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메마름 속에서 나눔과 화합을 일깨우게 되는 여름날, 차례법문을 하게 된 화엄반 진과입니다.
우리는 매일 향로마다 정성스럽게 가느다란 향을 태워 올리며 예불을 시작합니다. ‘계향 정향 혜향 해탈향 해탈지견향’. 아침 저녁으로 매일 염하는 오분향례. 여기에 담겨있는 보다 자세한 뜻을 ‘달마관심론’을 통해 함께 알아보고자 합니다.
‘달마관심론’에서 2조 혜가스님은 달마대사께 불도를 얻고자 하면 어떤 법을 수행하는 것이 가장 요긴한지 여쭙니다. 이에 달마대사는 2조 혜가스님에게 마음보는 법에 대하여 말씀해주십니다. 이 마음보는 한 가지 법은 모든 행을 다 거두어들이기 때문에 이름이 간단하고 요긴함이 됩니다. 만약 능히 마음을 알아서 도를 닦으면 곧 공들임이 적고 이루기 쉬우며, 만일 마음을 알지 못하고 도를 닦으면 이에 공역만 허비하고 이익이 없기 때문에 마음 밖에서 별도로 구하는 것은 마침내 옳지 못하다고 말씀하십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마음을 써서 향공양을 올려야 하는 것일까요?
향을 사르는 것은 세간의 형상이 있는 향이 아니라 바른 법의 향을 말하는 것으로서, 모든 더러운 때를 지우며 무명 악업을 끊어 다 마땅히 녹여 없애 버리는 것이라고 합니다. 그 바른 법의 향이 다섯 종류가 있으니 이것이 바로 우리가 알고 있는 오분향입니다.
‘능단제악 능수제선 시명 계향.’ 첫째는 계향이니 모든 악을 끊고 모든 선을 닦는 것입니다. 계는 탐진치 삼독심으로부터 내 본성을 지켜주는 불교수행의 기본입니다. ‘선’과 ‘악’은 선택을 말하며 우리의 삶은 그러한 선택의 연속이지요. 그러므로 지금 내 마음이 불법승 삼보에 부끄러움 없는 선택을 하고 있는지, 탐진치 삼독심에 휩쓸린 선택을 하는 것은 아닌지, 나뿐만 아니라 주변의 모든 생명들에게까지 모두 이익되는 선택을 하는 것인지 살펴본다면 항시 계향을 공양올릴 수 있습니다.
‘심신대기 심무퇴전 시명 정향.’ 둘째는 정향이니 부처를 이룰 자신의 큰 기틀을 깊이 믿어서 마음이 퇴전하지 않는 것입니다. 부처님을 따르는 이 길에 대해서 믿음을 확고히 세운다면, 당연히 그 길을 따르는 우리들은 부처님과 같이 될 것을 확신할 수 있습니다. 목표와 해야할 일이 분명한 사람은 마음에 퇴전심을 낼 수 없습니다. 수행은 하면 할수록, 탐진치 삼독에서 벗어나면 벗어날수록, 이 길 밖에 다른 길이 없다는 것을 알아가기 때문에 부처를 이루는 길에 가속도가 붙을 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이와 같이 불법과 자신에 대한 깊은 믿음을 항상 잃지 않는다면 정향을 공양올릴 수 있습니다.
‘상어신심 내외관찰 시명 혜향.’ 셋째는 혜향이니 몸과 마음의 안과 밖을 항상 살펴보는 것입니다. 앞서 말한 계향과 정향까지 지닌 사람은 항상 자기 몸과 마음의 안과 밖을 살펴보며 일어나는 번뇌망상, 몸의 느낌, 감정의 변화를 관찰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와 같이 항상 깨어있다면 우리는 혜향을 공양올릴 수 있습니다.
‘능단일체 무명결박 시명 해탈향.’ 넷째는 해탈향이니 능히 무명에 결박된 것을 끊어 버리는 것입니다. 혜향을 지닌 사람이 번뇌망상과 몸의 느낌, 감정의 변화를 알아차렸다면 다음은 어떻게 해야할까요? 여기에 끄달려가지 않고 즉시 끊어버리는 것입니다. 마치 문수보살 지혜의 검으로 법이 아닌 것은 쳐 내는 것과 같이 말이지요. 이것이 해탈향. 벗어나는 것입니다. 망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납니다. 다음 번뇌까지 망상을 키워가지 않고 알아차린 즉시 끊어버리는 것. 몸의 느낌을 알아차렸다면 마음까지 괴로워지지 않도록 인정하고 그 이상의 생각은 끊어버리는 것. 화가 올라오더라도 알아차린 즉시 휩쓸리지 않고 그만두어 끊어버리는 것. 이와 같은 수행을 통해 우리는 항상 해탈향을 공양올릴 수 있습니다.
‘각찰상명 통달무애 시명 해탈지견향.’ 다섯째는 해탈지견향이니 깨쳐 살피는 것이 항상 밝아서 통달하여 걸림이 없는 것입니다. 언제나 몸과 마음에서 불도가 아닌 것은 알아차리고 끊어버리다 보면, 결국에는 지혜가 밝고 밝아져서 어떠한 조건에서든지 걸림이 없는 자유로운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바로 해탈지견향을 공양올릴 수 있는 것이지요. 이와 같은 자유로움이 있다면, 불보살님들처럼 지치지 않고 세상을 이롭게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이 다섯 가지 오분향은 세간에서는 비할 것이 없는 가장 높은 향으로써 부처님께서 세상에 계실 때는 모든 제자들과 함께 이와 같은 값없는 보배 향을 피워서 시방일체 부처님께 항상 공양하셨다고 합니다. 부처님께서는 수없는 방편으로 중생들을 인도하시고자 세상의 유위법으로써 무위의 이치를 나투셨습니다. 그러나 오늘날의 중생들은 부처님의 진실하신 뜻을 알지 못해서 안으로 행은 닦지 않고 오직 밖으로 불을 가져서 세간의 침수향, 전단향 등을 불살라 복보를 희망하니 이는 옳은 일은 아닌것이라, 어찌 바라는 바를 모두 얻을 수 있겠습니까? 달마대사께서는 이것을 탄식하시고 마음보는 법을 통해 법다운 향을 말씀해주신 것입니다.
이 세상에서 갖가지 좋은 공양구를 올리는 것은 의미없는 일이 아닙니다. 부처님 전에 무언가를 올리겠다는 마음만도 너무나 소중하지요. 하지만 수행자로서, 자신의 마음을 닦는 오분향까지 공양한다면, 정말이지 훌륭한 공양이 될 것입니다.
우리 모두 언제 어디서든지, 불법으로써 향기로운 진정한 수행자가 되어 세상의 모든 이들과 함께 성불인연 짓기를 발원하며 이상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