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숨결이 깃든

호거산 운문사

차례법문

운문사승가대학 학인스님들이 4년 재학 동안 단 한번 차례대로 법상에 올라서 대중에게 법문한 내용입니다.

사미니과 덕안스님

최고관리자 | 2016.01.26 15:12 | 조회 2310

늦깎이 출가 인연 이야기

 

사미니과 덕안

 

안녕하십니까?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영원한 대 자유를 꿈꾸는 치문반 1번 덕안입니다.

 

지난 치문 첫 철과 이번 여름철, 몸은 고단했지만 마음만은 행복한 나날이었습니다. 호거산 수려한 산세에 둘러싸인 운문사의 아름다운 풍광 그 자체가 연화장세계요, 정토의 세계였습니다. 물론 처음엔 모든 것이 어색했고 어렵게 느껴지는 부분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나름대로 하루하루를 즐겁게 보낼 수 있음은 지금 이 과정이 제가 오랫동안 간절히 염원하던 길의 시작이기 때문입니다.

 

평범한 직장인이었던 30대 초반, 저에게 우울증이 찾아왔습니다. 모든 일이 무의미하게 여겨지고 무기력해지는가 하면 아주 사소한 일에도 짜증이 나고 스스로를 비관하게 되었습니다. 가슴 한 구석 우울함과 공허감이 밀물처럼 밀려올 때는 더 이상 살아본들 무슨 의미가 있는가 싶어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그 무렵 우연히 불교입문이란 책을 보다가 안수정등이란 제목의 이야기와 삼법인, 사성제 등의 내용을 읽고 얼마나 큰 감동과 기쁨을 느꼈는지 눈물을 펑펑 쏟으며 소리 내어 울었습니다. 스스로의 정체성도, 삶의 의미도, 방향도 몰라 방황하던 저에게 불법은 제가 존재하는 의미를 일깨워주었고, 무엇을 위해 어떻게 살 것인지를 알려주었습니다. 그 때 제가 어떻게 했을 것 같습니까? 하루빨리 도를 깨우치고 싶은 욕심에 참선이 뭔지도 모르면서 틈만 나면 앉아 있고, 불서를 읽고, 스님들의 법문을 듣고, 기도를 했습니다. 열심히만 하면 금방이라도 도가 깨우쳐지는 줄 알았지만 아쉽게도 저의 근기는 전혀 그런 수준이 아니었습니다. 돌이켜보면 우울증으로 괴로워한 그 이면에 진실로 가치 있게 잘 살고 싶은 강한 욕구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속세의 반연에 얽혀 일찍 출가인연이 닿지 않는 것이 항상 안타까웠습니다. ‘다음 생엔 결코 태어나지 않으리라는 것이 저의 목표였기에 그저 공부만 하고 싶었지만 제가 이미 그려 놓은 그림을 한꺼번에 지울 수는 없었습니다. 그래도 늦게나마 시절인연이 닿아서 늦깎이로 출가할 수 있음이 얼마나 감사하고 기쁜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출가한 절집에서는 행자라면 누구나 백일동안 하루 3천배 기도를 해야 삭발을 할 수가 있습니다. 하지만 은사스님께서는 저의 나이와 건강을 이유로 스무하루 동안만 삼천배 기도를 하도록 배려해주셨습니다. 처음엔 평소에도 좋지 않던 무릎 때문에 두려운 마음이 없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제가 그토록 원하던 길을 시작부터 포기할 순 없었습니다. 절하다가 쓰러져 죽는 한이 있더라도 한 번 해보겠다고 결심했습니다. 하루 삼천 배~ 정말 쉽지는 않았습니다. 새벽 세시와 아침 여덟시, 오후 한시에 각각 천 배를 하고나면 밤에 잠을 이룰 수 없을 만큼 다리가 저리고 아팠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일단 시작만 하면 무난히 마칠 수가 있었습니다. 어느 날엔 신심과 환희심이 샘솟아 삼천배를 가뿐하게 마치는 날도 있었고, 절하는 중간 중간 참회의 눈물, 콧물을 흘리고 나면 머리와 가슴이 시원해지기도 했습니다. 삼천배를 하면 행복호르몬이 분비되어 우울증도 치료된다는 과학적 근거도 있습니다만 기도를 회향하고 나니 어떤 어려운 일도 해 낼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생겼고 건강도 오히려 좋아졌습니다.

 

강원에 오기 전, 나이가 많은 관계로 솔직히 기초선원에 갈까하는 생각을 했습니다만 역시 강원에 오길, 특히 운문사에 오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대중생활을 통해 스스로의 모남을 발견하고 바르게 인식하면서 스스로를 성찰하는 그 자체가 공부인 것 같습니다. 특히 한꺼번에 서른 한 명이나 되는 훌륭한 도반들을 얻은 점도 저에게는 커다란 행운이자 기쁨입니다. 도반의 수승한 모습도, 모난 모습도 저에겐 모두가 선지식이며 저 자신을 비춰주는 거울입니다.

 

이렇게 좋은 도량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모든 여건을 마련해주시고 승려로서의 귀감이 되어주시는 존경하옵는 여러 어른스님과 강사스님께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저희 치문반에 대해 진실어린 애정으로 경책을 해주시는 상반스님들, 정말 고맙습니다. 앞으로 남은 강원생활 저희 치문반 도반들과 함께 열심히 정진하겠습니다. 부디 대중스님의 아낌없는 경책과 탁마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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