니다. 또 광대무변함으로 품어주고 있는 이 삼천대천세계에 대해 “고맙습니다” 라고 인사합니다. 혹시 감흥이 오시는 분이 계신다면 여러분께도 권하고 싶습니다. 참고로 이것을 하면서부터 저는 기분도 좋아지고 몸도 가벼워지고 느낌이 참 좋습니다.
다음으로 우리 생활 시시분별의 대명사인 ‘좋다’, ‘나쁘다’ 에 대한 의미를 새겨볼까요?
'좋다' 는 말에는 조화롭다는 의미가 담겨있습니다. 서로 어긋나지 않고 잘 어우러지는 것. 어울리는 것이 좋은 것이라는 뜻입니다. '나쁘다'는 '나뿐'인 상태. 즉 나의 입장, 나의 이익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행동. 나뿐이어서 주변과 조화롭지 않은 것. 즉 불교식 표현으로 하면 아상(我相)이라 할 수 있습니다. 순간 뜨끔합니다!! 나는 좋은 사람인가? 나쁜 사람인가?
‘좋다’ 와 ‘나쁘다’라는 말 자체로 무엇이 좋은 것이지 나쁜 것인지를 군더더기 없이 자명하게 보여줍니다. 이 자명함에 의지해 행한다면 그대로 깨달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다음으로 “말” 과 “얼굴” 의 의미를 새겨보겠습니다.
우리가 하고 있는 이 “말”을 늘리면 ‘마알’이 되는데, ‘마음의 알맹이’이라는 뜻입니다. 그러니까 제가 하고 있는 말에서 제 마음알맹이가 그대로 드러난다고 할 수 있겠지요. 같은 맥락으로 ‘말씀’은 ‘마음 씀씀이’를 말하는데, 마음을 잘 쓸 적에 “말씀”하신다고 합니다. 껍데기 말고 마음 알맹이를 잘 쓸 때 진짜 어른이 됩니다.
"얼굴" 은 "얼" 과 "굴"로 이루어진 순 우리말로써, 얼은 정신, 또는 정신의 골격, 마음에 해당하는 것이고 굴은 구멍 또는 골자기를 뜻합니다. 따라서 얼굴이란 얼이 깃든 골 또는 얼이 드나드는 굴이라는 뜻입니다. 대단하지요? 지금 보고 계신 제 얼굴이 저의 얼이고 제 마음입니다.
많이 부끄럽습니다. 저 보다 보기 좋은 얼굴이신 분들 존경합니다. 드러나 보이던 보이지 않던 분명 저보다 좋은 마음의 씨앗이 있고 제가 본받아야 할 훌륭한 점이 있겠지요. 같은 맥락으로 '어린이'는 얼이 차츰 어리어 가는 사람.
'어른'은 얼이 익은 사람.
'어르신'은 얼이 완숙하여 얼이 신과 같은 사람입니다. 어르신이라는 말 자체에 지혜를 갖추어 존경받을 만한 사람이라는 뜻이 담겨있고, '어린이'가 자라서 어른이 된다는 것은 열매가 영글듯 얼이 알차게 익는 과정을 뜻합니다.)
정리해보면 저의 “얼굴” 과 제가 사용하는 “말” 이 그대로 저의 정신이고 마음인 것이지요. 감추거나 속일 수 없습니다. 제 말을 돌이켜보고 거울을 비춰봅니다. 지금 제 얼굴이 보기 좋은지 제가 만들어 내고 있는 말이 이치에 맞는지 또는 이 소리가 듣기 편안한지… 참 섬뜩합니다. 지금의 제 얼굴과 말을 통해 제 마음을 유추해 보고 인정할 수 밖에요. 저절로 반성이 됩니다.이러한 이치를 깊이 자각한다면 순간순간 마음씀씀이를 절대 가벼이 허투로 할 수 없습니다.복잡다단한 이론이나 말이 필요 없습니다.
대중스님 여러분.. 마지막으로 함께 “환하다” 라고 크게 소리 내서 말해봐 주시겠습니까? ^^ “환~하다” 어쩐지 분위기가 좀 밝아지고 서로의 얼굴이 환해진 거 같지 않습니까? 이것이 “환하다” 라는 말이 가진 밝은 기운 덕인 거 같습니다.
대중스님들 얼굴이 늘 이처럼 환한 얼굴이기를 바라며 다시 한번 “고맙습니다.!!”인사 드리며 마치겠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