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숨결이 깃든

호거산 운문사

차례법문

운문사승가대학 학인스님들이 4년 재학 동안 단 한번 차례대로 법상에 올라서 대중에게 법문한 내용입니다.

사교-제준스님

최고관리자 | 2016.01.26 15:12 | 조회 2090

대중

사교과 제준

 

안녕하십니까

뜨거운 햇살이 내리쬐는 무더운 여름, 대중이란 주제로 차례법문을 하게 된 사교반 제준입니다.

우리는 지금 강원이란 대중 속에서 수행하고 있습니다. 부처님 당시에도 수행의 목적를 이루기 위해 공동체생활을 하였고, 대중 화합을 위해 여러 가르침을 주셨습니다.

그중 육화경의 가르침은 강원생활에서도 익히면 좋을 것 같아, 먼저 육화경의 가르침부터 얘기하겠습니다.

'육화경'은 불교의 진리를 깨치고자 수행하는 사람들이 서로 공경하며 화합하여 깨달음을 성취해야 하는 여섯 가지 도리를 말합니다.

 

첫째, 몸으로 부처님 행을 하여 화합하고

둘째, 입으로 부처님 말을 하여 화합하고

셋째, 뜻으로 부처님과 같은 생각을 하여 화합하고

넷째, 율법을 서로 지켜 바른 행동을 하여 화합하고

다섯째, 바른 견해를 가져 화합하고

여섯째, 자리 이타에 충실하여 화합하라

는 뜻입니다.

 

이렇게 육화경의 가르침을 요약해보면 우리가 짓는 삼업의 근본인 신 구 의를 잘 단속하여 조화롭고 상호 공경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계율이 지켜지고 진리를 바라보는 견해가 하나 되며 마침내 수행을 통해 열반적정의 기쁨과 이익을 함께 누리게 된다는 가르침입니다.

 

육화경의 가르침처럼 대중에 수순하고 화합한다면 대중만큼 훌륭한 수행처도 없습니다. 규칙적인 생활을 함으로써 게으름이 없어지고 대중이 서로서로 보호자가 되어 올바른 수행을 할 수 있게끔 이끌어줍니다. 특히 초심자에겐 수행의 울타리가 되어 주는 것 같습니다.

마음하나 돌려 대중에 수순하다보면 긍정적인 나의 모습을 이끌어 낼 수 있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대중을 대하다보면, 자연스레 자비심이 나오게 될 것입니다. 이를 통해 자신만의 고요함을 찾게 되고 사유하는 힘이 깊어져 이 대중에서 대자유인이 될 수 있습니다.

 

행자시절 가장 많이 듣던 얘기가 있습니다.

행자님 같이 하세요..” 혼자서 뭐든지 하려던 저는 늘 상반스님들의 걱정을 들었습니다.

혼자하면 일이 빨리 끝날 것 같고 누군가를 배려해가면서 같이 일하는 것에 불편함을 느꼈던 저는 대중의 의미를 그저 많은 스님들이 함께 사는 것 정도로만 이해했습니다. 강원에서 대중생활을 보내며 사람들과 부딪쳐보기도 하고 때론 누군가의 배려를 받을 땐 감사함을 배우며, 점차 대중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덕분에 저는 강원생활을 통해 많이 밝아지고 사람들과의 관계도 유해졌음을 느낍니다.

매일 예불을 모시고 발우공양을 하고 경을 읽고 운력을 하고 반복된 일상이지만 가랑비에 옷 젖듯이 이런 일상생활을 통해서 조금씩 중물이 들어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대중 앞에 나서는 부끄러움. 새로운 사람들과 또다시 만들어질 인연의 고리들..출가하기전 많은 고민들 속의 한 부분이었습니다. 행자시절엔 대중 앞에서 석차례조차 못해 상반스님한테 큰 걱정을 듣고 하루 종일 울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저 대중 앞에 나선다는 자체가 두렵고 그런 걸 고민하는 제가 한심스러워 출가의 뜻을 저버리고 싶었던 순간들도 많았는데, 오늘 이렇게 많은 대중스님들 앞에서 법문을 하고 있으니, 강원에서 보낸 시간들이 헛된 건 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지난겨울 방학 때 노스님 시봉 소임을 잠시 살았습니다. 평생을 대중과 함께하신 노스님은 아침저녁 꼭 108배를 하시며 새벽예불을 모시고 발우공양 전, 1시간가량 운동을 하셨습니다. 그 모습을 보고 제 자신이 부끄럽고 노스님께 감사했습니다. 노스님께서 평생을 대중 속 에서 계실 수 있었던 건, 스스로를 단속하고 지키신 힘을 갖고 계셨기 때문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덕분에 제가 이렇게 대중에서 수행 할 수 있는 건, 어른스님들께서 건강하신 몸으로 대중을 지켜주셨기 때문일 것입니다.

 

많은 대중이 있는 강원에서 철저히 대중생활을 익히고 제대로 하심 하는 법을 배워 대중 그 자체가 내가 된다면 수행자로써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도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마지막으로

이 운문사 도량을 지켜주신 어른스님들께 감사드리며 저의 차례법문을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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